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자연의 일부가 되는 여기, 가을여행 어떠세요

한글날, 한 시간 정도 거리로 대부도 가족여행... 탄도 바닷길의 썰물은 횡재였다

등록|2024.10.10 10:58 수정|2024.10.10 11:02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두 가지 고민에 빠졌다. 한글날 휴일에 어린 두 아들 녀석들과 뭘 하며 보낼까? 직장 생활에 치여 마음 고생하는 남편과 열심히 사는 나 자신을 위해 힐링할 수 있는 좋은 일 없을까? 고민 끝에 가까운 바닷가에 놀러 가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서울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대부도로 선택했다. 한글날이었던 오늘 날씨는 우리의 여행을 축복하듯 맑고 청명했다. 햇빛은 강했지만 바람은 선선했고, 높고 푸른 하늘에 하얀 크레파스로 칠해 놓은 듯한 구름이 여행자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이 여행을 결정하고 선택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탄도바닷길썰물 때만 드러나는 갯벌의 길 ⓒ 김은유


대부도의 탄도 바닷길 쪽에 도착하니 우리처럼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있었고 또 커플이나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특히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마침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썰물 때라 바닷물이 빠져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썰물 시간에 맞춰 갯벌 체험을 하러 몰려든 아이들로 붐볐던 것. 아이들이 장화, 호미, 채집 통을 챙긴 후 갯벌 체험 트럭의 짐 칸에 옹기종기 앉으면 트럭이 갯벌 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아이들을 실어 날랐다.

썰물 때 도착, 눈 앞에 펼쳐진 갯벌 풍경

우리가 썰물 때 도착한 일은 뜻하지 않게 만난 횡재와 같은 일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갯벌 풍경에 우리 가족은 평소 볼 수 없는 진귀한 모습이라며 즐거워했다. 광활한 갯벌의 한 가운데에 닦아 놓은 길은 썰물 때에만 드러나는 길이었다. 그 매력적인 길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발걸음을 옮겼다.

광활한 갯벌아이들이 갯벌을 바라보고 있다 ⓒ 김은유


한편 주변에 보이는 풍력 발전기와 해상 케이블카는 인간이 자연과 더불어 살려고 하는 작은 욕심을 넘어, 자연의 혜택을 최대한으로 끌어와 누리고자 하는 욕망의 산물 같아 보였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생각인데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경외심이 일어난 탓이었을까? 자연이 주는 고마운 혜택을 아는 만큼 자연 보호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짙어지는 순간이었다.

갯벌 길을 걸으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갯바닥에서 서식하는 바다 생물이었다. 작은 게들이 바쁘게 왔다 갔다 하며 게 구멍으로 쏙 들어가 자취를 감추는 모습, 조그마한 망둥이들이 갯바닥에서 뛰어다니는 모습. 갯벌에 뛰어 들어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성큼 성큼 들어가 관찰과 채집을 하기 시작했다.

첫째가 말했다.

"엄마, 구멍이 엄청 많아."

"그렇지? 마치 이 넓은 갯벌이 이 수 많은 구멍을 통해 숨 쉬는 것 같지?"

"그런데 어떤 구멍은 약간 푸른색이 나네. 왜 그래?"

그 말을 듣고 갯바닥을 살펴보니 정말 그랬다. 어떤 구멍들은 푸르스름한 색을 띠었다. 하지만 아이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지식이 부족해서 대답 대신 아들의 눈썰미만 칭찬해주고 지나갔다.

아이들의 오감을 한껏 만족 시켜주는 갯벌

갯벌의 작은 구멍들구멍들 중에 푸르스름한 색이 보인다 ⓒ 김은유


아이들은 주로 돌 아래에 게가 숨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돌들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귀엽고 작은 게는 쏜살같이 게 걸음을 치며 아이들의 눈을 피하려 하지만 아이들의 민첩함을 당해 낼 재간이 없어 곧 잡히고 만다.

그렇게 갯벌 체험을 한참하고 나니 손과, 발은 자연스럽게 머드 팩 효과를 본다. 아이들의 오감을 한껏 만족 시켜주는 갯벌의 고마움을 몸소 느끼는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갯벌 체험에 빠져 노는 아이들인데도 불구하고 게임에 빠지는 이유가 어쩌면 어른들이 자연과 가까운 생활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게 채집아이가 게를 한 손 가득 쥐고 있다 ⓒ 김은유


남편도 건조한 생활에서 벗어나 눈앞에 펼쳐진 장엄한 풍경을 누렸다. 생명력이 넘치는 갯벌로부터 그 생명을 전달 받은 것인지 얼굴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 내 입가에 왠지모를 미소가 지어졌다. 자연은 가족이 서로 애정하는 마음을 더 깊어지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같은 맑고 청명한 날씨에 물 때를 확인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탄도 바닷길을 걷는다면 분명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갯벌 체험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신비로움을 만끽하게 해줄 특별한 교육이 될 것이다.

팍팍하게 경도 되어있는 사회적 신분을 벗어버리고 자연으로 들어가 자연과 일부가 되어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 좋은 곳, 대부도 가을여행을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