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도심 속 신비로운 팔현습지, 아이들에게 물려줘요"

대구 팔현습지 시민탐방단 10월 탐방 이어져 ...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등록|2024.10.14 11:24 수정|2024.10.14 11:33
"어제의 경험은 신비 그 자체였어요. 신비롭다는 말을 어른이 되고서는 거의 써본 기억조차 없는데 팔현습지 자연의 친구들을 만나니 신비로움 그 자체였어요. 남편이 어릴적 여름이면 금호강에서 늘 수영을 했다고 말했는데, 그 시절 잡으며 놀던 그 조개와 사진에서만 보던 대왕조개들을 보니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신비로웠어요. 물속으로 주저없이 들어가 버렸어요.

이런 경험을, 추억들을 우리 애들이 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값진 경험이에요. 소중한 우리 팔현 생명들의 터전, 대구의 심장 소중히 지켜지길 바라봅니다. 고향 떠나 지칠 때 돌아오면 그대로 있을 도심 속 고향 같은 곳 꼭 지켜내길 기원합니다."

지난 12일, '팔현습지 시민탐방단'으로 현장을 찾은 초등학생 예준이 어머니 정혜정 씨의 후기다. 글 속에 이날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의 여운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런 경험은 더욱 널리 공유될 필요가 있다. 팔현습지 시민탐방단의 탐방이 필요한 이유고, 이 탐방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팔현습지 시민탐방단의 팔현습지 탐방 계속 이어져

▲ 예준이가 물 속으로 들어가 민물조개를 잡아보고 있다. ⓒ 황정화


이날도 두 가족 포함해서 15명의 대구 시민이 모였다. 남구와 수성구 그리고 동구의 주민들이 팔현습지가 궁금해서 찾은 것이다. 한두 번 다녀간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처음이었다.

이들이 찾은 동구 방촌동에서부터 강촌햇살교 건너 들어가 만나는 팔현습지는 생물다양성이 풍푸한 가장 핵심적인 생태공간이면서 제봉이란 야트막한 산지와 금호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구간이라 특히 아름답다.

▲ 초등학생인 예준이가 강에서 잡은 민물조개를 보여주고 있다. 뒤에서 예준이 어머니도 민물조개를 찾아보고 있다. ⓒ 정수근


▲ 탐방단이 팔현습지에 자연스레 형성된 하천숲을 둘러보면서 수리부엉이 서식처로 이동하고 있다. ⓒ 정수근


전체 8㎞ 정도에 이르는 팔현습지 중 이곳(대략 2㎞)에서만 금호강 대구 구간 전체(42㎞)에서 발견된 법정보호종 14종(환경부 제3차 자연환경조사)보다 더 많은, 19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수달과 담비 등)이 살고 있단 사실이 대구환경운동연합의 생태조사에서 밝혀졌다.

특히 이곳을 대표하는 깃대종은 수리부엉이인데,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가 팔현습지 하식애에 둥지를 트고 오랫동안 살고 있다. 이는 이곳이 최강 포식자 중 하나인 수리부엉이 부부가 안정적으로 먹이활동을 하면서 살 수 있는 환경을 이루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은 다양한 텃새부터 겨울이면 각종 오리류들이 찾는 철새도래지이기도 하다.

이날 탐방객들은 야행성인 이들이 하식애 한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을 필드스코프 망원경으로 직접 관찰했다. 또 저녁무렵엔 사냥을 위해 하식애로부터 날아오르는 수리부엉이 모습도 직접 관찰하는 행운도 누렸다.

▲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가 둥지를 트고 살고 있는 팔현습지 하식애 ⓒ 정수근


▲ 수리부엉이를 멀리서 필드스코프로 관찰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두들 신기한 듯 감탄한다. ⓒ 정수근

▲ 수리부엉이 암컷 '현이'가 팔현습지 한편에서 저녁 사냥을 위해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정수근


야생의 수리부엉이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특히 도심 한가운데나 다름없는 이곳 대구 동구의 주택가 바로 지척에서 야생의 수리부엉이를 만난다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이는 이들이 살고 있는 팔현습지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팔현습지를 지키고자 이곳을 다녀간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팔현의 친구들'은 이곳이 하루 빨리 국가습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그래야 이곳에서 더 이상 '삽질'이 자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발 '삽질' 막아내고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이날 이들은 "시민 여러분, 어서 이곳으로 달려와 환경부발 '삽질'인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 막아내고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만들어 우리 아이들에게 팔현습지를 고스란히 물려주도록 합시다.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지정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날 탐방은 수리부엉이 부부를 만나고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피난처라 일컬어지는 야생 존재들의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 왕버들숲까지 가보는 것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예정대로 보도교 공사가 시작되면 베어져 사라질 숲이다.

▲ 왕버들숲에서 죽은 한 왕버들에 딱따구리가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놓은 일명 딱따구리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 정수근

▲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 정수근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이 숲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환경부가 저지르려 하는 보도교 사업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이날은 시민탐방단이 이러한 사실을 듣고 마음에 깊이 새기면서 모두 함께 이곳을 지켜내고자 다짐하고 기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마지막으로 이들이 팔현습지 왕버들숲 현장에서 함께 외친 구호가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팔현습지가 영원히 지켜지기를 함께 기도해본다.

▲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 왕버들숲을 둘러보고 나오고 있다. ⓒ 정수근

▲ 팔현습지 왕버들숲에서 오색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나무를 쪼면서 먹이를 찾고 있다. ⓒ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