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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남해에서 애정 표시한 느티나무

한강 작가와 경남 남해군의 인연... 13회 김만중문학상 문학상 수상, 남해군청 느티나무 보고 '아름다운 군청' 감탄키도

등록|2024.10.21 15:07 수정|2024.10.21 15:07

▲ 우리나라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2022년 10월 9일 남해군 `노도`에서 열린 `제13회 김만중 문학상 시상식 및 문학축전`에 참석해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 남해시대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한국문학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가운데, 한강 작가와 경남 남해군의 인연이 눈길을 끈다.

한강 작가는 2022년 '제13회 김만중 문학상' 소설 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남해군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대상 수상 작품은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당시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역사적 거대 담론, 이데올로기 각축의 표층과 그 윤리적 정당성에 대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서는, 작가의 참신한 심미적 윤리관이 돋보인다. 불의한 집단 폭력에 대한 상투적, 원색적 규탄에 광분하는 대신, 그 역사적 통고체험(痛苦體驗)의 본질적 문제인 생명 자체의 표상과 의미를 집요하게 추구하는 준열한 작가 정신이야말로 경이롭다."

이같은 평가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한림원의 평가와 일맥상통한다.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선정된 직후 노벨위원회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먼저 읽었으면 하는 작품으로 꼽아 의미가 더욱 깊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후 한강 작가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유튜브에 공개한 것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신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도서로 "내 생각에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따라서 나의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그는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주 4.3사건의 아픔과 고통을 담고 있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강 작가는 2022년 10월 '남해 노도 문학의 섬'에서 열린 '제13회 김만중 문학상 시상식 및 문학축전'에도 참석해 남해군민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한강 작가는 "그동안 부끄럽게도 글을 쓰지 못했는데 김만중문학상 수상과 오늘의 모험을 계기로 새로운 작품 활동에 나설 수 있는 각오를 하게 됐고 격려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었다. 이와 함께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2019년 '제10회 김만중 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점도 흥미롭다.

김용태 전 남해군청 국장이 밝힌 한강과 남해

▲ 드론으로 촬영한 남해군청(2021년 4월 21일). 군청사 신축 전 사진이라 현재와 차이가 있다. 사진 가운데 느티나무가 보인다. ⓒ 남해군청 제공


남해군청에 근무했었던 김용태 전 국장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강 작가와의 만남을 추억하고 문화예술이 충만한 남해군이 되기를 기원했다. 김 전 국장의 회고다.

"유럽여행 중 버스 안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얼마나 기뻤던지 함성이 절로 나왔다. 그는 2022년 제13회 김만중 문학상 소설부분에 당선돼 상주면 노도에서 개최한 시상식에 참여했고, 통영 친구 집 가는 길에 남해군청도 잠시 들렀다. 400백년 넘은 느티나무를 보고 '가장 아름다운 군청인 것 같다'며 감탄했고, 청사 철거를 아쉬워하며 느티나무가 잘 보존돼 모두가 좋아하는 명소가 되기를 소망했다. (...)

유럽여행을 하면서 가장 부러운 것은 광장이었다. 어느 도시를 가도 시내 중심에는 성당과 시청이 있고 그 앞 광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곳은 장터이며 정보가 오고 가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그곳의 광장처럼 오래된 조각품이나 분수는 없더라도 우리 군에는 옛 성터가 있고 군청을 상징하는 느티나무가 있지 않은가. 행정기능의 청사도 중요하지만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군민과 방문객을 위한 아담한 광장을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한다. 작가의 말처럼 새로운 청사는 느티나무와 함께 문화와 예술이 있는, 누구나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우리군 명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 드론으로 촬영한 남해군청(2021년 4월 21일). 군청사 신축 전 사진이라 현재와 차이가 있다. ⓒ 남해군청 제공


김만중문학상 위상 높아지나

경남 남해군이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김만중문학상'은 한국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긴 서포 김만중 선생의 작품 세계와 국문정신을 높이 기리고, 유배문학을 탄생시킨 남해군의 문학사적 업적과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제정됐다.

2020년부터는 등단 작가의 작품집을 공모해 수상자를 선정했던 기존방식에서 탈피해, 추천위원들의 추천 작품을 접수받아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는 2단계 과정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문학상 제도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인 11일, 남해유배문학관에서는 '제15회 김만중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가 열린 점도 이채롭다. 남해군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그가 수상했던 김만중문학상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2년 전 이맘때 쯤 노도 문학의 섬에서 남해의 아름다움을 격찬하시며 당부하신 것처럼, 남해에서 문학의 향기가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남해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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