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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재가동 철회' 결의안 채택 세종시의회... 대단한 결심

[천막소식 166~167일차] 막개발 예산 잘 검토하지 않고 통과시키는 다른 의회와 달랐다

등록|2024.10.14 13:30 수정|2024.10.14 13:33

돌탑을 쌓는 아이한 아이가 돌탑에 올릴 자갈을 찾고 있는 모습 ⓒ 김정래


"이리와 봐! 이거 같이 하자!"

돌탑을 신중하게 쌓던 한 아이가 잘 안되자 다른 아이들에게 함께 하자고 손짓을 한다. 금강생태기행에 참가한 아이들이 세종보 천막농성장에 와 휘둥그레 바라본 것은 지천에 널린 가지각색의 자갈들이었다. 물수제비를 뜨고, 돌탑을 쌓으려고 아이들이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돌 고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글자나 멀리서 차 타고 가다가 조망하는 모습의 '강'이 아니라 온몸으로 만나는 강이다. 맨손으로 돌을 만져보고, 흐르는 강을 가까이에서 본다. 물살이가 어디 사냐고 묻기도 하고, 새들이 나는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살아있는 강'을 만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 뿌듯한 일이다.

천막농성장은 강이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간임을 배워가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누려야 할 강이기에, 지금의 어른들이 잘 지키고 물려줘야 할 터전이다. 또 세종시에 사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물려받아야 할 금강이기도 하다.

세종시의회, 세종보 재가동 철회 및 금강 수생태계 보호 결의안 채택

▲ 세종특별자치시의회는 11일 제9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이순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종보 재가동 전면 철회 및 금강 수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세종시의회가 지난 11일 열린 제93회 임시회에서 이순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종보 재가동 전면 철회 및 금강 수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회가 세종시의 금강 개발행위 중단과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세종보 재가동 결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금강 수생태계 보호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순열 시의원은 금강의 세종권역을 보호해야 할 세종시가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라는 화려한 포장에 매몰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종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녹조 등 수질 예산이 낭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개하고 후진적인 개발 행위는 어떠한 변명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미래세대에 끼칠 해악을 누구에게 책임질 것인지를 묻기도 했다.

지금까지 본 여느 지자체 의회는 시장과 결탁해 막개발 예산을 제대로 된 검토없이 통과시키는 모습들이었는데, 이번 세종시의회는 여느 지자체 의회와는 다른 선택을 했다. 금강을 세종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누려야 할 권리로 알고 잘 지키려는 어른들의 결단이기도 하다. 그 결심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연을 정략의 대상으로, 자기 정치 욕망을 실현할 도구로 보는 또 다른 어른들이 떠올라서였다. 우리는 이제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자전거로 달려본 금강… 아이들의 눈에 담긴 생명의 날갯짓

▲ 참가자들이 돌탑을 쌓는 모습. 강을 손으로 만지며 경험하는 아이들! ⓒ 김정래


"와~ 가마우지떼가 지나가요!"

지난 12일, 금강생태기행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금강에 다다르자 마치 환영하듯 가마우지떼가 금강을 횡단해 지나갔다. 아이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가마우지떼의 모습을 지켜봤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강에 오니 비로소 보이는 장면들이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눈망울에 가마우지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다.

이응대교부터 자전거를 타고 금강길을 달려온 아이들은 강가에 서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 물수제비를 던지고 놀기 시작했다. 강변에 잔뜩 깔린 자갈은 색도 모양도 모두 달라 아이들의 시선을 단박에 잡아끌었다. 보물찾기도 하고, 돌탑도 쌓으며 아이들은 강 놀이에 흠뻑 빠졌다. 핸드폰도 장난감도 필요없는 생태놀이터 그 자체였다.

우리동네 금강생태체험금강생태체험에 참가한 세종시민들 ⓒ 김정래


강변에 내려와 본 아이들이 또 부모님들과 이 자리를 찾기를 바란다. 강이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곁에 있는 존재임을 느꼈기를 바란다. 세종보 재가동이나 이런 어려운 문제는 어른들의 몫이길, 아이들은 그저 흐르는 금강을 보며 자연의 온기와 품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넉넉한 가을바람을 맞고 강변에 즐비한 돌을 던지며 복잡한 생각 없이도 마냥 채워지는 그 경험을 오랫동안 기억하길 바란다.

▲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강. ⓒ 박은영


'물에서 미역 냄새가 나네'

그라운드골프장 단골이셨던 어르신 한 분이 강변을 내려와 보시고는 한 말이다. 뜨거웠던 대청호 녹조, 아직 쓸려내려가지 못한 뻘들의 영향일 것이다. 처음 천막 칠 때 꽤나 경계하시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강가에도 내려와 보시니 그것도 보람찬 일이다.

아이들 재잘거림이 아직도 강변에 남아 있는 듯, 생기가 넘친다. 그 기운을 받아 또 활기차게 이후의 일들을 이야기해 본다. 아이들이 놀고 가는 강, 언제든 내려와 쉴 수 있는 강을 꼭 지켜내고 싶다.

겨울의 숨소리가 가끔씩 '나 오고 있어'하고 한 김 내뿜는 아침이 어색하지 않다. 그래도 우리는 여기에 앉아, 그 겨울을 기꺼이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과 외칠 것이다.

흘러라, 금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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