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달성습지 앞 휘황찬란한 전광판... 이게 말이 되나요
수공 자회사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의 화려한 홍보 불빛 ... "밤 생태계 파괴" 우려
▲ 화려한 조명을 밝힌 수상레저체험장. ⓒ 김종원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자인 '수자원환경산업진흥'이 강정고령보 부근의 '4대강 홍보관'인 디아크 앞의 금호강과 낙동강 합수부 부근에서 벌이고 있는 수상레저사업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 빚어 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인 달성습지 바로 코앞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곳에서 다수의 오리배와 동력선 등을 운영한다.
그런데 천혜의 자연습지이자 유명한 철새도래지인 달성습지 앞에서 문제가 하나 더 불거졌다.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이자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인 생태학자 김종원 전 교수는 4일 이 일대를 산책하다가 한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어두운 저녁 화려한 조명을 밝힌 수상레저체험장의 모습이다. 김 전 교수는 "세계적인 습지인 달성습지 앞에서 수자원공사 자회사가 문제적인 홍보판으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 철새도래지이자 세계적 습지 앞에서 강렬한 조명이라니. ⓒ 김종원
사진은 오후 6시 30분경 찍었다. 어둠 속에서 화려한 조명을 한 간판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김 전 교수의 말이다.
"이것이 지금 세계적 자랑거리인 달성습지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겨울철새들이 날아오는 시기에, 철새도래지 달성습지 앞에서 무슨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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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자원공사 자회사가 세계적인 습지 앞에서 화려한 조명쇼를 벌이며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 ⓒ 김종원
사실 이러한 민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또한 수자원공사의 자회사가 벌이는 수상레저사업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지난 2023년 11월에 보낸 바 있다.
야생동식물들의 서식처이자 흑두루미 같은 희귀 겨울철새들이 도래하는 철새도래지인 이곳에서 벌이는 수상레저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와 디아크에 인접한 달성습지는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처로서 중요한 생태공간입니다. 이런 달성습지 앞에서 환경부 산하기관인 수자원공사의 자회인 '수자원환경산업진흥'에서 오리배와 동력선 사업을 수년 전부터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오리배들은 달성습지 인근을 돌아다니며 달성습지의 야생 생태계를 교란시켜오고 있고, 계류장 역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습지 바로 초입에서 오리배와 동력선 운행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10월 말부터 달성습지에는 겨울철새들이 도래하는 시즌이고 대표적으로 흑두루미와 고니 같은 멸종위기종에서부터 다양한 겨울철새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 달성습지를 찾는 계절입니다. 희귀 조류인 흑두루미가 달성습지를 찾아 내려오는 곳이 바로 오리배를 운항하는 동선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리배들은 달성습지의 깃대종이라 할 수 있는 흑두루미의 도래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달성습지 야생 생태계가 교란당하지 않도록 귀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리배와 동력선 사업을 중단해줄 것을 공식 요청을 드립니다. 대구의 상징적 생태공간인 달성습지 생태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서 환경부 산하 수자원공사의 자회사인 귀사의 전향적인 결단을 요청해 봅니다."
▲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자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이자 철새도래지인 달성습지 전경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수상레저체험장(오리배)이 보인다. ⓒ 정수근
이같은 공문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의 자회사인 수자원환경산업진흥에서 보내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디아크 문화관 활성화 목적으로 추진된 수상레저사업(오리배)은 2017년 사업 시행 전 대구시 환경정책과 검토의견서를 반영하여 달성습지에 서식하는 생물 및 겨울철새에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달성습지와 수상레저계류장과는 약 2km 이격거리를 두고 있으며, 운영시기도 겨울철새가 도래하기 전 매년 4월∼10월에 영업하고 있습니다. 영업구역 또한, 달성습지가 위치하고 있는 낙동강 하류 방면이 아닌 금호강 수변입니다.
기구는 무동력 기구가 대부분이라 소음이 발생하지 않으며, 동력기구 1대는 대구시 환경정책과에서 표기해 준 계류장으로부터 1Km 구간까지만 운항하고 있어 달성습지에 진입하지 않습니다. 당사는 시민들의 친수레저문화 향유와 달성습지 생태계 보존의 가치를 존중하며 사업을 운영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지만 2km 이격거리란 것도 자의적 해석일 뿐이라는 게 환경단체 등의 입장이다. 수상레저체험장 계류장이 설치돼 있는 그 구간도 넓은 의미의 달성습지에 포함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겨울 철새 중 기러기 같은 녀석들은 10월 초에도 벌써 도래하기도 한다.
디아크 수상레저체험장 즉시 철거해야
김종원 전 교수는 "국가 습지보호지역 서대구 달성습지는 밤과 낮의 먹이사슬과 먹이망이 극적(dramatic)으로 작동하고 있는 야생지역(wilderness area)"이라며 "이런 곳에서는 디아크 수상레저체험장과 같은 놀이시설은 철거해야 하고, 어떤 인간의 간섭 행위도 삼가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 주장한다.
▲ 문희갑 대구시장 당시인 2001년 12월 대구시의 달성습지자연생태공원 기본계획서 중 "달성습지 토지이용 구획화 전략" 지도다. 이 지도에 달성습지 핵심구역에 수상레저체험장도 포함되어 있다. ⓒ 대구시
그는 "디아크 수상레저체험장은 서대구 달성습지 보호지역의 핵심 지역과 막바로 연결된 곳으로 생태계 감시와 보호 이외의 어떤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 유네스코 보전전략인 핵심/완충 구역(core/buffer zone)"이라며 "디아크 수상레저체험장에 설치한 강렬하고 화려한 전광 불빛은 야생지역의 밤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광판 시설은 인간의 생태윤리 붕괴, 즉 심미적 타락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디아크 수상레저체험장과 전광판 불빛 시설을 즉각 철거하고, 강정보 디아크 일대는 서대구 달성습지 보호지역의 핵심/완충 구역(core/buffer zone)으로 대구 시민의 품격으로 지켜내자"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 일대에서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으로 벌이려는 탐방 교량 공사도 문제"라며 "달성습지를 망치지 않으려면 디아크 문화관광 활성화사업 또한 즉각 철회해야 한다" 주장했다.
▲ 세계적인 달성습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홍보판. ⓒ 김종원
덧붙이는 글
가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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