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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있는 죽음... 행복정책이 필요합니다

[이재경의 행복연구] 치솟는 자살률,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등록|2024.10.15 15:39 수정|2024.10.15 15:39
저출생·고령화, 인구감소·지방소멸 이슈로 수년째 요란합니다. 아이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입니다. 저출생 대책에 100조 이상의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는데 성과는 초라합니다.

그런데 알고 계십니까? 작년에만 대한민국 국민 약 1만 4천 명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살아있는 국민조차 지키지 못하는 나라에서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모순처럼 들립니다. 20년 이상 OECD 국가 자살률 1위, 2위와의 압도적인 격차, 청소년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골고루 자살을 선택하는 현실에서 도대체 국가는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자살대국 대한민국, 진단과 처방은 실망스러운 수준

​국가정책은 자살의 원인을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 일 겁니다. 관련하여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자살 원인에 대한 진단입니다. 최근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023년 자살률 증가에 대해 1) 사회적 고립, 경제난 심화 등 코로나19 후유증 2) 자살을 하나의 선택지로 인식하는 경향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한국의 자살률이 급증한 것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국민들의 개개인의 잘못된 인식에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진단을 보고 한국이 왜 20년 이상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유지하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인은 무엇보다 국민의 삶에 대해 무관심한 책임지지 않는 국가였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고립이 커지고 경제난이 심화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은 사회적 고립을 완화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일 텐데 그 때문에 자살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결국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입니다.

자살을 어려움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인식하는 경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왜 국민들이 점점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은 없이 그저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고 설명하는 것은 국민이 죽거나 말거나 무관심한 타인의 한가한 소리처럼 들립니다.

▲ 살아있는 국민조차 지키지 못하는 나라에서 저출생과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모순처럼 들린다. ⓒ Unsplash / Wicliff Thade


그럼 정책적 해법은 어떨까요? 자살예방기본계획이라는 국가정책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대한민국 정부는 작년에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를 확정하고 자살률을 30%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자살예방 전화 인력을 늘리고 SNS에 자살 예방 상담 서비스를 도입하고 정신건강검진 주기를 줄이고 조현병과 조울증으로 검사 질환을 확대하는 등 주로 상담과 정신건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자살 위험군을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필요하지만 "자살대국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소극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과연 이런 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은 정책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자살률이 높은 마을 중 자살예방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마을을 가칭, '10·20 마음건강 마을', '생명사랑 아파트' 등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낙인효과까지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LH 공사가 만든 아파트 브랜드도 집값 떨어진다고 반대하는 상황에서 생명사랑 아파트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쉽게 예상이 됩니다. 무려 5차례나 만든 기본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럽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계속 자살률에서 OECD 국가 1등을 하고 있고 남녀노소 골고루 죽음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적극적 자살예방 수단으로서 행복 정책

​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설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에서는 2019년부터 행복연구를 진행하면서 매년 다양한 지역에서 행복도 조사를 수행했습니다. 전국 대상이 아닌 여러 기초지자체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이기에 통계적 신뢰성은 떨어지지만 비교적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지역에서 노인들의 행복도가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노인과 함께 청년들의 행복도가 낮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참고로, 국민총행복전환포럼의 행복도 조사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며 청소년은 제외됩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행복도 조사에서 이전까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30~50대 이른바 허리세대가 불행의 적신호를 나타내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 30~50대의 허리세대가 불행의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 Unsplash / Yuris Alhumayd


최근 몇 년의 상황을 압축해 보면, 기본적으로 노인자살률이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시기 청년들을 중심으로 자살률이 급증했고 최근에는 중장년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즉, 완전히 일치하지 않지만 위에 행복도 경향은 한국의 자살 현실과 일정하게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행복연구를 하면서 "자살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행복한데 자살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표현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접했을 때는 일리가 있다 정도였는데 지금은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자살대국 대한민국에서 생명사랑 아파트와 같은 소극적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불행한 사람의 부탄식 표현)을 찾아내고 그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행복정책이 적극적인 자살예방정책입니다. 국가는 지금까지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자살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산 목숨도 지키지 못하는 나라에서 누가 아이를 낳고 싶겠습니까? 국가의 존재에서 국민의 생명보다 귀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상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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