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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걷어내니 머리뼈, 위엔 탄창... 가해자는 군인·경찰

[대전 골령골 2학살지 유해 발굴 11일째] "약 7m 구덩이에서 7~8구 드러나"

등록|2024.10.16 11:51 수정|2024.10.16 11:51

▲ 드러난 머리뼈 위로 M1소총 탄창이 놓여 있다. ⓒ 심규상


대전 산내 골령골 2 학살지에서 온전한 형태의 머리뼈가 확인됐다. 머리 뼈 위에 녹슨 묵직한 탄창을 얹은 상태였다. 골령골에서는 지난 7일부터 6.25 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살해돼 암매장된 민간인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발굴 11일째를 맞은 16일 오전 골령골 유해발굴현장에서 머리뼈가 노출됐다. 유해가 처음 드러난 경사면을 기준으로, 위쪽으로 약 3m 정도에 유해를 묻은 구덩이(B 지점)가 나타났다. 약 20cm 정도 흙을 걷어내자, 머리뼈가 보였다. 발굴단원들이 1시간 정도 작업을 하자 온전한 형태로 머리뼈가 드러났다.

유해가 처음 확인된 지점(A 지점, 약 2m 구덩이)에서는 탄두가 무더기로 나왔다. M1 소총,카빈, 권총 탄두와 탄피 등이다. 가해자가 군인과 경찰임을 말해준다.

"물 흐르던 계곡 이용해 시신을 아무렇게나 묻은 것으로 보인다"

▲ 16일 현재까지 드러난 유해는 7-8구 정도 추정된다. ⓒ 심규상


▲ 여러 개의 고무신, 칫솔, 단추, 버클, 틀니 등 유품이 함께 발굴됐다. ⓒ 심규상


발굴단은 골령골 2 학살지에서 길이 40m(폭 2m) 암매장지를 찾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증언에 따르면 2 학살지에는 두 개의 암매장지가 있는데 하나는 길이가 200m(폭 4m, 깊이 2m)이고 다른 하나는 40m 정도다. 그동안 발굴 과정에서 200m로 보이는 구덩이 존재는 확인했지만, 나머지 40m 구덩이는 드러나지 않아 그동안 훼손돼 사라진 것으로 추정해 왔다.

그런데 지난 4월 이곳에서 일부 유해가 드러나면서 존재가 확인됐다. 발굴단은 지난 7일부터 현재까지 40m 중 약 7m 정도의 암매장 구덩이를 찾아냈다. 하지만 나머지 구덩이는 잘려 나가 농사와 경지 정리 과정에서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

▲ 여러 개의 고무신, 칫솔, 단추, 버클, 틀니 등 유품이 함께 발굴됐다. ⓒ 심규상


지금까지 수습 또는 드러난 유해는 약 7~8구 정도로 추정된다. 또 여러 개의 고무신, 칫솔, 단추, 버클, 틀니 등 유품이 함께 발굴됐다.

발굴을 주관하고 있는 재)한국선사문화연구원 관계자는 "지형을 보면 물이 흐르던 계곡을 이용해 시신을 아무렇게나 묻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나머지 암매장지(구덩이)는 유실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전미경 산내희생자유족회장이 M1 소총 탄두를 가리키고 있다. ⓒ 심규상


대전 골령골은 1950년 전쟁 발발 직후 대전형무소 정치범과 국민보도연맹원 등 수천 명이 군인과 경찰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처형당한 비극의 땅이다.

골령골에서 희생된 사람만 제주 4.3, 여수·순천 사건 관련자 등을 포함해 최소 4000명에서 최대 7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7년 발굴을 시작해 지난 2023년까지 1441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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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산내 골령골 2 학살지에서 온전한 형태의 머리뼈가 확인됐다. 골령골에서는 지난 7일부터 6.25 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살해돼 암매장된 민간인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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