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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시경제 슬라이드'가 무엇이냐면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생각한다 ①

등록|2024.10.09 17:45 수정|2024.10.09 17:45
1. 들어가며

지난 9월 4일 보건복지부는 연금개혁안을 내면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고 국회의 논의를 전제로 하며 모델은 일본식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왜 정부가 지금 시점에서 갑자기 자동조정장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1986년 국민연금법 전면 개정 때 단계보험료 방식이 채택되어 5년마다 3%P씩 보험료율을 법 부칙에 미리 규정해 두어 '자동으로' 올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1999년 이후부터는 재정계산을 통해 5년마다 보험료율을 조정(인상)해야 할 재정계산 계획이 좌절을 반복했다. 그 결과 거의 25년 동안 보험료율은 9%로 '고정'되어 버렸다. 그사이에 다들 아는 것처럼 엄청난 저출생과 고령화로 연금 재정은 악화일로를 걸어 왔고 갈수록 나빠지는 추계결과에 국민들의 제도불신은 극에 달했다.

지금 같은 정쟁 대결 구도에서 백년대계라 불리는 연금개혁을 언제까지 국회에 맡겨야 할까? 더 늦기 전에 '던져 보듯' 재정조정장치를 제안해 봐야 하는 것 아냐? 이런 판단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평가는 기회를 봐서 차츰 하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간략히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려는 배경과 일본의 거시경제 슬라이드에 대한 나름의(?) 해설(일부)부터 해 보도록 한다.

2. 연금 수지

1) 경제성장에 따른 수입 변화

연금 회계는 피보험자 수, 연금 수급자 수, 그리고 경제성장에 크게 의존한다. 경제성장, 즉 국내총생산(GDP)은 노동자 1인당 임금 상승률 × 노동인구 증가율로 나타낸다. 보험료율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평균임금이 늘어나면, 납부할 평균 보험료액도 늘어나 재정에 플러스 효과를 준다.

GDP = 1인당 임금 상승률 × 노동인구 증가율

여기서 말하는 '평균'은 명목을 의미하는데, 300만 원의 월급이 330만 원으로 상승했다면, 10%의 명목임금이 상승한 것이고 만일 물가가 2% 상승했다면, 실질임금은 330만 원 ÷ 1.02, 즉 323만 5000원밖에 늘어나지 않게 된다. 이것을 '실질임금'이라고 한다.

위 식에서 보듯 1인당 임금과 노동인구 이 둘이 모두 상승하면 GDP가 상승하고 경제가 성장하지만, 만일 1인당 임금 상승보다 노동인구 감소가 크면 GDP는 줄어들고 경제는 성장을 멈추게 된다.

제5차 재정추계 결과를 보면, 2023년부터 2060년까지의 경제활동인구는 3501만 명에서 1984만 명으로 약 43% 정도 감소한다. 연이율로 약 1%의 감소다. 이것은 설령 37년간 평균임금이 43% 상승했다고 해도 GDP도 보험료 수입도 전혀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임금 상승이나 물가 상승이 전혀 없었다고 치면 매년 GDP가 1%씩 감소하는 상황과 같은 것이다.

2) 임금 재평가 제도에 따른 지출 변화

연금액을 좌우하는 것은 납부한 보험료 수준과 기간이다. 과거에 임금이 낮았던 시절에 납부했던 낮은 보험료가 낮은 상태로 합산되거나 은퇴 후 연금을 받기 시작한 후부터 경제 상황이 좋아지기 시작해도 본인의 연금액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몇십 년 후에 은퇴할 젊은 세대는 물론 은퇴한 고령 세대의 노후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에는 과거의 낮았던 임금을 현재의 가치로 다시 계산해 주는 재평가 제도가 있다.

재평가 제도는 근로 세대의 임금이나 전체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져도 고령자의 연금 상대 수준이 낮아지지 않게 한다. 이 재평가 제도는 새롭게 수급 나이가 도래한 수급자의 연금 지급(연금액 확정) 및 통보 과정에서 단 한 차례만 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60년까지 37년 동안 평균임금 상승률이 3.87% 증가했다고 치자. 그러면, 현재의 200만 원은 816만 원으로 '재평가'된다. 임금 재평가 제도를 통해 매년 처음 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한 신규 수급자의 평균 연금액은 근로 세대 평균임금의 상승률과 같은 수준으로 상승해 간다.

고령자의 생활 수준을 근로 세대의 임금수준과 비교해서 일정한 상대적 수준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재평가 제도는 신규 수급자에게는 평균임금 상승률이라고 하는 경제성장의 성과가 100% 반영된다. 이렇게 보면, 연금을 처음으로 수급하는 신규 수급자의 연금은 경제성장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연금 재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음으로 임금의 재평가가 한 차례 이뤄진 이후 다음 해부터는 물가상승률에 연동해서 연금액이 결정된다. 단순하게 말하면, 월 100만 원의 연금을 받는 수급자는 그해 물가가 1% 상승했다면, 다음 해부터는 101만 원을 받게 된다. 보통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아서 연금을 수급하기 시작한 수급자의 연금은 평균임금보다 낮게 상승해 갈 수밖에 없다.

이 차이가 2060년까지 약 2% 정도 차이가 나고 연금 수급 기간이 25년이고 그 중간이 12.5년으로 이것이 평균적인 연금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차이가 없을 때와 비교해서 82% 수준으로 줄어들며, 4%로 차이가 2배로 벌어지면, 61%로 축소한다. 물론 옛날 연금 수급자는 사망하고 신규수급자가 계속해서 편입되기 때문에 장기간에서 보면 신규 수급자의 평균에 근사하게 된다.

제5차 재정계산 추계 결과에서는 임금 상승률을 3.7% ± 0.4%로 변화시켜도 2041년 국민연금은 적자 전환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었다. 제5차 재정계산 추계결과는 제4차 때보다 모든 추계치가 나빠졌고 다음의 6차 추계 때 반전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2. 일본의 '거시경제 슬라이드' 조정률

전망이 보이지 않으면 방향을 틀어야 한다.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고 그래서 불신이 극에 달했다면, 부담수준과 급여수준의 조정순서(결정순서)를 바꿔줘야 한다. 복지부가 제안한 자동조정장치가 부담수준과 급여수준의 결정방식을 바꿨다고 알려진 일본의 '거시경제 슬라이드'를 참고했다고 하니 아는 범위에서 하나씩 설명해 보자.

1) 왜 명칭이 '거시경제 슬라이드'인가?

이탈리아가 1995년 연금 개혁을 통해 1인당 임금 상승률을 재평가율로 사용하다가 GDP 증가율에 인구감소를 반영하는 조정률로 변경했다. 즉, 거시경제 성장률이란 것은 1인당 GDP 성장률 × 인구 증가율인데, 1인당 GDP 성장률이란 것은 임금 상승률과 거의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용했던 1인당 임금 상승률을 사용해 왔기 때문에 여기에 조정률로서 인구 증가율(실제로는 감소율)을 추가해서 사용하자는 것이 이탈리아의 '거시경제 슬라이드'였다.

1999년 스웨덴은 이탈리아와 달리 보험료율을 '고정'하고 보험료율 고정에 따른 부족분이 발생하게 되면, 그 부족분은 하한선 없이 급여의 삭감을 통해 조정함으로써 재정을 균형되게 하는 재정의 자동균형장치를 도입했다.

이러한 외국의 연금개혁 동향을 파악한 일본은 처음에는 슬라이드에 사용하는 경제지표를 인구감소 혹은 고령화를 반영할 수 있는 경제지표로 하고 슬라이드를 통해 재정을 균형 잡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험료를 고정하는 보험료 고정 방식도 고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국회의원들이 선거구에 돌아가면, "연금보험료를 언제까지 올릴 작정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선거구에 있는 젊은층은 매우 제도를 불신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보험료를 올리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청취한다. 그래서 보험료를 고정하고 별도 급여를 조정하여 재정을 균형 잡는 방식을 도입했다는 스웨덴 소식이 큰 참고가 된다.

2) 기본 구조

먼저, 보험료 상한을 설정한다. 이때 독일이 20%를 설정하고 있었고 스웨덴도 18.5%를 설정했다는 점을 참고하여 후생노동성은 대략 20% 정도를 설정하려고 했다. 일단 20%를 설정하게 되면, 어떤 재정 상황이 되는지를 계산하고 시뮬레이션 시행했는데, 이때 말하는 재정 상황은 결국 조정률을 적용했을 경우, 최종적으로 소득대체율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가로 평가했는데 그 표준 케이스가 소득대체율 52% 정도가 되었다.

보험료율을 20%로 고정해서 향후 이 이상은 올리지 않겠다고 법에 못을 박고 소득대체율은 52% 정도 보장해 주겠다는, 이른바 '2050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관계단체인 경단련에서 "20%는 너무 높다"라는 반응이 나왔고 노조 역시 "더 낮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여담이지만 노조보다 경단련의 저항이 매우 격렬했다고 한다.

이것을 사회보장심의회 연금 부회에 심의 안건으로 제출했더니 위원들 사이에서 "인구의 감소를 피보험자 수의 감소로 대체하면 확실히 연금 재정 수입은 줄어든다. 그러나 수급자 수명의 연장도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 아닌가?" 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 후 피보험자 수 감소에 더해 수급자의 여명(65세 기대여명) 역시도 추가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면서 최종적으로 피보험자 감소율 × 65세 평균여명의 증가율을 조정률로 채택하게 된다.

애초 2002년 12월의 후생노동성이 제안했던 '연금 개혁의 방향성과 논점'에서는 피보험자의 감소율만 조정률로 제시되었는데, 이후 연금 부회의 논의를 수용하여 수급자의 평균여명 증가율도 조정률로 추가되면서 애초 '거시경제 슬라이드'라 불렸던 조정률은 인구 요소만 남게 된 슬라이드가 되어 버렸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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