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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지 않았던 질병도 다시 나타나... 만반의 준비 해야"

노동환경에서의 생물학적 유해요인에 관한 ILO 협약 ③

등록|2024.10.15 09:44 수정|2024.10.15 09:44
[인터뷰] 베로니카 블랙 호주 간호조산사 노동조합 뉴사우스웨일스 지부 노동안전보건 팀장, 리프다 아잠 남아프리카 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 인터뷰

지난 6월 3일부터 14일까지 국제노동기구(ILO)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기준설정위원회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거기에 참석한 노동자그룹에는 각국의 노동조합연맹, 국제노총, 국제 산별노총 활동가, 노동조합 추천 활동가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더 많은 범위의 노동자를 더 넓은 생물학적 유해요인으로부터 보호하고자 노력했고, 이제 자국에 돌아가 새로운 기준을 국내 법과 제도, 그리고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분투 중이다. 9월 18일과 19일, 호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두 활동가와의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이번 총회에서의 주요 논의, 앞으로 각국에서의 과제 등을 들어보았다.

베로니카 블랙(Veronica Black)은 현 호주간호조산사노동조합 뉴사우스웨일스 지부의 노동안전보건 팀장으로, 30년 차 노동조합 활동가이고, 리프다 아잠(Riefdah Ajam)은 남아프리카 전국노동조합연맹에서 26년째 활동 중으로, 현 사무총장이다.

▲ 베로니카 블랙 호주 간호조산사 노동조합 뉴사우스웨일스 지부 노동안전보건 팀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리프다 아잠 남아프리카 노동조합연맹 사무총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코로나19가 불러온 전 지구적 노동자 건강 위기

코로나19 팬데믹은 일터에서의 생물학적 유해요인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ILO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병원 노동자들은 환자로부터의 감염, 환자에게 감염시키는 문제 등으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은 당시 노동자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고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갖추는 데 필요한 모든 논의에 참여했다. 아잠 역시 팬데믹 시기에 정보가 없는 유해요인과 질병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블랙 : "코로나19 백신이 만들어지기도 전 불안한 시기에, 간호사들에게 적합한 개인보호구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새로운 연구를 읽고 보건노인복지부와 지속적으로 회의를 열었고요. 조합원들을 위해 안전하게 일할 권리, 개인보호구 마련 필요성, 치료받을 권리를 알리는 데 집중했어요.

ILO 회의에서 새 기준을 마련하기 전에 호주에서는 노동자 대표, 정부 대표, 사용자 대표가 모인 3자 의사결정 기구 "Safe Work Australia"를 통해 법규에 필요한 개정 사항이나 건강과 안전에 관한 규제 프레임워크에 공백이 있는 부분을 검토했어요. 광범위한 안전보건 법규정이 있었지만, 일터에서 생물학적 유해요인을 관리하는 구체적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중요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ILO 총회 전에 호주 노동조합 전반에 ILO에서 어떤 논의가 있을 예정인지, 어떤 의제가 있는지 등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했어요. 정부와도 만나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정부에 알리고, 정부가 입장을 바꿀 수 있게 하기도 했어요. 사용자그룹과도 만났고요."

아잠 :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생물학적 유해요인 논의가 더욱 활발해진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상사태가 생기고 대비책을 마련하면서부터였어요. 공공부문, 또 일부 민간 부문 노동자들이 옥외 노동을 하고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에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정부와의 논의에서 노동조합이 대응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해 모든 노동자를 보호하려고 했습니다."

생물학적 유해요인이라는 새 기준 마련

이번 ILO 총회 기준설정위원회에 참여하며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 모두 가장 먼저 새 기준이 협약 형태로 결정되었다는 점을 꼽았다. 이 기준은 '권고로 보완한 협약' 형태로 결정되었고, 내년에 완성된다. 각국 정부가 비준하게 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블랙 : "무엇보다 이번 총회에서 생물학적 유해요인 기준을 권고로 보완한 협약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비준하게 되면 각 정부에 구속력이 생기니까요. 생물학적 유해요인을 상당히 폭넓게 정의했다는 것도 의미 있었어요. 전염병 정도로만 한정하지 않고 훨씬 더 넓은 범위로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곰팡이나 다른 식물성 물질 노출까지 포함시켰죠. 질병 정의에서 정신적 피해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 것 역시 큰 의미가 있어요. 이건 코로나19 기간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던 저희 조합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어요. 여성들이 유해요인에 다르게 영향을 받는데, 생물학적 유해요인에 대한 노출을 살펴볼 때 젠더를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잠 : "권고로 보완한 협약이 만들어졌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 ILO 회원국들은 (비준 이후) 노동자 대표, 사용자 대표 단체와 협의해 생물학적 유해요인이 국내법, 관행과 부합하도록 만들어야 할 의무가 생기고, 국가 안전보건 정책에 통합해야하니까요. 또, 데이터 수집에 대한 조항이 포함되는 것도 중요해요. 앞으로 데이터 수집에 생물학적 유해요인이 포함될 것이기 때문에 직업병, 산업재해 기록 및 통지 등이 이루어져야 해요."

ILO 총회 이후의 각국의 논의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2025년 ILO 총회가 끝나면 이 기준은 협약 형태로 발표된다. 각 정부가 생물학적 유해요인 관련 법제도를 마련하도록 두 활동가의 노동조합은 정부, 사용자단체와 토론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블랙 : "최근 ILO에서 내년 논의를 위한 협약안을 호주 정부에 보내왔고 노동자그룹 역시 의견을 제출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은 그 답변을 작성 중이에요. 호주 법률과 관련해서는 생물학적 유해요인에 관한 실무 규범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어요.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보건 전반을 광범위하게 다루기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아요.

생물학적 유해요인 정의, 관리 방법, 사업주의 의무, 정부의 관리 등을 실무 규범에 넣을 생각입니다. 성적 괴롭힘에 관한 문서에서 성폭력을 관리하기 위한 사업주의 의무나, 고소작업을 할 때 안전띠 착용, 지붕 가장자리를 보호한다는 부분이 들어가는 것처럼 자세히 설명하는 겁니다. 정부와 함께요. ACTU(호주노총)가 정부, 사용자그룹과 3자협의체인 Safe Work Australia에서 논의하는데 저도 거기 속해있어요."

아잠 : 남아공에서는 인간공학 및 생물학적 유해요인 관련 하위 법률을 만드는 것, 그리고 자체 안전보건 법률 개정안 검토를 하는 중입니다. 노동조합은 계속해서 정부에 보다 엄격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요. 근로감독관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및 집행 수준을 개선하고, 규정이 제대로 준수되는지 노동 현장을 확인해야 해요. 노동조합은 정부와 협력해 규정 미준수에 대해 알리고, 정부가 해당 부문의 모니터링 및 규정 준수 측면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해야 해요."

노동조합의 과제는 무엇일까?

생물학적 유해요인에 관해 노동자 안전보건을 보장할 새로운 협약이라는 도구가 생길 예정이다. 앞으로 각 노동조합이 법 제정 및 개정에서부터 현장 노동안전보건 활동까지 할 일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새로운 기준에 따라 예방 조치하거나 국가 정책을 입안할 때 정부가 반드시 대표 노동단체, 사용자단체와 협의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노동조합의 역할은 중요하다.

블랙 : "무엇보다 법을 바꾸고 실무 규범을 개발하는 것이겠죠. 그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제대로 구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지원할 계획이에요. 새로운 질병이 등장했고, 그다지 유행하지 않았던 질병도 다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삼림 벌채 등 새로운 질병의 발병에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치고 있죠. 그런 사태가 생길 때, 모두가 허둥대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준비되지 않았던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대처할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노동조합은 정부, 사업주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역할이겠죠."

아잠 : "무엇보다 우리 노동조합이 남아공 정부가 협약을 비준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협약을 국내에서 작동하게 할 계획이에요. 노동조합연맹으로서 조합원들이 생물학적 유해요인의 중요성과 그 영향을 이해하게 만드는 일도 해야 하죠. 생물학적 유해요인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데이터를 수집할 방법을 알려야 해요. 새로운 위험요소는 기후 변화로 인한 수인성 질병, 동물과 관련된 질병 발생같은 변화가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공기 중이든 수중이든 다른 질병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기에 전체 영역에서 법률이 적용되게 해야 해요. 이런 조치들이 법안에 포함될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리고, 여성, 젊은 노동자, 비표준 고용, 불안정 노동자들, 이주노동자, 농업, 계절노동자들처럼 또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거나 조직되지 않은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에게 보호 수준을 확대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노동조합이 감시하고 정부와 사용자들을 압박하는 것이 노동조합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0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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