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공금 빌려 조의금 낸 서울중앙지검 수사과장, 더 수상한 정황

'과비' 일부 예산, 검찰 특활비 의심... 예산 관리 실태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

등록|2024.10.21 13:25 수정|2024.10.21 13:52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로비 ⓒ 연합뉴스


어떤 회사원이 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있어서 잠시 현금으로 보관중이던 회사 돈을 빼서 쓰고 채워 놓기로 마음먹었다. 며칠만 쓰고 채워 놓는 것이니 '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실이 우연히 드러나게 되었다. 그는 '빌렸다가 갚았으니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연 그 회사원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회사원이 회사 돈을 빼서 쓴 것은 그 순간에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대법원 2005. 8. 19. 2005도3045 판결)". 즉 사후에 이를 반환했다고 해도 횡령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 조직 내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과장, 친구 부친 조의금을 공금으로?

2022년 11월 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2과장은 친구 부친상에 조문을 가다가 지하철역에서 조의금 봉투를 떨어뜨렸다. 조의금 봉투에는 50만 원의 현금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봉투를 주웠는데, 그는 경찰에 분실물 신고를 하면서 봉투에 5만 원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 여성은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50만 원의 출처가 드러났다. 피고인의 변호인이 돈의 출처가 의심스러워서 증인신문과 사실조회 신청 등을 통해서 진실규명을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인으로 나온 수사2과장(지금은 퇴직해서 법무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은 조의금으로 내려고 했던 50만 원은 '과비'에서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과비'는 서울중앙지검 총무과에서 받는 공금, 즉 국민세금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세금을 조의금으로 쓰려고 가지고 가다가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당당하게 이런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인지하게 된 <뉴스타파>가 전직 수사2과장에게 물어봤을 때에도 '뭐가 문제냐'라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감찰이나 수사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상한 '과비' 입출금 내역

피고인의 변호인이 법원에 사실조회 신청을 해서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도대체 '과비'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진다.

▲ 서울중앙지검 수사2과 2022년 11월 과비 현황 ⓒ 뉴스타파


서울중앙지검은 '11월 과비 현황'이라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수입/지출과 잔액을 적은 간단한 장부같은 형태이다. 담당 실무관이 엑셀 파일 형태로 관리하는 장부라고 한다. 그런데 온통 새까맣게 먹칠을 해서 액수조차도 확인할 수 없다.

이런 방식으로 관리하는 '과비'에서 현금 50만 원을 빌려서 친구 부친상 조의금을 내려고 했다는 것이 전직 수사2과장의 주장이다. '과비'는 전부 현금으로 관리된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세금을 이렇게 관리해도 되는 것일까? 빌렸든 아니든 간에 어떻게 국민세금을 친구 부친상 조의금으로 사용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과비'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아무리 법령과 지침을 들여다보아도 '과비'라는 항목은 없었다. 국고금관리법 시행령, 시행규칙과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다시 들여다 보니 '과 운영비'라는 항목은 있고, 이 항목은 현금으로 쓸 수 있었다. 그러나 금액이 너무 적었다.

부서당 인원수가 20명 이상이면 월 27만 원, 6명 이상이면 월 18만 원, 5명 아래면 월 9만 원이 지급되는 수준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2과에 총 17명이 근무했다고 하니까, 매월 18만 원의 과운영비가 지급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음료수나 다과 구입비 정도로 쓸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매월 18만 원이 지급되는데, 그 중 50만 원을 조의금으로 빌려준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이 제출한 장부를 보면, 2022년 11월에만 8번 수입이 있었던 것으로 되어 있다. 과운영비는 매월 1번 지급되는 예산인데, 이렇게 여러 번 수입이 잡힐 리도 없다.

과비 일부 특활비 예산 의심... 국민 세금 이렇게 써도 되나

따라서 과비의 전부는 아닐 지라도 일부는 '특수활동비'같은 예산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현금으로 받아서 쓸 수 있는 예산은 달리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의문은 확장될 수밖에 없다. '과연 서울중앙지검 수사2과만 이런 식으로 돈 관리가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다. 설사 빌린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부서장이 맘대로 빌렸다가 채워놓아도 되는 공금은 있을 수 없다. 이런 식으로 국민세금을 관리하면서 어떻게 다른 기관을 수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번에 드러난 서울중앙지검의 '과비'는 검찰 예산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또 다른 단서이다. 검찰의 예산 관리 실태에 대해 국정조사 등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