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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정 수십 그루, 잎 있는 가을에 '닭발나무' 만들어 논란

창원 사파고등학교, 10월 초에 왕벚나무 등 작업... 조경전문가, 여러 문제 지적

등록|2024.10.14 15:38 수정|2024.10.14 15:38

▲ 창원 사파고등학교 교정 나무 가지 자르기. ⓒ 윤성효


경남 창원지역 한 고등학교가 교정에 심어져 있던 왕벚나무, 메타세쿼이어 등 나무를 거의 둥치만 남기고 가지를 대부분 잘라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창원 사파고등학교가 지난 10월초 연휴 동안, 조경업자를 통해 교정에 있던 나무의 가지를 자르는 작업을 벌였다. 학생 안전을 위해 등교하지 않았던 날짜를 택해 진행되었던 것이다.

가지가 잘려나간 나무는 수십 그루에 이른다. 현재 이 학교 담장 너머로 보이는 나무는 가지자르기를 심하게 했을 때 부르는 '닭발나무'가 되어 있다.

사파고 행정실 관계자는 "몇 년 동안 가지자르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메타세쿼이어와 왕벚나무는 키가 커서 학교 창문 유리창을 덮기도 하며, 담을 넘어 아래 쪽에 주차해 놓은 차량에 가지가 떨어져 피해를 주는 민원이 발생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창원교육지원청 통합지원센터에 신청해 현장 조사 등 과정을 거쳐 결정을 했고, 평일에 작업할 수 없어 지난 연휴 때 했다"라며 "작업을 하기 전에 나무 영양제를 투입하고, 수거도 제대로 처리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무 가지자르기 시기와 대상을 두고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을은 나무에 잎이 있는 시기이며, 가지 자르기는 대개 겨울이나 이른 봄철까지 해야 하기에 지금이 적기가 아니라는 것이며, 왕벚나무는 잘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정기 조경전문가는 "왕벚나무는 상처치유, 곧 가지재생 능력이 매우 취약하다. 줄기와 가지가 잘린 자리에 새움이 돋아 새 가지와 잎을 만들어내는 맹아력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서 '벚나무 자르면 바보, 매실나무를 안 자르면 바보'라는 조경업계 격언이 있다"라며 "그러나 공간인 입목지점과 수종에 따라 전정이 필요할 땐 특히 굵은 가지와 줄기를 자르는 '강전정'일 경우는 수목 휴면기인 11월 하순부터 3월 초순에 절단부위를 전정후처리제(상처보호제)를 도포-발라주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조경전문가는 "사파고의 가지를 자른 나무는 운동장과 본관 교사동 사이에 입목하고 있어서 녹음효용과 열섬완화 기능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전정이 불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꼭 필요하다면, 나무의 휴면기에 하고 후처리제를 도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라며 "지금 시기는 아직 물관과 체관 기작이 살아있으므로 마구 자르고 후처리제를 도포하지 않으면 절단부위에 썩음 현상이 아래로 진행되고 심각할 경우 수형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는 "영양제를 투입했다고 하는데, 잎이 달린 가지가 다 잘려나갔는데 영양제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라며 "나무는 사람과 달리 잎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그 과정에 뿌리에서 물과 양분이 올라간다. 잎이 있어야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노거수를찾는사람들 활동을 하기도 하는 박 조경전문가는 "나무는 90% 유익성과 10% 유해성을 가진다. 유익성은 장점인데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유해성은 단점인데 눈에 바로 드러난다. 10% 단점 때문에 90% 장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 창원 사파고등학교 교정 나무 가지 자르기. ⓒ 윤성효

▲ 창원 사파고등학교 교정 나무 가지 자르기. ⓒ 윤성효

▲ 창원 사파고등학교 교정 나무 가지 자르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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