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교제살인 피해 어머니 "가해남성, 감형 위한 반성문... 억장 무너진다"

창원지법 통영지원, 14일 '거제 교제 살인 사건' 피해 유족측 어머니 법정 진술

등록|2024.10.14 16:25 수정|2024.10.14 16:25

▲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 윤성효


"오는 11월 5일은 효정이의 생일입니다. 태어나서 제 곁을 떠날 때까지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효정이와 저는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대학 졸업하는 것도 봐야 했고, 첫 병원 출근한 것도 봐야 했으며 바른 남자와 결혼해서 손주도 봐야 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소소하게 행복한 것들을 딸과 함께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 예쁜 딸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피고인에게 맞아 퉁퉁부은 얼굴과 멍투성이의 몸으로 눈도 감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효정이만 남아 있습니다. 살고 싶어 하던 효정이의 '나 살 수 있지 엄마'라는 말이 제 머리 속에서 떠나가질 않습니다."

교제하던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을 거둔 딸의 이름을 부른 어머니가 법정에서 한 말이다. 14일 오후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영석·정혁·윤성근 판사) 심리로,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된 가해 남성 김아무개(20대)씨에 대한 4차 공판에서다.

김씨는 지난 4월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폭행을 가했다. 피해여성은 이레만에 사망했다.

"오늘은 딸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

이날 법정엔 피해여성의 어머니가 나와 딸의 이름을 부르며 진술했다. 어머니는 "오늘은 우리 효정이는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다. 전 엄마로서 효정이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오늘과 내일을 살아가고 있다"라며 "전 효정이의 오늘을 헛되이 살아갈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섰고 의미 없이 보낼 수 없는 하루이기에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가해 남성과 관련해, 어머니는 "피고인은 경찰에 신고된 것만 아홉 번의 폭행을 가했고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한다면 수없이 저희 효정이를 폭행했다"며 "효정이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 이후 부모로써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던지, 이렇게까지 심하게 폭행을 당하는 딸아이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기절해 죽은 줄 알았던 친구의 말에 소름이 돋고 그 순간 저희 효정이가 느꼈을 공포를 생각하니 눈물만 나왔다"라며 "피고인은 자신의 폭행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4월 1일 무단으로 딸아이의 방에 침입해 평소 폭행 습관대로 힘 조절 없이 무자비하게 머리를 폭행해 딸은 뇌출혈을 원인으로 사망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범죄를 저지르면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아홉 건의 경찰 신고를 당했지만 처벌 없이 끝나자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거짓 증언을 하며 재판부를 우습게 보고 있다"며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기회가 있었지만 피고인은 끝내 자신이 계획한 대로 폭행을 한 계획범죄"라고 말했다.

"억울하게 세상 떠난 딸 위해 피고인을 올바른 죄명으로 재판받게 해달라"

어머니는 "저희 딸은 혼자 살고 있으며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피고인은 알고 있었고, 저희 딸은 피고인에 비해 왜소하여 범행에 매우 취약하다. 저희 딸이 자신의 물리적으로 대항할만한 신체적·환경적 여력이 없는 범행에 취약한 상황을 이용해 딸을 폭행했다"며 "피고인은 교제 중인 여자친구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정도로 참으로 잔혹한 범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라고 진술했다.

또한 "저도 자식을 기르는 입장에서 피고인이 정말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저희 딸에게 한 범죄의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심지어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는지도 모르는 피고인은 감형을 받겠다고 저희 가족도 아닌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도 효정이가 잘못해 때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고인은 사람이라면 누군가를 절대로 때려선 안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살인 이후에도 태연히 유행하던 드라마를 보며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오히려 기분이 나쁘다는 말을 친구에게 했다"며 "그런 피고인이 어떻게 반성을 할 수 있겠느냐. 제 딸은 이제 살아올 수도 없는데 피고인은 감형을 위해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을 보며 부모로서 억장이 무너져내린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에 대해, 어머니는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효정이를 위해 제가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피고인을 올바른 죄명으로 재판을 받게 하는 것과 판결문에 저희 효정이는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담기는 것뿐"이라며 "피고인이 저지른 죄에 대해 어떠한 선처가 있어서는 안되며 엄벌에 처해주길 간청드린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는 "마치 딸아이에게 잘못이 있어 살인했다는 피고인의 살인 동기가 판결문에 그대로 남지 않기를 간곡히 요청 드린다"라며 "사법부를 우습게 보고 있는 피고인에게 사법부가 공정한 곳이고 죄를 지으면 죄에 맞는 마땅한 벌을 내린다는 것을 알려주기를 간청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 때 가해자 측 변호사가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는 게 부담이 된다"라고 하자 유족 측 어머니는 "나도 부담이다. 이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족과 경남여성회, 여성의당 경남도당 등 여성단체들은 가해 남성의 혐의를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공판은 10월 24일 오후 1시 40분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열린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