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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의심... 윤 정부가 무력충돌 위기 방치하는 진짜 이유?

[정욱식의 진짜안보] 윤석열 정부, 결자해지로 전쟁위기 수습해야

등록|2024.10.14 18:15 수정|2024.10.14 18:15
제 의견을 피력할 때에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혹은 '조선'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조선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윤석열 정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의 필요성을 말합니다. 대화는 말 그대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인데, 상대가 반감부터 갖게 되는 표현은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무너진 남북관계와 위기에 처한 한반도 평화를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적대성의 완화와 대화 재개가 필수적입니다. 서로 '제 이름 부르기'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합니다.[기자말]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2024.10.1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한국과 조선(북한) 당국의 '치킨 게임'이 설전을 지나 실제 무력충돌 위험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발단은 조선 외무성이 11일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한국의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선 "그런 적이 없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1시간 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낸 공식 입장은 "확인해 줄 수 없다"였다. 위험한 심리전에 돌입한 것이다. 특히 합참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조선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맞대응으로 대북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이용한 전단 살포에 나서고 이를 군당국이 묵인·방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동반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조선의 오물 풍선에 "군사적 조치"를 운운하고 무인기 평양 침투 주장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NCND(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를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력충돌과 확전 가능성 높아지고 있어

▲ 북한 외무성은 11일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중대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대북전단)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청사구역 상공에서 삐라를 살포하는 적무인기"라고 쓰여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러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2일 담화를 내고 "한국 국방부는 주범 내지는 공범"이라고 비난하면서 평양에서 한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면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위협 수준을 높였다.

특히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KBS의 일요진단에 출연해 "북한 주민은 가난하고 잃을 게 별로 없지만 북한의 모든 의사결정을 틀어쥔 김정은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강력한 권력이 있다"라며 "우리가 김정은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제거 위협이 조선의 무력도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온 발언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치킨 게임'의 수위를 높일수록 정작 한반도 주민들의 안위는 백척간두에 서고 만다. 더구나 이런 식의 화법은 국제법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실제로 평양 침투 무인기의 정체와 진실은 오리무중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무력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 총참모부는 국경 부근 완전무장 8개 포병여단이 사격대기 태세로 전환했다며, 그 사유로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 대상물을 타격하는 상황, 타격으로 인해 무력충돌로 확대되는 상황"을 언급했다.

이는 우발적 무력충돌 및 확전의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군사적 긴장과 적대감이 극도로 고조되면 조선군이 휴전선 부근에서 무인기뿐만 아니라 대북 전단 풍선이나 새를 무인기로 오인해 타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선군의 방공 탄환이나 포탄이 남측에 떨어지면 한국군이 대응 사격에 나서고 확전이 일어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

▲ 북한이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9일부터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되게 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사진은 이날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 초소 ⓒ 연합뉴스


기우이길 바라지만, 언제든 무력충돌이 발생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남북 당국의 적개심과 군사적 준비태세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과거엔 이렇게 위기가 고조되면 물밑에서 대화를 시도하거나 제3자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오늘날에는 이조차도 찾아볼 수 없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지만, 발단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풍선 살포에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은 오물과 쓰레기를 담은 대남 풍선 살포로 응수했고, 한국 군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조선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틀었다. 이렇게 양측에서 보내는 풍선과 틀어대는 확성기 방송이 한반도를 어지럽히고 소란스럽게 만드는 사이에 급기야 무인기 소동까지 가세하고 있다.

조선의 언행도 유치하고 위험스럽지만, 위기관리와 무력충돌 방지에 도통 관심을 보이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정권안보'를 위해 국가안보상의 위기를 일부러 조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게 낭설이라면, 윤석열 정부는 풍선이나 무인기를 이용한 대북 전단 살포를 제지하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조선에 상응조치를 요구하면 된다. 그런데도 조선의 호응이 없으면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국민통합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다. 오늘날 남남갈등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정부가 할 바를 하지 않으면서 조선과 국내의 비판·저항 세력을 싸잡아 비난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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