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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제보 취재] 독일 고급차 아우디코리아 갑질 논란..."마케팅 지원, 딜러사 재정 관여 어려워"

등록|2024.10.18 07:06 수정|2024.10.18 07:16

▲ 아우디의 순수전기 SUV Q8 이트론. ⓒ 김종철


"다들 떠나려고 하죠. 그래도 최대한 해보려고 하지만…좀 지난 차의 경우 (차값) 1500-2000(만원)까지 해드리는데(깎아주는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독일 고급차 브랜드로 알려진 아우디의 수도권 판매 매장서 일하는 A씨. 수입차 판매 경력만도 10여 년. 이곳은 그의 두번째 일터지만 올 들어 힘든 날을 버티고 있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하나 둘씩 이미 떠났다. 경쟁사로 옮긴 경우도 있고, 아예 배달 일을 하기도 한다. 그는 "(배달일 을 하는) 후배는 '차라리 몸이 힘들어도,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그는 이날 차량 예약 고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예전부터 관리해 온 고객인데, 원래는 잘 안 하는 방식이지만 트레이드인(신차와 교환) 방식으로 바꿔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신차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재고차량이다. 판매직원도, 고객도 알고 있다.

그는 "일단 매출은 일으켜야 하니까…"라며 "경쟁업체들은 2024년, 심지어 연식 바꿔서 25년형이라고 파는데, 우리는 23년식이니까"라고 말했다. 그에게 돌아오는 판매수당도 사실 거의 없다. A씨도 경쟁사로 옮기는 것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독일 프리미엄 아우디의 눈물

▲ 아우디는 그동안 네바퀴 굴림 방식의 세단과 스포츠다목적자동차(SUV)의 차별화된 고성능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 김종철


독일 고급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코리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우디는 국내서 메르세데스-벤츠, 베엠베(BMW)와 함께 한때 3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독일 자동차그룹인 폭스바겐 그룹에 속해있는 아우디는 네바퀴 굴림 방식의 세단과 스포츠다목적자동차(SUV) 등 차별화된 고성능으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아우디코리아와 국내 판매 대행 계약을 맺은 회사(딜러사)도 국내에 10곳에 이른다. 국내 진출한 독일 3사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아우디 판매회사들은 극심한 실적 부진과 적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들 회사들이 작년에 판매한 차량은 모두 1만 7868대였다. 같은 기간 이들이 기록한 적자규모는 모두 1163억원이었다. 사상 최대였다.

수도권에 본사를 둔 판매회사 고위임원 B씨는 "솔직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정도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 배경에 대해 그는 "아우디코리아의 무리한 판매 목표 설정과 물량 밀어내기가 있다"라고 잘라 말했다.

B씨는 "국내 딜러사들은 이미 2022년에 아우디코리아에 향후 시장전망을 전달하면서, 2023년 판매대수를 1만 7000-1만 8000대 정도 제안했었다"면서 "하지만 아우디(코리아)에선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3만 2000대 판매 목표를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벤츠와 BMW도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2023년 판매 목표를 전년(2022년)과 동일하게 세웠다"면서 "이들은 매년 신차를 가져와서 팔았지만, 아우디는 그나마 신차 출시 계획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무리한 신차 판매 목표를 정하고, 딜러사들에게 물량을 떠넘겼다는 것. B씨는 "2023년도 재고차량이 아직도 창고에 수천대씩 쌓여있다"면서 "사실상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차값의 20%씩 깎아줘도 판매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창고에 쌓인 수천대의 아우디 차량들

▲ 독일 고급차브랜드인 아우디가 올들어 극심한 판매와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 일부 대형 판매회사들은 서비스센터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난해 이어 올해도 큰 적자로 파산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아우디 전시장. ⓒ 김종철


또 다른 수도권 딜러사 고위임원 C씨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아우디코리아는 2023년에 수도권 딜러사를 추가로 선정했다"면서 "벤츠, BMW보다 판매량이 떨어진 아우디가 딜러사가 전국에 가장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딜러사는 다른 지역의 직원을 빼가고, 차량 할인율을 크게 올리면서 시장이 더욱 혼탁해졌다"면서 "아우디코리아가 사실상 방조하면서, 소비자들의 아우디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들 아우디 판매회사들의 적자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7월까지 판매회사들의 누적 적자가 530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23년과 비교해서 적자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시장이나 서비스센터 매각, 직원 해고 등으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아우디 전국 전시장은 지난 2023년 38곳에서 올해 34곳으로, 서비스센터는 40곳에서 35곳으로 줄었다. 특히 수입차 업계에서 '노른자위'로 불리는 서울 지역의 아우디 서비스센터 3곳(서초, 영등포, 성수)이 문을 닫았거나, 매각될 예정이다.

C씨는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전시장과 달리 환경규제 등으로 지자체 인허가를 받기가 어렵고, 특히 고객이 많은 서울은 새로 건립하기 어렵다"면서 "이번에 매각되는 아우디 서비스센터를 다른 경쟁사가 인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파산위기 몰린 아우디 판매회사들, 독일본사까지 갔지만…"우리 관여할 문제 아냐"

▲ 아우디 순수전기차. ⓒ 김종철


그는 "결국 서비스센터가 줄어들면, 차량 고객들은 애프터서비스를 제때 받기가 어렵게 된다"면서 "이는 브랜드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우리(딜러) 뿐 아니라 아우디코리아, 독일 본사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올해 5월 판매부진 등의 이유로 아우디코리아 대표가 전격 교체됐다. 2년 임기의 임아무개 사장은 임기를 1년 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에 맞춰 국내 판매회사 대표들이 직접 독일 본사를 방문했다. 아우디쪽의 무리한 판매정책에 따른 이들 회사들의 손실에 대해 본사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B씨는 "사전에 본사의 판매총괄 임원 만남 등을 기대하고 갔지만, 정작 현장에선 (해당 임원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본사 판매 실무자가 나와서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을 뿐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딜러사들은 직원 월급 등 운영비라도 만들기 위해 돈 되는 부동산이든 매장이든 팔고, 은행에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추세대로 가면 올해도 9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날 것이고, 많은 딜러사가 파산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독일 본사와 함께 아우디코리아의 고통분담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아우디코리아쪽은 이들 판매회사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면서, 마케팅 강화 등 차량 판매 촉진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판매회사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전반적인 소비침체속에 수입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딜러사들의 어려움에 대해선 알고 있다"면서 "신임 사장을 중심으로 아우디 차량의 특성을 살린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의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판매회사들의 재정 문제에 대해선 우리 쪽에서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 아우디의 순수전기차 SUV Q8 스포트백 이트론.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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