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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엉뚱하거나 기괴한 수사극, 묘한 매력있네

[리뷰] 디즈니 플러스 <강매강>, <지옥에서 온 판사 >

등록|2024.10.13 15:11 수정|2024.10.13 15:11
넷플릭스가 압도적 우위를 선점한 가운데 각 OTT는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 안정적인 시청층을 확보하고자 고심하고 있다. 그 중 디즈니 플러스의 경우 <천 원 짜리 변호사>, <재벌 × 형사>, <악귀> , < 수사반장 1958 >, <화인가 스캔들> 처럼 장르물의 색채가 뚜렷한 작품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11일 공개한 <강매강>과 9월 21일 공개한 <지옥에서 온 판사>는 바로 그러한 디즈니의 취향 저격 콘텐츠들이다.

볼매(볼수록 매력적인) 수사반, <강매강>

▲ 강매강 ⓒ 디즈니


최근 각 OTT가 자신만의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강매강>은 공중파에 공개된 바 없이 오로지 디즈니에서만 볼 수 있는 수사극이다.

<특별근로 감독관 조장풍>으로 MBC 연기 대상을 거머쥔 김동욱, <범죄도시>의 박지환, 그의 이름보다 <킬러들의 쇼핑몰> 등의 캐릭터로 더 각인되는 서현우에 박세완, 이승우, 이 정도로 연기 쫌 한다는 출연진만으로도 <강매강>에 대한 호감도는 급상승한다.

'강매강'은 '강력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강력반'이란 뜻이다. 강력반인데 강력하지 않다니, 무슨 뜻일까.

무중력(박지환 분), 정정환(서현우 분), 서민서(박세완), 장탄식(이승우 분)는 송원서 강력 2팀이다. 1회, 한강에서 잠복 근무를 하던 송원서 강력 2팀, 그런데 범인을 눈앞에 두고 강력 2팀은 강력한(?) 팀워크를 보여준다. 말 그대로 오합지졸, 범인을 쫓겠다고 킥보드를 탔는데 그걸 멈출 줄 모른다던가, 허우대 멀쩡한 형사가 눈치 없이 스스로 형사임을 만천하에 드러낸다던가, 결국 팀의 반장은 이 말도 안 되는 잠복 수사 끝에 범인을 놓친 책임을 지고 섬으로 좌천된다.

말이 강력 2팀이지, 같은 형사들의 비웃음만 사던 강력 2팀은 폐업한 어린이집으로 유배 아닌 유배를 당하는데. 그곳으로 미국 FBI 실무 경험까지 겸비한 동방유빈(김동욱 분)이 수사반장으로 자원한다.

<강매강>은 <하이킥> 시리즈와 <감자별 2013QR3〉,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공동 집필한 이영철, 이광재 작가의 작품이다. 당연히 드라마는 <하이킥> 류의 엉뚱한 코믹의 정서를 기본으로 깔고 간다. 그리고 그 정서를 기반으로 저마다 캐릭터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국가대표 복싱 선수 출신의 무중력, 그의 앞에 범인들이 등장하면 무중력은 바운스를 탄다, 그러면 범인 들머리 위에 무중력의 주먹 펀치값이 숫자로 등장한다. 잠시 후 딱 그 숫자만큼 범인들은 무중력의 카운터에 나가떨어진다. 이렇게 말하면 능력자인 것 같지만 말끝마다 '감인데' 하면서 헛다리를 짚는 무중력은 수사 능력으로 따지면 마이너스이다. 그러면 또 무능력자인가 싶은데 사랑하는 연인과 집안의 반대로 헤어진 후 무중력에게 생긴 독특한 분위기는 뭍 여성들로 하여금 그를 흠모케 만든다. 그의 눈빛 하나에 '증거'를 들고 여인들이 수사반에 들이닥친다.

딸내미 넷을 낳은 짠돌이 생활형 형사 정정환에, 말 그대로 거침없는 하이킥을 내지르는 서민서, 개보다 냄새를 잘 맡는 멀쩡하게 생겼지만 멀쩡하지 않은 장탄식, 거기에 엘리트 동방 유빈의 엉뚱함도 만만치 않다. 이렇듯 <강매강>은 그 캐릭터의 매력과 사연으로 매회 차를 이끌어 간다. 마치 영화 <취권>처럼 허허실실, 코끼리가 뒷받질하다 쥐를 잡듯 유괴사건도, 살인 사건도 해결하며 진짜 강력한 수사반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수사가 끝나고 심판이 시작된다, <지옥에서 온 판사>

▲ 지옥에서 온 판사 ⓒ 디즈니


<강매강>과 달리 <지옥에서 온 판사>는 SBS 금토 드라마로 편성 후 13%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순항 중이다.

<강매강>이 레트로한 분위기에, 하이킥 류의 코믹으로 호불호의 취향을 탄다면, 그에 반해 <지옥에서 온 판사>는 그간 SBS가 금토 드라마로 편성해온 <열혈사제>와 같은 안티 다크 히어로물의 계보를 잇는다.

지옥에서 죄를 지은 자의 심판을 담당하던 유스티티아, 그녀는 지옥으로 떨어진 강빛나를 잘못 심판한 죄로 강빛나(박신혜 분)의 몸을 빌려 인간 세상으로 와서 1년 내에 용서 받지 못할 죄인 10명, 아니 20명을 지옥으로 보내라는 특명을 받는다.

누군가에게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판사 강빛나 대신, 그의 몸에 드리운 유스티티아는 이전의 강빛나와는 180도 다르게 온갖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명품 차를 몰며 화려한 비주얼로 이승의 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20명을 지옥으로 보내지 않으면 진짜 죽는다는데, 판사의 직분을 이용하여 강빛나는 용서받지 못할 죄인을 풀어주기 시작한다.

<지옥에서 온 판사>의 홀수 회차는 범죄자의 잔혹한 범죄에 초점을 맞춘다. 전 남편을 죽이고, 이제 다시 새로 만난 남편을 물 속에 수장시켜 버린 여성, 그것도 모자라 이제 그녀는 남편의 하나 뿐인 아들을 향해 마수를 뻗는다.

아이의 그림일기에서 새엄마의 실체를 깨닫게 된 유스티티아, 아니 현실의 강빛나 판사는 판사의 월권으로 그녀를 풀어준다. 그리고 그녀를 찾아간 강빛나는 그녀가 저지른 범죄를 똑같이 그녀에게 되풀이하고, 그녀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게 만든다. 그녀가 전남편의 눈을 잃게 만들면 똑같이 잃게 만들고, 절벽에서 떨어뜨리면 똑같이 떨어뜨리고, 베개로 숨을 끊는 등, 범인이 행했던 악행을 거듭 되풀이하며 범인 스스로 자백게 하고, 그때 비로소 유스티티아의 진정한 심판이 시작된다.

드라마는 '법'이라는 헐거운 그물을 이리저리 피해 가는, 혹은 법이라는 그물만으로는 그 처벌이 아쉬운 범죄들을 등장시켜, 지옥의 심판관 유스티티아의 가차 없는 심판을 통해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유도한다. 그와 함께 한다온(김재영 분)이라는 우직한 형사와의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로맨스에, 황천 빌라와 그 이권에 얽힌 정재걸 일가, 그로부터 서서히 실마리가 드러나는 진짜 강빛나의 죽음 등 계속 이어지는 진실의 그림자가 흥겹게 시작된 유스티티아의 이승 플렉스에 반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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