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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대회 제패 이어 17년 만의 통합우승 정조준한 DB산성

올시즌 우승후보 면모 과시, 트리플포스트 가동시 공수전환 문제점 보완해야

등록|2024.10.14 15:40 수정|2024.10.14 15:41
프로농구 원주 DB가 창단 최초로 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올시즌도 강력한 우승후보의 면모를 과시했다. DB는 지난 10월 13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 DB손해보험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수원 KT를 77-67로 제압하고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DB는 김주성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난 2023-24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오프에서는 '슈퍼팀'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부산 KCC의 '5위 돌풍'에 휘말리며 4강에서 허무하게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올해 컵대회에서 창단 첫 정상에 오르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못다 이룬 우승의 한을 다소나마 풀었다.

DB는 지난 시즌 에이스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이 중국 리그로 떠났다. 로슨은 지난 시즌 토종빅맨 강상재-김종규와 호흡을 맞춰 강력한 트리플포스트를 구축하며 1옵션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그의 빈 자리는 커보였다. 대신 DB는 KBL에서 검증된 장신빅맨 치나누 오누아쿠를 영입하며 로슨의 공백을 메웠다.

오누아쿠는 이미 2019-20시즌에 DB에서 뛴 경기력이 있는 친정팀인 데다, 지난 시즌에는 고양 소노에서 활약하며 KBL 무대가 익숙한 선수다. KT와의 결승전에서 오누아쿠는 24득점 1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선정됐다. 현재 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자밀 워니(SK)와의 맞대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빅맨이라는 것도 오누아쿠의 장점이다.

지난 시즌 아시아쿼터 출신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이선 알바노의 기량도 여전하다. 알바노는 4경기에서 평균 15.8점 9.3어시스트 2.8스틸을 기록하며 오누아쿠와 함께 DB의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어시스트는 2020년부터 시작된 컵대회 역사상 최다 기록이었다. 다재다능한 육각형 포워드였던 로슨보다는, 정통빅맨에 가깝고 패스를 받아먹는데 능한 오누아쿠와의 2대 2플레이가 알바노에게는 더 호흡이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DB는 로슨과 재계약이 불발되고 두경민이 LG로 이적했지만, 그래도 알바노, 김종규, 강상재 등 기존 주축 선수를 상당 부분 지켜내며 성공적인 비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컵대회에서는 강상재와 박인웅 등 일부 핵심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여전히 견고한 전력을 과시했다.

새롭게 합류한 베테랑 이관희도 KT와의 결승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19득점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이관희는 지난 시즌 DB가 두경민에게 기대했던 듀얼가드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득점력이 있고 경기운영 능력도 갖춘 이관희는, 리딩가드인 알바노 쪽이 막혔을 때 외국인 선수와의 투맨게임을 통하여 대신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카드다. 주전과 식스맨을 오갈 수 있는 이관희의 합류로 DB는 지난 시즌에 비하여 선수 운용의 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

여기에 정규리그 개막에 맞춰 강상재까지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DB는 더욱 강력한 진용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컵대회에서 오누아쿠와 김종규의 트윈타워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갔다면, 스트레치형 포워드인 강상재가 가세한다면 외곽에서의 로테이션 플레이와 미스매치를 활용한 옵션까지 추가되며 막강한 트리플포스트가 완성된다.

다만 로슨에 비하여 느리고 활동반경이 제한된 오누아쿠를 중심으로 한 수비 전술과 트리플포스트 가동시 공수전환의 문제점은 보완해야 할 대목이다.

이제 DB의 다음 목표는 지난 시즌 못 이룬 통합우승이다. DB는 김주성 감독이 입단한 2002년 이후 은퇴할 때까지 통산 6회의 정규리그, 3회의 챔프전 우승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KBL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우승뿐만이 아니라 김주성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16시즌 동안, DB가 최소한 6강 이내에 들지 못한 것은 불과 3번 뿐이었다.

하지만 DB는 김주성 감독이 은퇴한 2018년 이후로 최근 5시즌간 DB는 4번이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만큼 한동안 부침을 겪었다. DB의 마지막 우승은 김 감독의 현역 시절이던 2007-2008시즌이 마지막으로 벌써 16년 전이다.

이후로는 준우승만 4번(2010-11, 2011-12, 2014-15, 2017-18)이나 기록하는데 그쳤다. 특히 2011-12시즌과 2017-18시즌, 지난 2023-24시즌까지 3번이나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 결정전 우승에는 번번이 실패하는 아픔을 반복해야 했다.

올시즌 DB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만한 팀으로는 역시 지난 시즌 챔피언 KCC가 꼽힌다. 라건아가 떠났지만 타일러 데이비스, 디온테 버튼 등 검증된 경력의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고, 최준용-송교창-이승현 등 국가대표급 라인업은 부상만 없다면 최강의 전력임을 증명했다. 이밖에도 허훈을 앞세운 수원 KT와, 세대교체에 성공한 현대모비스 등이 다크호스가 될 전력으로 꼽힌다.

DB는 19일 서울 삼성과의 개막전을 통하여 2024-25시즌에 돌입한다. 새롭게 진용을 가다듬은 김주성의 뉴 DB산성은 과연 지난해 못 이룬 통합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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