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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 시작하면 마비 증상... 오은영이 안타까워한 이유는?

등록|2024.10.20 14:16 수정|2024.10.20 14:16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9월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무자녀 남녀 중 출산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월(32.6%)보다 5.1% 높은 37.7%로 나타났다. 최악의 출생률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희소식이지만, 여전히 출산과 양육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지레 겁먹을 일은 아니라도 '함께 키운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18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예비 초등학생 딸을 혼자 양육 중인 엄마가 고민을 안고 찾이왔다. 다행히 외할머니가 1시간 거리를 왕복하며 육아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금쪽이는 어느 날 갑자기 오열하며 잘 다니던 유치원 등원을 거부했다. 유치원 앞에만 다면 울음이 폭발했다. 입이 굳는 마비 증세까지 보였다. 그 정도로 스트레스가 심각했던 것이다.

친구들에게 편지까지 쓰며 설레했던 금쪽이는 정작 유치원에 도착하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친한 친구들과도 본체만체하더니 겨우 교실에 들어갔다. 혹시나 모를 돌발 상황을 우려해 할머니가 엄마와 바통 터치했다. 금쪽이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쪽이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더니 울먹이며 할머니를 찾아나섰다.

"체면이 깎인 거죠." (오은영)

언뜻 분리불안과 비슷해 보이나 유치원 외의 장소에서는 잘 지내는 점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낮아보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유치원 동생을 때린 이유로 선생님에게 혼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오은영 박사는 당시 훈육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목격했을 거라며 그 때문에 체면이 깍인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다뤄내는 능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금쪽이는 왜 불편한 상태를 못 견디는 걸까. 의욕 넘치는 상태로 태권도장을 찾은 금쪽이는 이번에도 학원에 도착하자 갑자기 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바꿨다. 한 친구가 인사를 하자 엄마 뒤로 숨었다. 인사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움츠러들어 있었다. 오은영은 못 해내는 상황이 감당 안 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는 '무한 칭찬의 역효과'였다. 앞으로 등교 거부까지 할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금쪽이의 내면이 단단해지도록 가족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 식사 시간, 할머니는 영상을 보고 있는 금쪽이에게 밥과 반찬을 떠먹여주며 밥 시중을 들었다. 금쪽이는 할머니에게 "설거지하고 놀아"라며 명령조로 말했다. 또, 만들기 놀이를 할 거라며 가위를 가져 오라며 제멋대로 굴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금쪽이에게 꼼짝도 하지 못했다.

"허용적인 육아는 뭐가 문제가 되냐면 내가 짊어지고 가야 되는 나의 인생의 몫이 있어요. 책임의 분량, 이 몫을 짊어지고 가지 못해요." (오은영)

심지어 엄마는 화장실을 가는 금쪽이를 따라가 소변 뒤처리까지 대신 해줬다. 이렇듯 금쪽이는 식사부터 용변 처리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은영은 허용적인 육아를 지적했다. 자율성, 자발성, 자기 주도성 부족한 금쪽이는 집단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 자칫 이기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가족들은 금쪽이를 단호하게 대하지 못하는 걸까.

할머니에게 가볍게 한소리 들은 금쪽이는 한바탕 눈물을 흘렸다. 그러더니 휴대전화를 제대로 잡지 못했는데, 왼손 지림을 호소했다. 심하게 운 뒤 나타나는 마비 증세였다. 금쪽이에게 허용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엄마는 금쪽이를 데리고 소아과 병원을 방문했고,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니타나는 뇌혈관 질환 중 하나인 '모야모야병'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따라서 금쪽이는 뇌압(腦壓)이 상승하는 상황, 이를테면 울음을 터뜨리는 일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했다. 하지만 부모가 아무리 열심히 케어를 한다고 해도 울 만한 일을 따라다니며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금쪽이 스스로 견뎌낼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앞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등 사회 생활을 해나기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금쪽이는 지금껏 아빠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엄마는 고민 끝에 금쪽이를 데리고 아빠를 만나기 위해 병원를 찾았다. 금쪽이가 생후 200일 즈음에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아빠는 6년째 의식 불명 상태였다. 낯선 아빠의 모습에 당황한 듯 금쪽이는 아빠가 무섭다고 말했는데, 엄마는 "그럴수도 있지."라고 대답하고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가족의 위기가 생겨요. 솔직하게 상황을 말해주고 그 과정에서 감당할 것들은 서로 각자 나이에 맞게 감당하고 살아야 해요." (오은영)

오은영은 아이가 상처받을까 봐 아픈 아빠와의 만남을 차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며, 이는 허용적인 육아법과 일맥상통한다고 지적했다. 정서적 감내력이 약한 금쪽이는 마음과 정서를 발달시켜야 했다. 이를 위해 금쪽이가 느끼는 감정을 차분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가령, 아빠가 무섭다고 하면 그냥 넘어갈 게 아니라 그 감정에 대해 충분히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아빠를 만나고 온 금쪽이는 선명하게 남아 있는 아빠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아빠가 집에 왔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말하기도 했다. 어른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씩씩했다. 오은영은 홀로 모든 슬픔과 책임을 떠안고 있는 엄마를 위로하며, 그럼에도 아이를 위해 힘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좌절을 경험하지 못한 금쪽이에게 무분별한 허용을 멈추고 내면의 힘을 길러줘야 하기 때문이다.

솔루션의 목표는 '스스로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거부하더라도 실수해도 괜찮다고 힘을 내도록 응원하고 복돋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마는 금쪽이에게 울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고, 금쪽이는 용감한 어린이가 되기로 약속했다. 스피치 학원을 찾은 금쪽이는 자신감을 채우며 내면을 힘을 길러나갔다. 매일 발표 연습을 하며 경험치를 쌓았다.

금쪽이는 엄마와 함께 몸으로 모양을 만들며 한글 공부를 하고, 화장실로 혼자서 척척 다녀왔다. 수업 연습을 통해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할 수 있게 됐다. 한 아이를 기른다는 건 이처럼 어려운 일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고, 감내하기 힘든 난관을 겪기도 한다. 희망찬 내일을 위해 금쪽이와 가족들이 내딛은 변화의 첫걸음을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a href="https://wanderingpoet.tistory.com"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wanderingpoet.tistory.com</a>)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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