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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AI 개발, 치명적 결함 있다

[오기출의 기후 리터러시] 재생에너지 개발 실패한 윤 정부, 인공지능에는 성공할까

등록|2024.10.18 07:08 수정|2024.10.18 07:08
최근 인공지능(AI)이 노벨상을 포함해서 과학, 공학 분야뿐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3대 노벨 과학상 중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AI 개발자들과 연구자들이 차지하면서 그 파급력은 돌이킬 수 없어 보인다. 당연히 반도체와 디지털 산업을 중시해 온 한국은 그 영향의 한가운데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26일 AI 비전과 청사진을 밝히기 위해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는 30명의 민간위원과 10명의 관련 부처 장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2027년까지 '한국의 AI 3대 강국' 도약과 이를 위한 '국가 총력전'을 선포했다. 아울러 국가의 명운이 걸린 AI를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견인차 역할을 한다면서 2030년까지 2조 원의 예산 지원 계획도 공개했다.

▲ 9월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국가 인공지능 계획의 치명적인 결함

윤 대통령이 주도한 이번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 대한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적절한 때에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2조 원의 예산 지원 이외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AI란 정해진 틀을 벗어나 대담함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인데, 제도 안에서 주로 움직이는 정부 위원회가 이를 주도할 경우 2조 원이라는 아까운 예산만 낭비할 것이란 지적이 아프게 들린다.

그런데 정부 주도 문제와 아울러 윤 정부가 추진하는 AI 개발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재생에너지 또는 무탄소 전력공급 문제 때문이다.

5월 21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AI 혁명에 부응한 선제적 전력공급·전력망 확충 긴요'라는 보고서는 향후 5년간 새로 만들어갈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하려면 우리나라에 원전 53개 규모인 약 52.9기가와트(GW)의 전력 시설이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자료를 분석한 이 보고서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가 732개로 늘어날 것이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증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은 앞으로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탄소중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6일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약 130개 나라의 기술 인프라 기업들로 구성된 '아이메이슨 기후연합'(iMasons Climate Accord)은 전력 사용이 늘어날 AI 데이터센터에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고, 한국도 이 대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데이터센터 탄소중립 대상은 데이터센터를 구성하는 반도체, 전력 모두를 포함한다.

전력공급 없이는 AI도 없다

▲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AI 혁명에 부응한 선제적 전력공급·전력망 확충 긴요'(왼쪽)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 국회입법조사처·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와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의지와 역량을 갖고 있을까? 윤 정부는 그동안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대신 원전, 수소 등을 중심으로 무탄소 전력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현재 무탄소 전력의 불확실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9월 산업부가 공청회에서 발표한 윤 정부의 장기 전력 정책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하 11차 전기본)에서는 10년 뒤인 2034년까지 한국은 무탄소 전원 진입이 불확실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도 너무 낮게 설정하고 있어 문제다.

11차 전기본은 향후 15년 뒤인 2038년 AI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를 6.2GW로 예상했다. 당장 5년 뒤 52.9GW의 전력이 더 필요하다는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와 차이가 매우 크다. 지난 5월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가 산업부 자료에 근거해 있다는 점에서, 산업부는 정보공개를 통해 그 차이의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 계획을 볼 때, 10년 뒤에도 AI에 필수적인 무탄소 추가 전력보급이 불확실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무엇을 근거로 3년 뒤인 2027년까지 AI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했을까?

윤 대통령은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식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민·관 합작 투자로 만들고, 65조 원 규모로 민간의 AI 분야 투자를 견인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민간의 AI 투자를 견인하는 동력은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이다. 이 전력이 공급되지 않으면 AI도 없다는 뜻이다.

전력공급을 하는 것이 정부의 진짜 역할이다. 그런데 국가인공지능위원회의 비전과 전략 어디에도 이런 논의는 없다. AI 시대에 한국이 어쩌다 이런 딱한 처지가 되었을까?

AI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보여주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2030년이 되면 AI로 인해 데이터센터들이 미국 전체 전력의 9%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는 9월 12일 백악관에서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해 AI 기업인 오픈AI,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의 최고 경영진들과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만났다고 보도했다. 기업들은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이기려면 데이터센터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한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모임이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고, 전력망을 현대화하고 확대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AI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기업에 준 것이다. 그것은 자국 AI 기업을 지키기 위한 재생에너지 개발과 전력망 확보이다. 한국의 실정은 어떨까?

▲ 미국의 주요 AI 기업들과 백악관 고위 관료들의 만남을 보도한 <블룸버그> ⓒ 블룸버그


재생에너지로 가야 할 이유

위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한국 정부는 미국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탄압받고 있고, 전력망 현대화와 추가 확보는 중단되어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전력망 여유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호남, 제주, 강원도 등에서 진행되는 재생에너지 신규사업 허가를 중단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5월 30일 '계통포화 해소대책'이라는 매우 생소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광주, 전남, 전북 지역에 있는 164곳의 변전소 전체를 포함해서 제주, 강원, 경북 등 전국 205곳의 변전소를 계통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렇게 관리 대상이 된 지역은 올해 9월부터 2031년 12월까지 7년 4개월 동안 신규 발전사업이 중단된다.

이에 대해 광주시 의회는 8월 27일 성명에서 "한국전력과 산업부는 광주시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좌절시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광주에너지전환네트워크'는 8월 29일 기자회견에서 "7년 4개월 동안 신규 발전소를 봉쇄하여 정부가 태양광 죽이기를 주도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부는 왜 전력망 포화라는 이유를 들어 태양광 죽이기에 나서고 있을까?

한국전력 경영연구원 정은호 전 원장은 산업부의 신규 재생에너지 허가 중단에 대해 "산업부가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재생에너지 확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없다. 재생에너지가 귀찮고 부담스럽기 때문에 발생한 일"로 보았다. 아울러 "전력망에 재생에너지 수용성을 높이는 운영 기준과 기술을 선진화하면 전력망의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지금 선택할 대책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대책이 있는데도 정부가 태양광 죽이기를 하는 것은 국가 명운이 걸린 AI산업과 예정된 732개의 데이터센터를 죽이는 길이다. 전력확보에 실패한 데이터센터들은 한국을 탈출할 것이다.

따라서 향후 10년간 무탄소 전력의 추가 여부가 불확실한 한국은 당장 밀려드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금은 태양광과 해상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추가 전력으로 유일해 보인다.

최근 일본도 이시바 시게루 신임 총리가 취임하면서 과거 정부와 아주 다른 재생에너지 정책을 내놓고 있다. 13일 일본 경제지인 <닛케이 아시아>는 이시바 총리가 진행이 더딘 신규 원전 건설을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동안 한국처럼 재생에너지를 신뢰하지 않았던 일본 역시 자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 정책을 바꾸고 있다.

AI 시대에 미국과 일본처럼 한국 정부도 역할을 다시 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창한 AI 3대 강국은 말만 내세운다고 실현되지 않는다. 강한 의지를 갖고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해야 이루어진다. 정부가 이런 기본을 잘 지켜야 한국의 AI에도 미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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