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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이재명 위해 1000억 확보"... 녹취록엔 다른 내용

[공판현장] '정영학 녹취록'에는 유동규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 반복적으로 등장

등록|2024.10.15 19:57 수정|2024.10.15 19:57

출석하는 유동규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3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사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이정민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1000억 정도는 확보하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대장동 개발수익은) 그 비용과 노후자금으로 생각했다."

15일 법정에 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김동현 부장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말이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2014년 12월인가 (2015년) 1월 공모지침서가 나가기 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가) '자기가 번 것의 반'을 준다고 했다"면서 "이 내용을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즉각 보고했고, 다음날인가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한테도 전화해서 알렸다"라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성남시장)에게 보고했냐"는 검찰의 질문에 "나중에 정진상한테 '시장도 알고 있냐, 아니면 내가 보고하겠다' 했더니 '돈 얘기는 시장한테 하지 말라'고 해서 시장한테는 이야기 못했다. 그 비슷한 이야기를 나중에 도지사 되고 나서 (이재명이) 공직선거법 지고 나서 변호사비 걱정할 때 내가 '만배 형이 있는데 왜 걱정하냐'고 한 적 있다. 이에 대해 이재명은 별 대답은 없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은 "김만배가 '저수지에 넣어둘게'라고 한 걸로 들었다"면서 "이재명 선거 때 필요한 그 돈을 쓸 생각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정진상과 김용, 증인(유동규)이 가지게 될 지분은 실제로는 피고인 이재명의 몫이었냐"라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맞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 공소장에 "2020년 7월 경 피고인 이재명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 출마를 본격화하자, 정진상, 유동규는 2020년 10월 경 무렵부터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에게 그들이 약속하였던 금원의 지급을 요청하고,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은 그 지급 방안 등을 논의하여 2021년 3월 경 피고인들 측에 지급할 금원이 428억 원임을 확정하기도 하였다"라고 적시했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은 검찰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미 반박한 이재명... '정영학 녹취록'엔 유동규 주장 배치되는 내용 존재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재명 대표는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공판에서 소위 '저수지'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박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대장동) 업자들 만나서 부탁을 들어본 일도 없고 그들에게 부탁한 일도 없다, 제가 왜 거기에 관여됐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정영학) 녹취록에는 '(이 대표가) XX 싫어하지 너네'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렇게 표현된 거 이상으로 저는 이거(부동산투기)를 혐오했다. 부동산 투기세력과 싸우다 구속되는 일까지 있었고 우리 사회를 왜곡하는 대표적인 세력이 부동산 투기세력이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3년 3월 21일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유 전 본부장을 만난 사실을 전하며 이 대표가 언급한 "'시장님이 진짜 왜 싫어하세요?' 그랬더니 'XX 싫어하지 니네'"라고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은 "내가 크는데 베팅을 좀 해야 될 데들이 있다. 그걸 좀 도와줘라. 이거는 2층(성남시장)도 알아서도 안되고, 그다음에 너 말고는, 니 부인도 알아서는 안 된다"며 남 변호사에게 금전을 요구했다.

이뿐이 아니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유 전 본부장과 검찰의 주장과 직접 배치되는 내용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2021년 2월 4일 성남 운중동의 한 식당에서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사이에 이뤄진 대화다. 당시 김씨는 돈(700억 원)을 달라는 유 전 본부장의 요구에 시달렸는데 남 변호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돈을 건네는 방법을 찾아냈고,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표정이 좋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정영학 : "표정이 좋으신데요?"
김만배 : "너무 시달렸어. 왜냐면, 내가 그랬어. 동규한테. '돈 안 줄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 가져가라. 그런데 니가 말하는 다시마 회사를 차려서 니가 상식적으로 회사(유원홀딩스)를 1000억에 어떻게 인수하니' 응?"

정영학 : "아.."
김만배 : "당장 회사를 인수하니 아무 상관없대. '그건 아니야. 형이 아니면 배임으로 죽어', (그랬더니) 뭐 투자로 해달래. '야, 투자도 뭐 사업거리가 있고 뭐 있어야지 그게 투자할 게 있고 그게 투자가 되지. 그러면 안돼' 음? 차라리 그러면 남욱이 통해서 일부를 좀 해달래. 그래서 처음에는 그걸 거절했다가 나중에 그랬어. '그러면 이 돈 전체를 욱이가 가져가서 욱이가 너한테 투자해 주는 걸로 해라. 내가 욱이라면 안 하겠지만, 한번 물어봐' 욱이도 거기에 대해선 생각이 있는 거지."

▲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20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위해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2021년 2월 22일 운중동에서 이뤄진 김씨와 정 회계사 사이의 대화도 다르지 않다.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네야 할, 김씨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얼마인지 머리를 맞대고 계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은 세금과 공통비 명목으로 수백 억 원 이상을 제하며 약정액을 428억 원으로 확정한다.

김만배 : "그러면 4800억으로 전체를 계산해서 금액을 나한테 줘."
정영학 : "정해주려면 (지분을) 몇% 정해주셔야 되는지 금액을 뽑아봐야 됩니다."
(중략)

김만배 : "아니면 이렇게 해봐. 3800억에서 총, 아니, 4800억에서. 4800억에서."
정영학 : "이렇게 계산해 보겠습니다. 4800억에서."

정영학 : "세후로 주셔야 됩니다. 1787억. 여기에서 아까 그 650억을 빼야죠. 그러면 1138억입니다. 이거를 반으로 나누면요, 반반씩 하셔야 되니까, 568억입니다. 여기에서 (세금과 공통비를 제하면) 438억입니다."
김만배 : "438? 거기에서 10(김만배가 유동규에게 기지급한 5억 원+이자)을 또 빼야지."

정영학 : "예, 그러면 428."
김만배 : "최종 428이네."

2020년 10월 30일 분당 노래방에서 이뤄진 대화 역시 유 전 본부장의 주장과는 궤를 달리한다.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천화동인1호의 주인을) 아무도 몰라. 너라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죠. 알 수가 없는 거잖아요"라고 답한다. 이 대표를 비롯해 정진상, 김용 등 소위 '윗선'이 김씨 지분 절반에 해당하는 천화동인 1호의 주인이라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공판일을 10월 22일로 예고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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