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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가해자 폭증... "디지털 성범죄 지속 관심 필요해"

[이영광의 '온에어' 329] MBC < PD수첩 > 성승민 PD

등록|2024.10.20 16:24 수정|2024.10.20 16:24
최근 딥페이크로 인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사실 합성사진 문제는 최근 일이 아니라 몇십 년 전에도 있었다. 다만 최근엔 딥페이크 봇이 3초 만에 성범죄물을 만들어낸다. 또한 가해자 중 10대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15일 MBC <PD수첩> '딥페이크, 당신의 아이를 노린다'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텔레그렘 딥페이크 방에 PD가 직접 잠입해 어떤 시스템으로 디지털 성범죄물이 제작되는지 살펴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17일 해당 회차 연출한 성승민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성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 MBC 의 한 장면 ⓒ MBC


- 방송 마친 소회는 어떠세요? <PD수첩> 연출은 처음이었는데.
"맞아요. <PD수첩> 팀에 발령받고 처음으로 연출한 회차여서 걱정도 크고 부담이 많이 됐었는데 그래도 문제 없이 방송을 마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딥페이크로 인한 성범죄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아이템을 찾던 시기에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뉴스가 매일 쏟아졌어요. 검거된 피의자 10명 중 8명이 10대라는 뉴스도 있었고요. 사실 N번방 사태 등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이슈였던 적은 많았고 그때도 10대 가담자들이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10대 청소년의 비율이 확연히 높은 디지털 성범죄는 처음 보는 거라서 관심을 갖고 취재하게 됐습니다."

- 딥페이크 성범죄로 아이템을 정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요?
"우선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딥페이크 합성이 이뤄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사진 합성을 해주는 '딥페이크 봇' 링크를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사진들이 공유되는 텔레그램 방들도 찾아봤는데요. 당시에는 이미 지역별, 대학별 겹지방과 지인 능욕방이 대부분 폭파된 상태였기 때문에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방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찾아봤습니다."

- 합성사진 문제는 예전부터 있었잖아요. 예전엔 아마 포토샵으로 한 거죠. 지금은 다른 건가요?
"포토샵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잡지나 사진을 오려서 붙이는 방식도 있었고 그림판으로 하기도 했었죠. 말씀하신 포토샵도 충분히 정교한 작업이 가능하지만, 요새는 AI를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봇'이라는 걸 주로 이용하는데요. 이게 손으로 하나하나 자르고 갖다 붙일 필요 없이 단순히 사진 올리는 것만으로도 작업물을 완성해 주니 훨씬 간편해졌다고 할 수 있어요."

- 이런 거 취재하면 여성이라서 더 무섭지 않나요?
"평소 SNS를 자주 하는 편인데요. 딥페이크 아이템으로 방송한다고 하니 가족들이 SNS 닫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더라고요. 하지만 여성 PD라서 더 무섭다기보다는, 여성 PD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느끼는 공포를 더 잘 체감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의 90% 이상이 여성이니까요."

- 사례자들 섭외하는 건 어렵지 않았나요?
"사실 되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의외로 피해를 당한 청소년들과 그 부모님들은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취재에 응해주시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리고 피해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접촉할 수 있는 분들도 많은 편이었고요."

- 피해자인 김서연(가명) 양 이야기가 나와요. 자신의 딥페이크 사진이 있다는 걸 인스타 디엠으로 받았단 거죠. 개인 정보가 알려진 걸까요?
"서연 양의 경우 아는 언니의 친구가 텔레그램 방에서 서연 양의 합성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는 걸 발견하고 인스타그램 DM으로 알려준 거였어요. 피의자는 서연 양이 SNS에 올렸던 일상 사진들을 캡처해서 이용했습니다."

- 딥페이크 사진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놀랐을 것 같은데 어땠다고 하나요?
"너무 놀랐다고 하죠. 사실 그 사진들이 제가 보기에도 굉장히 선정적이고 충격적이거든요. 그래서 특히나 어린 학생이 그걸 처음 봤을 때는 그 충격이 더 컸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서연 양은 이 사진을 보고 나서 부모님께 바로 도움을 요청해서 이후 경찰 신고나 학폭위 등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 여기서 부모님의 대응도 중요할 것 같거든요.
"너무 중요하죠. 방송에 나온 피해 청소년들의 부모님은 이 사진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바로 인지하고 대응한 경우들이고요. 실제로 서연 양과 같이 피해를 입은 다른 학생들은 아무에게도 말 안 하고 넘어간 경우도 있고, 아빠가 알면 큰일날 것 같아서 학생 혼자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간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 김서연 양 사진 같은 경우 눈을 치켜뜬 게 있잖아요. 그게 성행위 후 나타나는 표정이라고 나와요. 딥페이크 성범죄라는 게 단순한 나체와 합성한 게 아닌가 봐요?
"네. 나체 합성은 물론이고 다양한 의상을 선택할 수도 있고요. 얼굴에 정액이 묻어 있는 모습이라든지 아니면 성행위하는 것 같은 자세나 표정으로 합성을 해주기도 합니다. 서연 양의 경우에 눈을 치켜뜬 사진, 일명 '아헤가오'라고도 하는데요. 이것도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거거든요. 이러한 형태들로 다양하게 합성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텔레그램에 딥페이크 봇이 많나요?
"저희가 취재를 시작하고 하루 동안 찾은 것만 해도 한 5~6개 이상이었거든요. 요새 이슈가 되다 보니까 지금 폐쇄된 것들도 꽤 되는데 실제로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 PD님 그거 들어가 보셨잖아요. 어땠나요?
"사실 저희도 기사를 통해 봇을 이용하면 이런 합성 사진이 만들어진다고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놀랍더라고요. 사진 올리고 딱 3초 걸렸거든요. 너무 짧은 시간에 그리고 너무 정교하게 합성이 되어서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고 저랑 저희 제작진들 모두 충격을 받았어요. 그뿐 아니라 가슴을 키운다든지 줄인다든지 그런 옵션까지 발달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거 정말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쉬우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문제가 더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 방송 보고 호기심에 딥페이크 봇에 접속할 수도 있어서 그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 고민도 했던 게 사실이죠. 그렇지만 방송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이게 실제로 얼마나 쉽게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줘야 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 부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송에 담기로 결정했습니다."

- 김서연 양 가해자와 통화했잖아요. 어땠나요?
"취재하면서 가장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순간이었어요. 정말 어렵게 연락처를 구해 전화한 건데, 처음에는 당연히 <PD수첩>이라고 밝히자마자 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의외로 제가 물어보는 말에 다 술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대답하는 목소리가 너무 앳되어서 기분이 묘하기도 했고요. 또 통화 내용 마지막에 '방송에 나간다면 이게 되게 나쁜 거고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달라'고 그 친구가 말하거든요. 가해자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되게 아이러니하면서도 한편으론 약간의 진심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 피해자들은 대인 기피증도 심할 것 같아요.
"(방송에서) 대전 겹지방 피해자로 나온 해린(가명) 양은 이제 겨우 16살이거든요. 근데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많아졌다고 말해요. 우울증 약도 복용하게 됐을 정도로 정신적인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피해자인 인천 선생님들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계셨어요. 아무래도 제자가 저지른 일이다 보니 마음의 상처가 컸죠."

- 딥페이크 채팅방 참여자와 힘들게 인터뷰하셨잖아요. 섭외 과정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려웠죠. 우선 저희가 잠입해 있는 여러 방에서 사진 올리거나 같이 능욕할 사람 찾는 사람들에게 개인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요. 그들과 약간의 대화를 하다가, 곧 제작진인 걸 밝히고 인터뷰를 요청했어요.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보냈을 때 바로 나가버리는 경우가 일단 제일 많았고요. 답장하더라도 조롱하고 놀리는 투로 말한 사람도 있었어요. 대답이 아예 안 오는 경우도 꽤 있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 나온 것처럼 집요하게 인터뷰를 시도했어요. 한 일주일여 만에 한 사람이 '제작진인 걸 인증해 주시면 인터뷰에 응해드릴게요'라고 답 해왔습니다."

- 인터뷰 내용 중에 기억에 남는 게 뭐예요?
"방송에도 나왔는데 딥페이크를 왜 하는 거냐는 물음에 '옛날에는 그냥 좋아하는 이성을 생각하면서 자위했다면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라고 얘기 하더라고요. 당당한 대답에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맞는 말 같았어요. 지금까지 많은 디지털 성범죄가 기술의 변화에 따라 양상을 달리 해왔잖아요. '앞으론 또 다른 형태의 디지털 성범죄가 등장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 아이들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게 교육의 문제일까요?
"교육의 문제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렇다고 당장 학교 성교육 시간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교육을 받는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거든요.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청소년들의 인식도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1년에 성교육 받는 시간이라고 해봤자 몇 시간 되지 않는데 그 외에 모든 시간을 온라인상에서 그런 글, 사진, 링크들을 접하면서 지내는 거잖아요.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이것이 범죄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주고,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해요. 교육은 그 수단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죠."

- 딥페이크 성범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셨을 것 같은데.
"방송에서는 경찰과 플랫폼의 문제를 주로 꼬집었지만 실제로는 학교의 대응이 문제였던 케이스도 있고요. 판결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양형 기준 등을 적용해서 터무니없는 형량을 받은 사례들도 많아요. 학교, 경찰, 플랫폼, 사법부까지 총체적인 문제인 거예요. 이 모든 것들이 다 개선이 되어야 명확한 사회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피해자들도 신고에 적극적일 수 있고, 옆에서 제지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고 보거든요. 여러 기관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꿔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새삼 언론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지인 능욕, 딥페이크 성범죄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들어 언론이 주목하자 뒤늦게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거든요. 하지만 이것도 불과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언론에서 다뤄지는 양이 확연히 줄었어요. 저 역시도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가 이대로 사그라들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 디지털 성범죄는 정말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이 필요하거든요. 가정과 학교, 경찰, 사법부뿐만 아니라 저희 언론에서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PD수첩>도요."

-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이번 편에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거였어요. 사실 성인 범죄자들의 경우에는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왜 그러셨어요? 그러시면 안 되죠'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친구들은 미성년자이다 보니 그럴 수 없거든요. 강제 전학 조치가 돼도 그 정보를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재판 결과도 공개하지 않을 만큼 사회적으로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해자의 이야길 들어보지 않을 순 없었기 때문에 그 선이 어디까지일까 고민하고 이를 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나온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이야기할 부분이 있나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 담지 못해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어요. 같은 반 학생에 의한 딥페이크 피해 사실을 신고했음에도 학교에서 가해자와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고, 수사 단계에서 가해자가 이민을 가버린 사례도 있었어요. 충분히 다뤄볼 만한 이야기인데 시간 제약상 생략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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