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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생명력 넘치는 가시연꽃 군락지의 가을 풍경

등록|2024.10.13 22:44 수정|2024.10.13 22:46

▲ 임실 대정저수지 수변 왕버드나무 (24.09.04.) ⓒ 김태윤


임실 오수에서 남원으로 향하는 17번 국도 옆에 대정저수지가 있다. 이곳은 저수지 제방에 오래된 소나무와 왕버드나무가 멋진 숲을 이루고 있다. 9월 초순부터 10월 초순까지 한 달 동안, 대정저수지 수면을 수놓은 듯한 가시연꽃 군락이 펼치는 가을의 풍경은 생명력이 넘치고 있었다.

▲ 가시연꽃 수많은 개체의 군락 (24.09.04) ⓒ 김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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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 대정저수지 가시연꽃 군락대정저수지 수면 가시연꽃 군락의 생명력 (24.09.04) ⓒ 김태윤


자주색의 예쁜 꽃을 피우는 가시연은 꽃말이 행운이다. 우리나라 자생 식물 중 가장 큰 잎을 지녔다. 가시연의 큰 잎은 지름이 1m가 넘는다.

가시연은 물속의 줄기, 물 위에 뜬 잎과 꽃봉오리가 가시 외투를 입은 듯하다. 진흙에 내린 뿌리, 자주색 꽃잎과 작은 씨앗은 가시가 없어서 다행이다. 1년생 식물인 가시연은 씨앗이 수십 년을 휴면하다가 발아 조건이 맞으면 싹을 틔울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 가시연꽃 둥근 잎 (24.09.24) ⓒ 김태윤


▲ 가시연꽃 꽃봉오리 (24.09.24 ) ⓒ 김태윤


이곳 저수지 가시연꽃 줄기가 용틀임하고 있다. 이곳 저수지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서 물깊이가 급격히 낮아져 가시연꽃 줄기가 물깊이에 적응하느라 몸부림치고 있는 듯하다.

▲ 가시연꽃 줄기와 꽃봉오리 (24.09.24) ⓒ 김태윤


▲ 가시연꽃 꽃봉오리 (24.09.24) ⓒ 김태윤


가시연꽃 줄기가 물 위로 뭉쳐있고 꽃송이가 드물게 개화하고 있다. 이곳 저수지의 가시연꽃 군락이 진한 자주색 예쁜 꽃을 활짝 피우는 개체는 거의 없다.

저수지 변두리 아늑한 곳에서는 가시연꽃이 꽃을 살짝 피우고 있다. 가시연꽃잎 위에 암끝검은표범나비가 앉아 있다. 네발나빗과의 이 나비는 엉겅퀴, 큰까치수영, 해바라기와 중나리 등의 꽃에서 주로 꿀을 찾는데, 가시연꽃을 나비가 방문했다.

▲ 가시연꽃 꽃봉오리 (24.09.24) ⓒ 김태윤


▲ 가시연꽃잎 위에 앉은 암끝검은표범나비 (24.09.24 ) ⓒ 김태윤


가시연꽃 무성한 잎 사이로 수생 식충 여러해살이 식물인 통발이 꽃을 피웠다. 통발은 뿌리가 없어 물에 떠서 생활하고, 광합성을 하지만 식충을 통해 영양분을 얻는다.

깃꼴로 잘게 갈라진 잎은 일부가 벌레를 잡는 주머니로 변형된다.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꽃줄기에 노란색 꽃이 피는데, 가시연꽃 군락 틈에서 꽃을 피웠다.

▲ 통발 노란 꽃 식충식물 (24.09.04) ⓒ 김태윤


작고 새하얀 꽃, 물위의 요정인 마름도 꽃을 피웠다. 푸른 잎과 흰 꽃의 색채 대조가 선명하다. 이곳 대정저수지에는 마름도 무성하게 자생한다. 마름은 뿌리를 진흙에 내리고, 줄기를 물 위로 뻗어 잎을 수면에 띄우는 부유 식물이다. 물밤(모리밥)이라고 하는 마름 열매는 밤처럼 맛있는 추억의 간식거리였다.

▲ 마름의 하얀 꽃 (24.09.04) ⓒ 김태윤


대정저수지 위쪽의 가을 논의 누렇게 익어가는 벼 이삭 사이에 사마귀풀이 꽃을 피웠다. 이 풀을 짓이겨 몸에 사마귀가 난 부위에 붙이면 사마귀가 떨어진다는 구전 얘기도 있었다. 닭의장풀과 사마귀풀은 애기달개비라고도 한다.

▲ 저수지 옆 논 벼 이삭 사이의 사마귀풀 (24.09.04) ⓒ 김태윤


왜가리 한 마리가 가시연꽃 너른 연잎이 빼곡히 펼쳐진 가시밭 위에 서성이고 있다. 왜가리는 천연기념물 물새, 회색 등과 긴 목이 뚜렷하다. 왜가리는 백로와 함께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크다. 이 새는 미꾸라지와 피라미 같은 작은 어류의 포식자이다.

▲ 가시연 너른 잎 위의 왜가리 (24.09.04) ⓒ 김태윤


가시연꽃 군락지가 펼쳐진 대정저수지의 제방 풀밭에 토종 양서류 참개구리가 쉬고 있었다. 몸길이 7cm 정도 되는 참개구리가 힘이 넘쳐 보이며 당당하다. 이 저수지에서 올챙이 시절부터 살아와서 자신의 영역이라고 자신감이 있는 듯하다.

1980년대에 만화 드라마 '개구리 왕눈이'가 있었다. 개구리 왕눈이는 피리를 잘 불었으며 용기와 의리가 있는 소년이었다. 대정저수지에서 참개구리가 연못 속의 섬 같은 가시연꽃의 커다란 잎 위에 앉아 희망의 노래를 부를 것 같았다.

개구리 소년 개구리 소년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
무지개 연못에 웃음꽃 핀다

가시연꽃은 한낮의 기온이 높은 여름철인 7월부터 8월 중순까지 개화가 절정을 이룬다. 이곳 저수지의 가시연꽃은 꽃봉오리가 비교적 늦은 시기인 9월 하순 이후에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 가시연꽃이 활짝 피는 장관은 보기 힘들다.

그러나 가시연꽃은 꽃봉오리 상태인 폐쇄화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므로 내년을 기약하는 희망이 있다.

이곳 저수지에 서식하는 동식물은 충실한 생명력으로 색색이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임실 대정저수지의 생태 환경이 회복되어, 멸종위기 식물 가시연꽃 군락이 여름철에 힘차게 자주색으로 개화하는 무지개 연못이 되기를 희망한다.

▲ 대정저수지 제방 풀밭의 참개구리 (24.10.08) ⓒ 이완우


▲ 작은 섬 같은 가시연 대형 원형 잎 (24.10.08) ⓒ 이완우


덧붙이는 글 '서리 내리는 늦가을에 만난 가시연꽃 꽃봉오리'(오마이뉴스, 2021.10.19), '시집간 딸과 친정엄마 만남 장소, 대말 방죽 아시나요'(오마이뉴스, 2023.06.23)의 기사와 관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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