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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에서 만난 신부와 목사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임실 치즈마을' 축제와 역사 여행

등록|2024.10.08 11:49 수정|2024.10.08 14:03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도정 기계 ⓒ 이완우


2024년 '임실N치즈 축제' 마지막 날인 6일 늦은 오후,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전라선 철도 임실역에서 임실천을 건너고 금성천을 따라 동북쪽으로 1km 걸으면 임실 치즈마을 교회와 마을 회관 사거리가 나온다.

이 사거리에서 개울을 건너 남쪽에 지정환공동체학교가 보이고, 동쪽의 한 건물에는 치즈판매장과 마을회관이 있고 이층은 마을 펜션이다. 왼쪽으로 회전하면 북쪽에 마을로 들어가는 길 왼쪽에 우람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고 맞은편에 방앗간이 보인다.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 이완우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 이완우


이 방앗간은 이 치즈마을의 쌀 도정공장이었다. 이곳은 이 마을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 직거래를 위해 이진하씨가 2005년 1억여 원을 들여 짓고 운영하였으나 현재는 방앗간의 기능은 멈추었고, 2023년에 방앗간 갤러리로 조성하여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방앗간 갤러리는 때로는 이 마을의 공연장 및 회의장으로 활용하는 여유와 소통의 공간으로 이 마을의 문화 마당이다.

올해 '임실N치즈 축제'에는 이 마을에 거주하는 지암 김정묵(문인화) 초대전을 열었다. 특별히 10주년 임실N치즈축제를 기념하여 4점의 신작을 선보였고 수익금은 지정환공동체학교 운영자금으로 후원하기로 했다.

'임실N치즈 축제' 중인 지난 5일 오후에는 이곳 방앗간 갤러리에서 시인 박남준 북토크(치즈마을 문학마당)가 열렸다. 박남준 시인의 신작인 '바오♡안녕' 인세 전액은 마다가스카르 바오마을 학교짓기에 후원되고 있다. 지정환 신부처럼 '이제 우리도 갚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후원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 마을 주민이신 조성님 할머니는 시인 박남준의 마다가스카르 바오마을에 학교짓기 후원행사에 공감하여 이번 북토크에 30만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방앗간 갤러리에 들어서면 방앗간 시설의 높고 너른 벽면에 한국화(문인화)가 빙 둘러서 전시되어 있고, 한쪽에는 커다란 도정 기계가 멈추어 서있다. 한쪽 벽면에는 공연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대형 스크린에서는 치즈마을의 역사와 수십 년 활동 장면이 상연하면서 치즈 마을을 홍보하고 있었다.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 이완우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 이완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임실 치즈마을입니다.

임실 치즈마을은
2011년 '제1회 대한민국농어촌 마을대상(마을가꾸기 분야)'과
2017년 '제4회 대한민국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체험·소득분야)'에서
모두 대통령상을 받았습니다.

60년의 역사를 달려온 임실 치즈.
이제 우리는 여기서 한 단계 멈추지 않고
세계 속으로 도약하는 임실 치즈마을이 되겠습니다."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치즈마을 역사 홍보 영상 ⓒ 이완우


치즈마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시도한 치즈 체험은 신선한 퍼포먼스였다. 우유에서 유청을 분리하고 응고시킨 커드를 뜨거운 물에 담그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서 길게 늘여주는 동작을 반복하면 치즈 단백질이 한 방향으로 정렬하여 쭉쭉 늘어나면서 특유의 식감을 형성한다. 모차렐라 치즈는 이렇게 잘 늘어난다. 피자에 넣은 치즈.

모차렐라 치즈에 소금을 넣고 길게 늘인 형태의 스트링 치즈는 세로로 찢어서 먹는다. 스트링 치즈를 길게 늘이는 체험 행사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하기도 한다. 참가자들은 2km까지 스트링 치즈를 늘려서 함께 나누어 시식 행사를 하기도 한다.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치즈마을 역사 홍보 영상 (홍보 영상에서 촬영) ⓒ 이완우


2007년 치즈마을로 마을 이름을 변경하기 전에는 느티마을이었다. 이 마을의 중앙을 흐르는 금성천의 양쪽 제방에 느티나무를 심어 무성해져서 붙여진 마을 이름이었다. 느티마을에서 치즈 체험을 시작하였고, 2005년 전북대학교 소순열 교수의 제안으로 느티마을보다 치즈마을로 부르게 되면서, 2006년 말 마을 주민 회의에서 마을 이름을 치즈마을로 바꾸었다.

느티마을에서 마을 공동체 활동으로 친환경 농사를 지어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였고, 유가공 공방에서는 치즈를 만들어 숙성하고 유통하였다. 모차렐라 치즈 체험은 2000년 우리나라 최초의 목장형 유가공 공장을 세운 김상철씨가 개발한 체험으로, 2007년 10월1일 운영권을 치즈마을로 무상양도하면서 한층 더 활기를 띠었다.

치즈 마을의 우유(1차 산업)와 치즈(2차 산업)에 치즈 체험 관광(3차 산업)이 결합하는 순간이 치즈마을의 새로운 도약이었다. 공동체 의식이 축적된 임실 치즈마을의 치즈 체험은 마을의 공동 자산이자 새로운 활력이 되었다.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치즈마을 역사 사진 자료, 지정환 신부 (방앗간 갤러리 전시물에서 촬영) ⓒ 이완우


지정환 신부와 임실 치즈마을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고 어쩌면 필연이었다. 임실역전교회에 1969년에 부임한 젊은 심상봉 목사는 지정환 신부에게 신용협동조합 교육을 받고 임실동부 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심상봉 목사는 바우 학원(야학) 등을 설립하여 주민들 교육에도 힘썼다. 그는 농촌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되어 농촌의 청년들과 공동체를 꾸리고 함께 농사를 지으며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기도 했다. 그는 임실치즈마을 설립에 참여하였고, 치즈마을 지도자의 스위스 낙농 연수를 추진하였다.

지정환 신부와 심상봉 목사의 가르침을 받은 농촌 청년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 동안 바른농사실천농민회과 예가원 영농조합법인 등 여러 공동체 시도를 이어가며 농촌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치즈마을 역사 사진 자료, 심상봉 목사 (홍보 영상에서 촬영) ⓒ 이완우


어려움도 많았고 좌절할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신부와 목사는 농촌 청년들에게 방향을 잡는 마을 등대가 되어 주었다. '너무 애쓰지 마라',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면서. 이때 활동했던 청년들이 현재 임실 치즈마을을 이끌어가는 마을 지도자들로 튼실하게 성장하였다.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를 방문하면, 임실 치즈 60년 역사의 상영을 보면서 이 마을의 등대 같은 지정환 신부와 심상봉 목사의 생전 활동 모습을 만날 수 있다.

6일 오후에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의 임실 치즈 역사가 상영되는 무대에는 2024년 '임실N치즈 축제'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향토 식품으로 자리 잡은 임실 치즈에서 우리 농촌의 두레에 바탕을 둔 공동체 정신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꿈과 희망, 사랑과 향기가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

▲ 임실 치즈마을 방앗간 갤러리 치즈마을 역사 사진 자료, 지정환 신부와 심상봉 목사의 담화 (홍보 영상에서 촬영) ⓒ 이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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