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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하니의 눈물, 정작 국감장에 나왔어야 하는 건...

[주장] 아이돌 멤버 '직장내 괴롭힘' 증언 보며 씁쓸했던 까닭

등록|2024.10.17 17:06 수정|2024.10.17 17:06

▲ 뉴진스 하니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2024.10.15 ⓒ 국회사진기자단


"나도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안 멈췄다."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국정감사에 출석한 뒤 버니즈(뉴진스 공식 팬클럽)를 향해 남긴 후기입니다. 하니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소속사 하이브로부터 당한 직장 내 괴롭힘을 증언했습니다.

하니의 국정감사 출석은 정치 뉴스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보게 만들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몰렸는지 국회 출입 기자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회의장 출입을 통제하기까지 했습니다.

연예인과 거리가 멀었던 국회의원들조차 하니가 등장하자 인증샷 찍기에 바빴고, 아예 카메라 한 대를 하니에게 고정해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노동자 사망으로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한화오션 사장은 웃으며 하니와 셀카를 찍었습니다.

국회에 있는 사람들은 하니의 출석으로 마치 케이팝 콘서트에 출연한 연예인을 보듯 즐거웠지만, 정작 하니는 눈물을 멈추기 어려워했습니다.

국정감사 출석 스타 된 하니

▲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가수 겸 배우 김민종(왼쪽 위), 2018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외식사업가 백종원(왼쪽 아래), 2024년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뉴진스 하니(가운데), 2018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오른쪽 위), 2014년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배우 김부선. 2024.10.15 ⓒ 연합뉴스


그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스타는 여러 명이었습니다. 가수 겸 배우 김민종, 배우 김부선, 외식사업가 백종원,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있습니다. 모두 하니보다 한참 나이가 많습니다.

사실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 질책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 때문에 아프다거나 해외 출장 등의 명목으로 증인 출석을 피하는 게 다반사입니다. 증인으로 출석한다고 해도 문제입니다. 다른 증인의 증언을 몇 시간 동안 들어야 하는 지루한 자리이지만 여러 대의 카메라가 생중계하는 탓에 허튼짓도 못합니다.

간혹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하니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스타입니다. 국회 출석으로 이미지가 더 나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스무 살은 사회 초년생이라고 부르기도 어색한 나이입니다. 그런데도 하니는 4성 장군이나 장관들도 벌벌 떠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지난 9일 하니는 뉴스진 팬 소통 플랫폼 포닝에 "결정했다. 국회에 나갈 거다. 국정감사에 혼자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팬들을 향해선 "걱정 안 해도 된다. 나 스스로와 멤버들을 위해서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버니즈'(뉴진스 팬)를 위해서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하니는 "아직 매니저와 회사(소속사)는 모른다"면서 "많은 생각을 해 봤지만, 나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결심을 팬들에게 당당히 밝혔습니다.

"이런 자리 피하시니까 너무 답답"

▲ 뉴진스 하니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10.15 ⓒ 국회사진기자단


하니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언한 내용은 하이브와의 갈등과 직장 내 괴롭힘이었습니다. 이날 하니의 증언은 굉장히 구체적이었습니다.

"(뉴진스로 데뷔한 초반부터) 어떤 높은 분들을 많이 마주쳤지만, 몇 번 마주쳤을 때마다 저희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았다."

"제가 한국에서 더 나이 있으신 분들한테 예의 바라야 하고 그런 거는 그런 문화인 걸 이해했는데. 근데 저희 인사를 안 받으신 건 그런 직업 순위(직위)를 떠나서 그냥 인간으로서 예의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지만 요즘 아이돌은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고 춤만 잘 추고 예쁘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교폭력 등 과거 문제로 추락한 아이돌이 많아 인성 교육도 철저히 시킵니다.

쉰 살이 넘는 기자도 하니의 주장대로 회사의 모든 사람이 싫어하고 따돌리는식의 대접을 받았다면, 벌써 사표를 썼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하니는 사표조차 쓸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2029년까지 소속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이고 마음대로 계약을 해지하면 수천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주영 현 어도어 대표는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지만 하니가 이렇게 느끼고, 상황이 이렇게 확대된 걸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이 섞인 해명을 했지만 뉴진스 멤버들의 상처는 이미 날카로운 칼에 깊게 베인 뒤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하니는 눈물을 닦으며 "오히려 미안하다고 해야 할 분들이 이런 자리 피하시니까 너무 답답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이번 국정감사 증인은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가는 스무 살 하니가 아니지 않았을까요. 그의 말대로 뉴진스를 대놓고 무시한 이들이 있었다면, 이들이 나왔어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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