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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여순사건 온전한 진상규명 노력" 약속에 "꼭 지키세요!"

76년 만에 여순사건 추념식 찾은 정부 대표... "특별법 개정도 국회와 긴밀히 소통"

등록|2024.10.19 12:56 수정|2024.10.19 14:21

▲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네번째)가 19일 전남 보성군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6주기 합동 추념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약속 지키세요! 꼭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여수·순천 10.19 사건 제76주기 합동 추념식에서 "희생자 심사 속도를 높이고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와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하자, 현장에서 터져 나온 유족의 목소리다.

국회의장과 국무총리는 76년 만에 처음으로 여순사건 추념식에 참석했고,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진상규명·명예 회복 염원... 눈물 흘린 유족들

▲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전남 보성군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6주기 합동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라남도와 보성군은 19일 오전 전남 보성군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여수·순천 10.19사건 제76주기 합동 추념식'을 열었다. 그간 유족과 지방자치단체 주최로 진행돼 왔던 여순사건 추념식은 2022년 특별법(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정부 주최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은 유족과 지역 관계자 600여 명 등이 참석했고, 특히 76년 만에 처음으로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이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정부 측 대표로 추념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추념사에서 "오늘 참으로 안타깝고 숙연한 마음으로 여순사건 76주기를 맞이했다"며 "비극적 사건으로 인해 무고하게 희생되신 영령들의 넋을 기리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사회적 편견을 마주하며 오랜 인고의 세월을 살아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한 총리는 "아픈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는 2022년부터 시행된 여순사건법(특별법)에 근거하여 진상규명과 희생자 조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희생자 신고와 접수를 받아 본격적으로 희생자와 유족 결정에 들어갔고, 특히 지난해 7월 개정된 여순사건법에 따라 올해 2월부터는 추가 신고나 재조사 없이 여순사건위원회 직권으로 희생자를 인정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여러분의 기대에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여순사건의 온전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분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희생자 심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사 체계를 개선하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겠다. 진상규명 조사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여순사건법(특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와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유족들은 한 총리의 발언 중간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가 추념사를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에는 "꼭 약속 지키세요! 꼭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아직 많은 과제 남은 여순사건... 국회와 정부 할 일 있다"

▲ 우원식 국회의장이 19일 전남 보성군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6주기 합동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추념사에서 "참사가 일어나고 76년이 지났다"며 "국회 대표의 참석이 너무 늦었다. 죄송하다"라고 운을 뗐다. 우 의장은 "여순사건은 지울 수 없는 역사의 상흔"이라며 "공권력으로 무수한 생명을 희생시킨 폭력이었고 철권통치 국가를 목표로 하여 애도, 슬픔, 기억까지도 빼앗으려던 지독한 국가 폭력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회와 지역사회 각계 시민들의 노력으로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되고, 올해는 처음으로 담양에서 26구의 희생자 유해가 발굴되어 봉안식이 열리는 등 여순사건의 진실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도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특별법 개정"이라며 "특별법 개정이 지체되어 면목 없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지 않도록 국회의장도 책임지고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더해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공권력에 의한 국민의 피해와 희생을 규명하는 일에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진상조사에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분명하게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 박선호 여순10·19전국유족총연합회 상임대표가 19일 전남 보성군 한국차문화공원에서 열린 여수·순천 10·19사건 제76주기 합동 추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선호 여순10.19 전국유족총연합회 상임대표는 "희생자들의 가족과 후손들은 그들에게 덧씌워진 빨갱이, 반란군 등 감당하기 어려운 굴레를 짊어진 채 오랜 시간 국가와 사회로부터 외면당했다"면서도 "다행히 지난 2021년 7월 제정된 여순사건 특별법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은 미약하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진상규명 신고·조사 기한 연장, 특별 재심 및 직권 재심 등의 내용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이 신속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정치권 관계자들께서 다시 한 번 따뜻한 관심을 가져 힘을 모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여수에 주둔하고 있는 국군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정부의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일으킨 사건이다. 이후 1955년 지리산 입산 금지가 해제될 때까지 전남, 전북, 경남 일부 지역에서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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