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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김밥' 여전, 대마향 담배까지? 심각합니다

마약 관련 용어 사용 금지 '식품표시광고법' 시행에도 여전... 대마향 액상담배도 온라인서 유통돼 심각

등록|2024.10.23 13:42 수정|2024.10.23 13:47

▲ 마약류 상호는 물론 관련 마케팅, 대마맛 향과 맛 담배 유통에도 경각심을 끌어 올려 건강한 사회를 영위할 필요가 있다. ⓒ pixabay


"학생들, 잠깐만.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
"뭔데요?"
"조금 전 '마약 OOO'에서 OOO먹고 나왔잖아요. 음식 이름에 '마약'이란 단어 붙으면 무슨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냥, 정신 나가게 맛있다는 거 아닐까요?"
"맛있어서 정신이 혼미해 진다는 거지"

그 대답을 듣고 잠시 아무 말도 못 했을 정도였다. 살짝 예상은 했지만 중학생들에게 직접 '정신 나가게'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얘들이 이럴 정도면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얘기가 오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잖아도 평소 '마약'이라는 상호가 붙은 간판을 불편하게 봐오던 터에 마침 그곳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나오는 듯한 중학생 서넛과 마주쳤다. 이때다 싶어 물어봤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이 포털 검색으로 서울에 '마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업체가 얼마나 있는지 검색했다. 물론, 폐업 수순을 밟거나 상호를 변경한 업체가 미처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감안했지만 여전히 서울 시내에는 이 '마약'이라는 상호가 여전하다.

서울 시내 '마약' 글자가 붙은 상호명.구글로 간단히 검색해보면 이 시간에도 '마약' 글자가 붙은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는 지난 7월 시행된 '식품표시광고법'을 따르지 않은 것이 된다. ⓒ google


식품안전나라에서 검색한 '마약' 상호를 현재도 사용 중인 업체.서울과 경기도, 부산 등만 검색한 결과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더 많은 업체가 사용 중일 것으로 보인다. 이중 상호 변경을 고려하고 있는 업체 대부분, 프렌차이즈 가맹점이라 현실적으로 빠른 대처가 쉽지 않다. ⓒ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에도 접속해 서울만 한정해 '마약'이라는 상호가 얼마나 있는지도 조회했다. 모두 19개의 업소가 검색됐다. 업종은 일반음식점부터 휴게음식점, 축산물판매업/축산물유통전문판매업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범위를 부산광역시와 경기도까지 넓혔더니 82개 업체가 아직 '마약'이라는 상호로 '영업 중'인 것으로 나왔다.

다시, 동일한 결과에서 운영상태를 '휴폐업'으로 설정해 재검색했다. 모두 137건이 나왔고, 대부분 자진 폐업한 상태였다.

'식품표시광고법' 시행... 사회 곳곳 침투한 '마약 마케팅'

지난 7월부터 간판과 메뉴 등에 마약, 헤로인, 코카인 등 마약 성분이 들어간 용어 사용 금지를 권고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이 시행됐다. 외식업계에서는 뛰어난 맛, 중독적인 맛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마약'이라는 단어를 써 상호나 메뉴판에 넣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마약이 깊이 침투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쓰다보면 불감증으로 이어져 자칫 마약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학원가에서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잠이 오지 않는 약' '집중도를 높여주는 약' '다이어트 특효약'이라며 마약이 곳곳에 스며들어 청소년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0대 마약 사범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다. 2023년에는 10대 마약 사범이 1066명 검거 됐다. 2022보다 무려 263%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마약'을 상호로 사용하는 가게가 많은 것으로 확인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아직 마약이라는 용어를 상호로 사용하는 음식점은 모두 215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번 식품표시광고법 시행에 따라 현행법상 표시, 광고 변경 조치에 따른 재정 지원 조항도 마련돼 간판이나 메뉴판 교체 시 국고에서 지원이나 보조가 가능하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1조 2항을 보면, '식약처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영업자에게 마약류 및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한 표시 또는 광고를 하지 않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또 '식약처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제1항에 따라 표시 또는 광고의 변경 조치를 하려는 영업자에게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마약, 대마, 헤로인, 코카인 등 마약 관련 용어나 마약 관련 식품 표기, 즉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등을 쓰지 않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마잎 표시, 환각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나 광고도 해서는 안 된다. 즉, '마약 마케팅' 자체의 전면적인 금지다.

"간판 교체 등 내년 예산 3억 원 요청했으나 기재부 반영 안 해"

남인순 의원실은 그러나, 식약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시행에 따라 마약 용어가 들어간 간판 교체 등 지원 사업의 내년도 예산으로 국비 약 3억 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점주들 사이에서는 상호와 메뉴판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지만, 모든 게 비용이라 선뜻 나서지 못 하고 있다. 주말에 찾아간 서울 마약OOO A점주는 "그걸 왜 모르겠냐. 하지만 모든 게 비용이다. 장사도 잘 되지 않고, 경기도 어려워 폐업을 고민하는 중인데 지금 간판이 문제냐"며 반문했다.

"정부에서 관련 지원을 한다면 상호를 변경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상호만 변경한다고 되나. 그동안 쌓아온 후기며 이런 거 모두 바꿔야 하는데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면서도 "정부 방침이 그러하니 별 수 없는 것 아니겠나"고 푸념했다.

그래서 왜 그런 단어를 처음부터 붙인 이유가 있는지 묻자 "의도했다기보다 주변에서도 많이 쓰길래 따라 썼을 뿐"이라며 "나도 아이 부모인데 아이가 그렇게 부르면 좀 그렇다"고 후회했다. 또 "배달플랫폼에서도 상호에서 '마약' '대마' 등의 용어를 쓰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간판, 광고, 메뉴명, 제품명 등에 '마약'과 관련한 표현이 있을 경우 부당광고위반여부를 확인,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이후 부당광고가 인정되면 해당 업체는 영업정지, 영업 등록 취소, 과징금 등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호 변경 시 그동안 쌓아온 별점이나 리뷰의 우려에 대한 대안을 지난 해부터 적극 공유되고 있다. 커뮤니티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의 경우 해지할 필요 없이 고객센터나 지역 매니저에게 신청하며 하루 이틀 내 처리된다.

네이버 플레이스도 임의로 삭제하고 재가입하면 블로그 후기와 영수증 리뷰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마이플레이스에서 직접 상호를 변경하거나, 반려 시 문의를 남겨 변경 처리를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다만, 앞에서도 지적했듯 아직 상호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는 대부분 프렌차이즈로, 순차적으로 변경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법 사각지대서 '대마 향 담배'도 활개... 개정안 발의

이처럼 사회적인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마약'이라는 상호나 메뉴 및 제품명에 넣지 않도록 권고와 규제가 들어간 상황에서 '대마맛 액상 (전자) 담배'가 버젓이 온라인에서 유통돼 관련 규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대마 향까지 유통되는 실정이다.

대마향 액상 전자담배 유통 온라인 사이트.누구나 쉽게 대마향 액상 전자담배를 구매할 수 있어 경각심을 올릴 필요가 있다. 마약은 호기심과 관심을 절대 가져서는 안 되며, 한 번 빠져들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 김관식


일부 전자단배 판매점에는 이미 매장 한쪽에 일곱 갈래의 나뭇잎 문양이 그려진, 얼핏 단풍잎과 유사한 그림의 홍보물도 존재한다. 그러나, 전자담배 액상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왜 그럴까? 그렇다면, 담배로 규제할 수 있을까?

담배사업법 제2조 제1호를 보면,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합성 니코틴(공산품)'을 이용한 액상형 전자담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따라서 전자담배 액상은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식품표시광고법 대상도 아닐 뿐더러, 담배로도 규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시장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 담배가 자칫 일반인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손쉽게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이는 마약 투약 등의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20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 '담배사업법 일부개정안' 5건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개정안은 합성 니코틴을 담배에 포함하고 모든 담배의 포장이나 광고에 마약류의 명칭이나 그와 유사한 용어와 문구 등을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마약이 무분별하게 학원가까지 확산되며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마약 용어에 대한 상호는 이와 관련한 사회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다. 게다가, 대마의 향을 경험할 수 있게끔 한다는 것 자체가 마약에 대한 관심과 가능성을 높일 우려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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