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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위원의 수상한 심의...여기도 고발 사주?

[언론장악카르텔 추적 17] 공언련 출신 홍세욱 , 공언련 가맹단체가 신고한 공영방송 이사 청탁금지법 위반 결정 참여

등록|2024.10.15 07:02 수정|2024.10.15 07:02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편집자말]

▲ 국민권익위원회 ⓒ


윤석열 정부 언론장악카르텔의 중심으로 주목받는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출신 변호사가 공영방송 이사장 해임과 검경 수사를 촉발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결정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공언련 소속 단체가 문제를 제기한 안건 심의에해당 변호사가 참여해, 공정성 논란은 물론 고발 사주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권익위는 2023년 8월 남영진 KBS 이사장, 11월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올해 3월 유시춘 EBS 이사장을 두고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다. 권익위 결정 이후 남영진 KBS 이사장은 지난해 8월 해임됐고, 권태선 이사장과 유시춘 이사장은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는 권익위가 유시춘 이사장의 5000원짜리 식권까지 문제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언련 법률지원단장 출신 홍세욱 권익위원이 한 일

<오마이뉴스> 등 5개 언론사가 참여한 언론장악 공동취재단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권익위 분과위원 명단을 분석한 결과, 공언련 발기인이었고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권익위 홍세욱 비상임위원이 공영방송 이사 청탁금지법 위반 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공영방송 이사 3명에 대한 권익위 결정은 권익위 2분과가 맡았는데, 홍세욱 위원은 이 분과위원 3인 중 1인이었다.

▲ 국민권익위원회 홍세욱 비상임위원 ⓒ 국민권익위원회


홍 위원은 윤석열 정부 이후 출범(2022년 6월)한 공언련의 발기인, 이사회, 운영위원회, 법률지원단장에 이름을 올렸다. 공언련은 보수 성향의 소수 노조 KBS노동조합, MBC제3노조,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등을 가맹단체로 두고 있으며, 경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은 홍 위원이 변호사 시절 만든 단체다. 홍 위원은 공언련 출범 3개월 뒤인 2022년 9월, 국회 추천으로 권익위 비상임위원이 됐다.

홍 위원의 이런 경력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공영방송 이사 청탁금지법 위반 문제를 제기한 단체가 공언련 가맹단체이기 때문이다. 남영진 전 이사장과 권태선 이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한 주체는 공언련 가맹단체인 KBS노동조합과 MBC 제3노조다. KBS노조는 2023년 7월 남영진 이사장을, MBC 제3노조는 2023년 9월 권태선 이사장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그런데 공언련 출신인 홍 위원은 이들 단체가 제기한 안건의 의사결정 과정을 '회피'하지 않고 참여했다.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분과위 심의·의결 이해당사자는 위원에게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해당 사안에 관해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관여하거나 관여했던 경우 위원은 회의에서 제척된다는 조항도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홍 위원이 회피하지 않은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희영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는 "권익위법에 명시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에 명백하게 해당된다. 회피 대상이라 본다"며 "최근 권익위가 특정 진영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순 변호사도 "윤리적 측면에서 부적절하고 외부에서 볼 땐 불공정한 심의·의결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권익위를 장악해 놓은 다음 공언련 쪽에서 신고하면 받아서 심의·의결하라고 하는 소위 고발 사주를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권익위에 신고를 당한 권태선 이사장은 "당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위반)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이런 결정을 누가 내렸나 황당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분이 참여했다니 상식 밖"이라고 말했다. 유시춘 이사장도 "정황으로 미뤄보면 저를 해임하기 위해 여권 측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면서 "왜 이렇게까지 EBS를 정쟁의 한복판으로 끌고가려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홍 위원이 그동안 공언련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점도 공정성 논란을 키우는 요인이다. 2022년 7월 27일 공언련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과 주요 간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는데 당시 기자회견에서 홍 위원이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이틀 후인 7월 29일 박성중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공언련이 공동으로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홍 위원은 "지난 수요일 저희가 KBS, MBC, 연합뉴스에 대해 고발을 진행했다"며 "KBS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중략) MBC, YTN, 연합뉴스의 경우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수성향의 인터넷언론 <뉴데일리> 칼럼도 연재했는데 <줄여야 할 것은 종편이 아니라 '불공정' 공영방송>(2022년 4월), <민노총 언론노조는 주관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을 구분 못하나>(2022년 7월) 등 공언련 성명과 유사한 논리로 공영방송을 비판해 왔다.

홍세욱 "권익위 규정에 따라 심의, 특별히 문제 없다고 생각"

홍 위원은 규정에 따라 심의했고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11일 공동취재단과 한 통화에서 "규정에 따라 (심의)했고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며 "근거를 설명드리기는 좀 그렇고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진행을 했다"고 말했다. 분과위원 선정에 대해선 "그것은 위원장, 사무국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른다, 제가 행정 쪽을 담당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 위원은 그러면서 공언련과 연관성에 대해 "발기인 이후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라며 "활동을 안 했는데 공언련에서 계속 이름을 넣어 예전에 한 번 빼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원 임기 중에 참석한 공언련 주최 토론회의 경우 "요청이 들어오면 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직책(권익위원)과 그것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익위가 윤석열 정권 방탄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드러났다"며 "공언련 쪽 단체들이 신고를 넣고, 그 단체 출신 인사가 사건을 의결한 것이라, 사실상 고발 사주와 다를 게 없다"라고 지적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봉지욱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박강수(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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