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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자마자 예약 문의 쇄도" 제주 서점가·도서관도 '한강 열풍'

[현장]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품절 대란'... 공공도서관 책 대여 '하늘의 별 따기'

등록|2024.10.15 09:28 수정|2024.10.15 10:46

▲ 14일 오후 찾은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서점에 한강 작가의 모든 작품이 일시품절 됐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 제주의소리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이 제주에서도 동나는 등 품절 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14일 오후 찾은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서점은 입구에서부터 한강 작가의 책이 일시품절 됐다는 안내판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점을 방문한 이들은 한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한 매대 앞에 멈춰 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서점 측은 노벨상 수상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줄곧 품절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을 연 직후부터 재고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으며, 벌써 주말 사이 들어온 예약도 200~300권에 달한다고 전했다.

김수영(48) ㄴ서점 대표는 "지난 금요일 아침 문을 열자마자 한강 작가의 모든 책이 팔려나갔다"며 "근래 대작이라 할 작품이 크게 없어 불황이었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큰 영광"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문학에 대한 관심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 한라도서관에 비치된 한강 작가의 모든 책이 대출불가 상태다. ⓒ 제주의소리


도서관에서도 한 작가의 책을 구경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같은 날 찾은 한라도서관은 예상한 대로 한 작가의 모든 책이 대여 중이었다.

예약까지 가득 찬 상태로, 한 작가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최소 1~2주가량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라도서관 사서 현모씨(47)는 "한 작가의 국문 책이 13권 비치돼 있는데 노벨상 수상과 동시에 전량 대출됐다"며 "인기 있는 책들은 가끔 대출이 몰리는 경우가 있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어 "사서로서 이번 사례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훌륭한 작가들의 책들을 조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열람실에서 만난 박정아씨(54)는 "2~3년 전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읽고 그 참혹함에 한동안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번 수상 소식을 듣고 다른 작품도 읽어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지만, 이미 예약까지 꽉 차 있다. 책을 보려면 최소 두 달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한 작가를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물을 선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 수상이며, 한국인으로는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노벨상이다.

1970년 광주 출생인 한 작가는 1993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등단했다.

한 작가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제주4.3을, 그에 앞서 <소년이 온다>에서는 광주5.18민주화운동을 조명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3년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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