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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 쌓여가는 우리의 염원... 끝내 지킬 것이다

[천막 소식 170일-171일차] 금강은 우리 삶의 기반

등록|2024.10.18 14:27 수정|2024.10.18 15:25

▲ 물안개가 자욱히 앉은 천막농성장 앞 금강 ⓒ 임도훈


"겨울엔 어떻게 지내세요?"

날씨가 쌀쌀해지자 천막농성장에 오는 이마다 겨울을 걱정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밤에는 추운 기운이 제법이어서 두꺼운 침낭을 덮은 지 오래고 아침에는 두꺼운 외투를 입고 와야 추위를 견딜 만하다. 그래도 낮에는 제법 더워서 겨울 걱정을 하는 것이 왠지 섣부른 건 아닌가도 싶어진다.

물안개가 가득 피어오른 금강을 자주 보게 되는 요즘이다. 자욱한 물안개는 금강을 타고 갑천 일부 구간까지 피어오른다. 아마 세종보 수문이 닫히면 물안개는 더욱 짙게, 오랫동안 피어오를 것이다. 물이 정체되면 공기도 정체되고 혹여나 녹조로 악취가 발생하면 냄새도 오랫동안 머무르게 되기에 수문을 닫는 것은 실제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강은 오랫동안 주민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받아 온 기반이다. 살아있고 역동적인 공간이자 존재로 강을 바라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저 물을 채워놓고 바라보는 공간으로, 제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도구로 보는 눈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금강은 주민의 삶의 기반… 잘 지키는 것이 시장의 일

▲ 세종특별자치시의회는 11일 제9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이순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세종보 재가동 전면 철회 및 금강 수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 세종시의회


지난 15일,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보철거시민행동)은 최근 세종시의회가 '세종보 재가동 철회 및 금강 수생태계 보호 결의문' 채택에 대해 환영논평을 냈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세종보 재가동에 대해, 세종시 의회가 금강 수생태계 훼손과 재가동 중단을 요구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의한 채택을 환영했다(관련 기사 : "세종시의회 강력한 경고, 타 시의회와 달랐다" https://omn.kr/2ajqe).

세종보 철거 계획이 반영된 자연성 회복 선도사업은 정권이 바뀌면서 유야무야 중단됐고,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라는 개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강의 자연성 회복의 방향은 철회되고, 금강을 야간경관 조성과 수상 레포츠 활용 같은 관광 자원으로 전락시키면서 금강은 위협받고 있다. 세종시의회는 세종보 재가동을 중앙정부에 반복적으로 요청하는 세종시에 세종의 자연유산으로서의 금강을 잘 보전하라며, 세종시의회는 강력하게 경고한 것이다.

금강은 과거 주민들이 생활하고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던 중요한 수원이자 400만 충청인의 생명수 이기도 하다.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 물을 가둬 썩게 하고, 소수의 레저활동이나 멀리서 바라보는 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연성을 회복하고 있는 금강을 잘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 세종시장이 해야 할 일이다.

강변에 쌓여가는 돌탑… 금강이 흐르길 바라는 우리의 염원들

▲ 새롭게 쌓은 돌탑 ⓒ 문성호


'턱~ 턱~'

할아버지 활동가(대전충남녹색연합 문성호 상임대표)가 큰 돌덩이를 어디선가 발견해 강변에 하나씩 옮겨놓는다. 힘이 부치는지 돌을 던져 놓는 소리가 조용한 강가에 턱, 턱 울려 퍼진다. 새로운 돌탑을 쌓겠다고 돌을 고르는 등에 간절함이 잔뜩 얹어져 있다. 여기에 돌탑을 쌓아온 이들 모두의 등에 얹어져 있던 간절함이다. 강변 여기저기에 쌓인 돌탑들은 마치 금강을 지키는 4대 천황들처럼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천막농성장에서 두 번의 계절을 보냈다.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이 이제 어색하지도, 두렵지도 않은 것은 여기에 쌓인 우리의 염원이 제법 단단하기 때문이다. 봄의 따뜻함을 누리고 거친 장마와 뜨거운 폭염까지 견뎌오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보내는 경험을 했기에 단단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모인 '우리의 염원'과 함께 연대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천막농성은 오늘도 하루를 더해가고 있다.

▲ 우리가 사랑하는 금강이 계속 흐르길 바란다. ⓒ 박은영


가을을 금강에서 맞이해서 다행이다. 겨울을 금강에서 맞이해도 우리는 다행일 것이다. 적어도 금강은 흐르고 있을 것이고, 세종보 재가동은 계속 유예될 것이니 말이다. 제 권력에 눈이 멀어 강을 가두는 이 무도한 정권이 우리보다 먼저 스러질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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