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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약 먹고 운전 하던 남편... 오은영의 일침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등록|2024.10.15 17:07 수정|2024.10.15 17:07
남편의 심각한 공황장애 이후 부부와 가족의 일상까지 망가진 사연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14일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는 '우리 아빠가 묘하게 달라졌어요, 우아달 부부'편이 방송됐다.

김선재·김유정 부부는 강원 태백에서 다섯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결혼 16년 차 부부다. 직접 사연을 신청했다는 남편은 공황장애를 겪은 이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게 됐다는 고민을 호소했다.

답답함 호소하는 남편

▲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먼저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남편은 벌써 수년째 심각한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촬영 기간에도 남편이 아침부터 집안에서 갑작스러운 공황발작 증상을 호소하며 구급대가 출동해야 했다. 119에 신고하여 응급처치를 받은 것은 이미 여러 번이었다. 정신과 병원을 다니며 치료 약도 여러 차례 처방 받아 꾸준히 복용해 왔지만 효과가 없었다. 남편은 "정말 답답해 죽겠다.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다. 제발 나 좀 살자"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부부는 남편의 약 처방을 받기 위하여 함께 차를 타고 정신과 병원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약기운으로 인하여 남편이 운전 중 졸음이 연신 쏟아져 힘겨워하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위험을 감지한 제작진은 안전상의 우려로 결국 운전을 만류했다. 오은영은 심각해진 표정으로 "너무 위험한 상황이다. 두 분의 생명과 건강, 타인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졸음운전을 하시면 안 된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남편의 건강 문제는 가족 전체의 일상도 흔들어 놓았다. 부부가 병원에 가기 위해 외출해있는 동안 중1인 둘째 딸이 엄마들을 대신해 동생들을 챙겼다. 아내는 부모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는 자녀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런데 오은영은 남편의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공황장애 후)남편이 했던 행동이 공황발작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의외의 진단을 내렸다.

남편이 지나친 불안감 때문에 약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도 전에 견디지 못하고 과잉 반응과 대처를 한다는 지적이다. 과호흡 상태가 아닌데도 산소호흡기를 요구한다거나, 119 응급처치는 사실 증상 자체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남편의 '심리적인 불안감'을 낮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분석이었다. 오은영은 시민 모두의 중요한 공공재이기도 한 119 신고를 남발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이 공황장애 탓에 죽을 것처럼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모순된 행동들을 거듭한다고 꼬집었다. 또 남편은 약을 들쭉날쭉하게 먹어 온 것이 드러났다. 기상 직후에는 오히려 발작 증상을 부추길 수도 있는 심장에 무리를 주는 행동들을 거듭했다.

오은영은 "공황장애를 극복하려면 자기 효능감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증상에 압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황발작은 죽지는 않지만, 약에 취해서 졸음운전은 생명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음주운전과 다를 게 게 없다"고 강조하며 "의사 입장에서 남편의 위험천만한 남편의 행동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솔직한 돌직구를 날렸다.

부부의 채무

▲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부부의 또 다른 문제는 채무였다. 남편이 건강 문제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면서 부부는 생계를 위하여 배달 일을 시작했으나 수입은 신통치 않았다. 현금과 카드가 없었던 부부는 결국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아이들의 명의로 소액결제를 거듭하면서 막대한 빚이 쌓여갔다. 충격을 받은 오은영은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어른들 선에서 해결해야지, 아이들에게 신용불량을 안겨주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우려했다.

공황장애와 함께 남편에게 나타난 또다른 문제점은,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거나 자신의 뜻대로 상황이 풀리지않을 경우, 이성을 잃고 극도로 분노하는 모습을 수시로 드러냈다.

남편이 밝힌 공황장애의 시작은, 2017년경부터 부모님과 형제까지 가족들이 연달아 사망하는 비극을 겪으면서부터였다. 특히 큰 산처럼 정신적으로 많이 의지했다는 어머니의 죽음은 남편에게 큰 상실감을 남겼다. 남편은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내며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또한 남편은 어린 시절 무서운 아버지로부터 수시로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아픈 추억을 고백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남편의 증상이 악화되면서 아이들과의 관계도 멀어졌다. 아프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다정했고 소통도 잘했다는 남편은, 공황장애 증상 이후로는 아이들에게 무서운 아버지로 바뀌었다. 남편은 집안에서 사소한 일에도 아이들에게 정색하고 야단을 치거나 맥락 없이 화를 내기 일쑤였다. 자칫 큰 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아내도 남편을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했다. 시한폭탄 같은 남편의 기분에 따라 집안 분위기는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아이들도 아빠의 병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아빠가 자신을 미워한다"며 어린 막내가 언니 품에 안겨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첫째 아들은 그러한 아빠와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는, 불도 꺼버린 채 오랫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최근에는 남편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아들이 신고하여 경찰이 충돌한 일도 있었다고. 크게 부부싸움을 하던 남편은 말리던 아들에게 운동기구를 집어들며 폭력적인 위협을 가했고, 이 사건은 아들에게도 큰 충격이 됐다.

남편도 이러한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애들에게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아이들은 나를 무서운 아버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스스로 답답해했다.

아이들의 상처

▲ 방송 장면 갈무리 ⓒ MBC


남편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며 아이들에게 화를 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본인의 아버지처럼 자신도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아버지로 미움을 받을까봐 두려워했다. 남편은 "저도 제 자신이 무섭다"는 두려움을 털어놓으며 "제발 좀 도와달라, 죽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아내 역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런 생활이 쭉 가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 집에서 뛰어내릴 것 같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지금은 아이들 때문에 참고 살고 있는 것"이라며 괴로움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아내의 우울증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심리검사에서 아내는 남편 때문에 힘들고 지치는 상황 속에서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은영은 "남편은 불안 증상으로 인한 고통을 계속 표현이라도 하고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 아내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남편은 자신이 아프기 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런데 남편의 문제는 과연 오롯이 공황장애 때문만이었을까.

심리검사에서 남편은 성격적으로 내향적이고 사교성이 부족하여 이전부터 대인관계와 직장생활에도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남편은 세상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 지수가 매우 높았고,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어머니까지 잃은 이후로는 정체성 붕괴를 느끼고 '지속성 애도장애'를 겪고 있었다. 또 겁이 많고 소심해 압박을 받는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성향으로 나타났다.

오은영은 "화를 안 내던 사람이 언제부터인가 화를 내게 되었다는 건, 본인이 가장 취약해졌을 때 그 빈틈을 통해 본인의 가장 미성숙한 점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아직 건재하던 2017년 이전에는 그런대로 유지하고 살만한 상황이었다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병까지 앓게 되면서 남편이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었던 내면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어 오은영은 "한글과 젓가락질을 배워서 익히는 것처럼, '마음도 배우는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남편은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하루하루 살기도 힘든 어머니 곁에서 감정을 배울 기회가 없을 것이다. 남편은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에서는 잘 지내지만,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때 어떻게 다룰지 배우지 못한 것이다. 수류탄으로 치면 안전핀(어머니의 존재)이 뽑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편은 누군가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하며 위로를 받기를 원했지만, 어머니의 부재 이후 그 공백을 메워줄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남편은 어느새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무섭고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다.

오은영은 그 원인이 남편 내면의 '불안함'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남편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도 주변 사람에게 불편한 감정을 떠넘기고 있다. 아버지와 똑같은 방식(가정폭력)은 아니라지만, '아버지처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편은 오은영의 신랄한 지적에 고개를 숙였다.

부부를 위한 최종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먼저 남편에게 "공황발작이 자연히 지나갈 때까지 참고 견뎌보는 노력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물론 연습을 한다고 해서 발작으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증상으로 삶이 무너져서는 안 되지 않나"면서 "나의 병을 내가 잘 다스리고 살아야지, 늪 속에 빠지듯 허우적거리다가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진심으로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은 남편에게 "불안을 불안으로 솔직히 표현할 것"을 주문했다. 남편이 불안한 감정을 아이들에게 감정적인 화풀이로 표출하기보다는, 자신의 불안한 상태를 솔직하게 설명해 주고 양해를 구하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남편은 "노력하겠다.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추가 패널 중 연장자인 김응수는 남편에게 "왜 저 사람은 2017년에 머물러있는가 생각해 봤다. 부모의 죽음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우주의 순리니까. 그 순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아들이 가족과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겠나. 그래야 어머니도 더 좋아하실 것"이라고 진심 어리게 조언했다. 남편은 눈물을 쏟으면서도 패널들의 조언에 깊이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오은영과 패널들은 돌아가면서 부부를 따뜻하게 포옹해 주며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부부는 상담 내용을 천천히 되새겨보며 그동안 서로에 대하여 못다 한 진심을 전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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