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벗하고 싶은 인천대공원
고마운 자연이 내어주는 생명의 숲이 너무나 소중하다
퐁당퐁당 징검다리 연휴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이 해외로 국내로 값진 시간을 계획할 때 나는 가까운 동네 숲 속에 있었다. 호젓한 숲길을 거닐다, 나무 테이블에 둘러앉아 간식을 먹고, 돗자리를 펴고 멍하니 있다가 벌러덩 누워 마주한 하늘! 아, 큰 숨이 내쉬어졌다.
나뭇가지 초록빛 사이로 드러난 하늘이 온통 나만을 위하여 열린 듯, 내 안의 무겁고 탁한 것들이 저 멀리 하늘 속으로 빨려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니 감사한 마음이 차오르고 그런 마음으로 둘러보니 자연과 어우러진 평안한 모습의 사람들이 보였다. 여기저기 그늘막 사이로 보이는 가족들, 오랜동안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휠체어에 탄 어르신과 눈 마주치며 대화하는, 강아지와 어린아이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내 마음을 더 몽글하게 만들었다.
내가 있는 이곳은 '인천대공원'이다. 20대 중반의 둘째가 태어날 때쯤 조성되었으니 이미 울창한 숲과 아름다운 산책길 등으로 인천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상아산과 관모산을 끼고돌아 어린이동물원, 자연생태원으로 나오면 봄이면 흐드러진 벚나무길,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나무 길을 만난다.
아기자기한 물소리를 들으며 장수천 산책길을 걸으면 어느새 큰 호수정원이 우리를 반기고 그 옆에 조각정원, 그 너머에 수목원과 장미원, 또 그 맞은편에 시민의 숲과 반려견 운동장 등 다양한 풍경과 휴식 공간이 펼쳐진다.
인천대공원과 함께 한 추억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속에는 늘 보고 싶은 얼굴과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돌아가신 엄마, 대화가 즐거운 친구들을 소환하는 이곳! 그래서 이 공원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여유롭게 누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만끽하다 보니 올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장면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5월에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조각공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던 아이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초록이 묻어나는 16살 아이들의 얼굴은 눈부시게 빛났다. 5월의 햇살 아래 친구와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숲길을 거닐며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찬란한데, 어느새 학년을 마무리할 때가 되다니! 고입 원서 작성 준비를 하는 요즘 벌써부터 아쉬운 이별을 생각한다.
녹음이 짙어지던 6월 어느 날, 가족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 구순의 연로한 아버님의 모처럼 나들이라서 그랬을까?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 내내 울컥한 무언가가 자꾸 목울대를 울렸다. 김밥 하나 드시는 것도, 벤치에 앉아 계시는 것도 쉽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다음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있었고, 두툼한 방석을 깔아야 딱딱한 의자에 겨우 의지할 수 있었다.
싱그러워지는 계절에 아버님의 노쇠함을 마주하니 세월이 더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손녀들을 바라보는 인자한 웃음과 다정한 말씀! 불편한 걸음으로 이 숲길을 걸으며 좋아하시던 모습! 환갑이 된 아들과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나누던 대화를 기억하실까? 단풍이 지는 아름다운 때, 시부모님과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 약속해 본다.
우리 집 강아지가 마음대로 뛰놀 수 있는, 17Kg에 육박하는 중형견이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는 곳도 여기에 있다. 강아지와 함께 차로 움직이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지만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사랑받으며 강아지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기에 기꺼이 이곳, 강아지 운동장을 방문한다.
갓난아이 짐만큼이나 많은 것을 챙겨, 우왕좌왕 걷다가도 전용 강아지 운동장을 바라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잠시라도 목줄에서 벗어난 강아지의 자유로운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겨울이, 찐빵, 호두, 하리보 등 우리 강아지 이름인 '잡채'만큼이나 강력한 강아지들을 호명하며 한낮의 기쁨을 만끽하는 곳이다.
캠핑장에서의 밤, 습지원의 억새밭,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야간체험활동 등 인천대공원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는 아직도 차고 넘친다. 어느 날 혼자 이 길을 걷더라도 행복한 추억거리가 가득한 이곳에서는 늘 웃음만 지을 것 같다.
이제 돗자리를 정리하고 동문 주차장 쪽으로 향한다. 하늘하늘 코스모스가 무리 지어 군락을 형성한 곳에서 잠시 그네를 타다 내린다. 주차장 끄트머리 만의골을 지키는 수백 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그 위엄을 드러내고, 파전과 막걸리가 잘 어울리는 토속 음식점이 이어지는 길을 지나 단골 카페에 들어선다.
마주 보는 얼굴이 정겹고 뜨거운 커피 향이 진하다. 인천대공원을 충분히 즐긴 오늘, 다음 계절의 모습을 기다린다. 곧 무수히 낙엽 지는 길을 걸을 것이고, 청량한 공기와 함께 눈 내리는 소복한 길도 맞이할 것이다.
올해 폭염이 기승을 부린 만큼 폭한 또한 엄청난 위세를 떨친다니 벌써부터 긴장된다. 너 나 할 것 없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떠올려야 할 때, 고마운 자연이 내어주는 이 생명의 숲이 너무나 소중하다. 나의 마음을 치유하고, 헐벗은 감정을 살피고, 건강을 채워주는 인천대공원! 오랫동안 벗하고 싶다.
▲ 인천대공원 숲에 누워 바라본 10월의 하늘, 자체가 힐링이다. ⓒ 한현숙
아기자기한 물소리를 들으며 장수천 산책길을 걸으면 어느새 큰 호수정원이 우리를 반기고 그 옆에 조각정원, 그 너머에 수목원과 장미원, 또 그 맞은편에 시민의 숲과 반려견 운동장 등 다양한 풍경과 휴식 공간이 펼쳐진다.
인천대공원과 함께 한 추억은 셀 수 없이 많다. 그 속에는 늘 보고 싶은 얼굴과 아름다운 자연이 있다. 아이들의 어린 시절, 돌아가신 엄마, 대화가 즐거운 친구들을 소환하는 이곳! 그래서 이 공원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여유롭게 누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연을 만끽하다 보니 올해 이곳을 방문했을 때 장면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5월에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졸업앨범 사진을 찍었다. 조각공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던 아이들,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초록이 묻어나는 16살 아이들의 얼굴은 눈부시게 빛났다. 5월의 햇살 아래 친구와 사진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삼삼오오 숲길을 거닐며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찬란한데, 어느새 학년을 마무리할 때가 되다니! 고입 원서 작성 준비를 하는 요즘 벌써부터 아쉬운 이별을 생각한다.
▲ 인천대공원 조각공원에서 포즈를 취하는 우리 반 남자 아이들! 멋지다. ⓒ 한현숙
▲ 인천대공원 조각공원에서 포즈를 취하는 우리 반 여자 아이들! 역시 멋지다. ⓒ 한현숙
녹음이 짙어지던 6월 어느 날, 가족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 구순의 연로한 아버님의 모처럼 나들이라서 그랬을까? 아버님과 함께 한 시간 내내 울컥한 무언가가 자꾸 목울대를 울렸다. 김밥 하나 드시는 것도, 벤치에 앉아 계시는 것도 쉽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다음 음식을 입에 넣을 수 있었고, 두툼한 방석을 깔아야 딱딱한 의자에 겨우 의지할 수 있었다.
싱그러워지는 계절에 아버님의 노쇠함을 마주하니 세월이 더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손녀들을 바라보는 인자한 웃음과 다정한 말씀! 불편한 걸음으로 이 숲길을 걸으며 좋아하시던 모습! 환갑이 된 아들과 벤치에 앉아 두런두런 나누던 대화를 기억하실까? 단풍이 지는 아름다운 때, 시부모님과 이곳을 다시 찾으리라 약속해 본다.
▲ 환갑이 된 아들과 구순의 아버지가 벤치에 앉아 있다. ⓒ 한현숙
▲ 환갑이 된 아들이 지팡이 쥔 아흔의 아버지와 같이 숲길을 걷는다. ⓒ 한현숙
우리 집 강아지가 마음대로 뛰놀 수 있는, 17Kg에 육박하는 중형견이 부담 없이 산책할 수 있는 곳도 여기에 있다. 강아지와 함께 차로 움직이려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지만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 속에서 사랑받으며 강아지끼리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기에 기꺼이 이곳, 강아지 운동장을 방문한다.
갓난아이 짐만큼이나 많은 것을 챙겨, 우왕좌왕 걷다가도 전용 강아지 운동장을 바라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잠시라도 목줄에서 벗어난 강아지의 자유로운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겨울이, 찐빵, 호두, 하리보 등 우리 강아지 이름인 '잡채'만큼이나 강력한 강아지들을 호명하며 한낮의 기쁨을 만끽하는 곳이다.
▲ 인천대공원 반려견 운동장에서 ⓒ 한현숙
▲ 숲속에는 좋아하는 것들 가득이다. ⓒ 한현숙
캠핑장에서의 밤, 습지원의 억새밭,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야간체험활동 등 인천대공원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는 아직도 차고 넘친다. 어느 날 혼자 이 길을 걷더라도 행복한 추억거리가 가득한 이곳에서는 늘 웃음만 지을 것 같다.
이제 돗자리를 정리하고 동문 주차장 쪽으로 향한다. 하늘하늘 코스모스가 무리 지어 군락을 형성한 곳에서 잠시 그네를 타다 내린다. 주차장 끄트머리 만의골을 지키는 수백 년 수령의 은행나무가 그 위엄을 드러내고, 파전과 막걸리가 잘 어울리는 토속 음식점이 이어지는 길을 지나 단골 카페에 들어선다.
마주 보는 얼굴이 정겹고 뜨거운 커피 향이 진하다. 인천대공원을 충분히 즐긴 오늘, 다음 계절의 모습을 기다린다. 곧 무수히 낙엽 지는 길을 걸을 것이고, 청량한 공기와 함께 눈 내리는 소복한 길도 맞이할 것이다.
올해 폭염이 기승을 부린 만큼 폭한 또한 엄청난 위세를 떨친다니 벌써부터 긴장된다. 너 나 할 것 없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떠올려야 할 때, 고마운 자연이 내어주는 이 생명의 숲이 너무나 소중하다. 나의 마음을 치유하고, 헐벗은 감정을 살피고, 건강을 채워주는 인천대공원! 오랫동안 벗하고 싶다.
▲ 인천대공원과 오랫동안 벗하고 싶다. ⓒ 한현숙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아이들 졸업앨범 사진은 게재를 동의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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