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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쇼' 아래 '신경전'... 전국체육대회 김해에서 개막

이기흥·한덕수 신경전 속 11일 김해종합운동장에서 개회... 49개 종목 2만9641명 출전

등록|2024.10.12 10:46 수정|2024.10.12 10:46

▲ 11일 김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개최지인 경상남도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 박장식


105번째를 맞이한 전국체육대회가 개막을 시작으로 한 주 동안의 여정을 시작했다. 11일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이 김해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49개 종목에서 2만9641명이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김해를 포함해 75개의 경남 권역의 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린다.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정부와 대한체육회의 신경전이 드러난 개회식이었다. 총리실과 대한체육회를 통해 비위 조사·공익 감사 청구를 주고받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날만큼은 서로 옆자리에 앉았지만, '동상이몽'의 발언을 이어가는 등 아슬아슬한 파열음을 이어갔다.

우주·항공 산업이 발달한 경남에 걸맞는 '드론 쇼'도 볼거리였다. 드론이 은하 모양으로 반짝이다 우주인의 모습으로 빛나며 성화를 점화하는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하여금 장관을 연출했다. 하지만 성화가 제 때 켜지지 못한 것은 옥의 티였다.

갈등 중 정부 - 체육회, '신경전' 이어갔다

이날 개회식에서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도전을 두고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개회사 및 축사를 통해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최근 국무총리실이 대한체육회의 비위를 조사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한체육회도 감사원에 문체부 공익 감사를 청구, 맞불을 놓았다.

그런 신경전 속에서 이번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2년 전 울산, 1년 전 목포 대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찾은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유인촌 장관 대신 장미란 제2차관이 참석해 개회를 선언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개회사에서 "대한민국 스포츠가 최근 다양한 종목에서 고루 성과를 내며 내실 있는 발전을 이루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 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48년 만의 최소 인원으로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을 거두며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드높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이기흥 회장은 "전국체육대회가 체육 보급 및 세계에 앞장서는 역할을 지속히 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과 체육 가족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며 "여러분께서 스포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고 말하는 등 최근 정부와 대한체육회 간의 갈등을 의식케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반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체육계의 비위를 직격하는 발언을 기념사를 통해 이어갔다. 한 총리는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선수들이 보여준 놀라운 열정과 투혼은 온 국민에게 크나큰 위로와 감동을 선물했다. 우리에게 스포츠가 왜 필요한지 실감케 했다"고 말하며 이 회장과 말을 함께하는 듯 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그러나 파리 올림픽은 어렵지만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남겼다"며 "정부는 체육계에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고 체육 단체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긴 안목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최근 정부와 체육회 간 갈등을 에둘러 언급했다.

'드론 쇼' 우주인이 성화 들었지만... 한 발 늦은 점화 '아쉬움'

▲ 11일 김해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우주인으로 연출된 드론이 성화를 점화하고 있다. ⓒ 박장식


이번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의 주제 공연은 항공·우주 산업과 연관이 컸다. 식전 공연에서부터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에어쇼를 펼치며 현장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성화 최종 점화자 역시 사람 대신 드론 쇼를 통해 구현된 우주인을 내세우는 등 색다른 모습을 이어갔다.

'인간 최종 봉송자'는 김해 출신의 여자 축구 선수인 여민지와 진주여중 축구부가 함께했다. 여민지는 지난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박태준, 경남 고성 출신의 산악인 엄홍길 대장 등에 이어 성화를 이어 받았다. 여민지가 하늘로 성화를 높이 들어올리자 연출된 폭죽이 불길을 이어받아 하늘로 향했다.

수백 개의 드론이 우주 위 은하를 구현한 데 이어, 우주선 속 우주인의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이윽고 우주인이 성화를 들고 직접 성화대에 불을 점화하는 모습을 드론과 폭죽을 활용해 연출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회의 개막을 축하하는 불꽃이 모두 터지고도 정작 성화대 위 불꽃이 한동안 올라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몇 분 동안 붙지 않았던 성화는 다행히도 이윽고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전국체육대회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그럼에도 성화 점화 과정에서의 드론 쇼는 하늘 위에 진짜 은하가 떠 있는 듯, 우주인이 지구를 바라보는 듯하게 사실적으로 구성되면서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성공적인 연출이었다.

이미 경기는 시작... 17일까지 여정 이어간다

전국체육대회가 11일 본격적으로 개막했지만, 이미 10월 3일부터 사전경기가 시작된 가운데 배드민턴 안세영(삼성생명), 태권도 이다빈(서울시청) 등 앞선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사전경기에 이미 출전하는 등 세계 무대를 호령한 선수들이 펼치는 국내 무대에서의 또 다른 도전의 무대에 관심이 쏠린다.

펜싱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6년 만의 전국체전 정상 탈환에 성공하는 한편, 지난 파리 올림픽의 대한민국 선수단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사격 반지현(대구체고)이 정상에 오르는 등 벌써부터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의 소식 역시 이어지고 있다.

전국체육대회의 경기는 김해를 중심으로 한 경남 73개, 상주·대구의 2개 경기장에서 펼쳐진다. 모든 경기는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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