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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발달 느린 아이, 책보단 이걸 더 해주세요

[인터뷰]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 저자 언어재활사 원민우 교수

등록|2024.10.21 16:53 수정|2024.10.21 16:53
개인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처음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기쁨이나 환희 같은 것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이 작은 생명을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돌아보면 아이를 양육하는 내내 나는 모든 발달의 지점마다 노심초사했다. 그럴 때 특히 도움이 됐던 건 원민우 교수의 SNS였다. 15년 경력의 언어재활사이자, 수많은 부모들에게 '놀이'를 가르쳐 주는 그의 SNS는 일종의 보물창고였다.

최근 원민우 교수는 다양한 아동 발달 영역 중 언어에 중점을 맞춘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을 출간했다. 아이의 현재 언어 수준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데부터 시작해 언어 자극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언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놀이까지 수록한 이 책 덕분에 아이의 언어 발달만큼은 걱정을 조금 덜 수 있겠다.

물론 나는 여전히 내 아이를 염려한다. 나훈아의 노래 가사처럼 "비 내리면 비 맞을세라, 눈 내리면 눈 맞을세라, 험한 세상 넘어질세라, 사랑 때문에 울먹일세라" 뭐 그런 마음. 어쩌면 그것은 사랑의 다른 형태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와 열심히 원민우 교수가 소개하는 놀이를 하고 있다. 이 놀이들이 쌓이고 쌓이면 아이는 눈과 비를 맞을지언정, 때로 세상 때문에 넘어지고, 사랑 때문에 울먹일지언정 금방 훌훌 털고 다시 씩씩하게 제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의 저자 원민우 교수를 만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원민우 프로필 사진 ⓒ 원민우


- 15년 경력의 언어재활사로서 발달센터를 운영하면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언어재활사라고 하면 대중들에게 좀 생소한 것 같은데,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해달라.

"예전에는 명칭이 언어치료사였는데 몇 년 전에 바뀌었다. 언어재활사는 한마디로 언어와 관련된 다양한 장애를 진단하고 중재하고 재활하는 사람을 뜻한다. 크게 다섯 가지 영역인데 언어가 늦은 언어 발달 장애, 말을 더듬는 유창성 장애, 발음이 좋지 않은 조음·음운 장애, 목소리가 안 좋은 음성 장애, 뇌의 손상으로 언어에 영향을 받은 신경언어장애 등의 재활을 담당한다. 그 밖에도 난독증 같은 언어와 관련한 학습 장애를 비롯해 다문화 가정 아동의 언어 발달 문제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궁극적으로 언어재활사란, 사람들의 삶을 향상하는 일을 하는 전문직이라고 생각한다."

- 최근 도서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을 출간했다. 어떤 책인지 저자가 직접 소개해 주신다면?

"그동안 일 년에 100여 곳 이상 강연을 다녔고, 3000명이 넘는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언어와 관련한 다양한 고민을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우선 0~60개월까지 연령별로 아이의 현재 언어 수준을 체크할 수 있게 했고, 언어 자극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담했던 부모님들이 특히 많이 궁금해했던 내용에 관한 Q&A와 그간 치료 현장에서 직접 활용하면서 언어를 성장시키는데 가장 많은 도움이 되었던 놀이를 수록했다.

이 책의 활용법은 명확하다. 아이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그에 맞는 언어 자극을 주고, Q&A를 통해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성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놀이를 많이 해주면 분명 아이의 언어는 크게 발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 표지 이미지 ⓒ 원민우


- 보통 '아이의 언어 발달'을 두고 두 부류로 나뉘는데. 한쪽은 굉장히 예민하게 생각하고, 또 다른 쪽은 때 되면 알아서 느는 게 언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본인이 어릴 때 어떻게 자랐는지에 따라 혹은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 예민하게 혹은 둔하게 반응하는 편인 것 같다. 그러니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나는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을 통해서든, 혹은 다른 루트를 통해서든 아이의 현재 언어 발달 단계를 꼭 확인하고 체크해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렇게 발달 단계를 확인해 보면 예민한 부모님은 '괜찮구나' 하고 느낄 수 있고, 반대로 둔감한 부모님은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식으로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분명한 것은 언어 발달은 골든타임이 있다. 중요한 시기를 놓치면 아이도 힘들고 시간이든 노력이든 돈이든 더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발달 단계 체크를 통해 빠르게 아이의 현재를 파악하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 코로나 이후 아이들의 언어 및 사회성 발달 지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 때 영아 시기를 보낸 만 5세 미만 아동의 언어 발달 지연 비율이 전체 30%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있다. 3명 중 1명은 언어가 느린 셈이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 마스크가 입을 가리면서 사람의 입 모양으로 언어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다는 걸 꼽을 수 있다. 또 언어는 곧 사회성인데 코로나가 다른 친구들을 비롯한 타인과 소통할 기회를 앗아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중요한 점은 코로나 때 자극을 못 받았던 친구들이 계속 자라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언어 지연의 문제였지만 점차 발음 문제, 읽기 문제로 영향을 미쳐서 교육기관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연된 만큼 더 많은 언어 자극과 교육이 필요하다."

-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에도 강조했듯 아이들에게 언어 자극을 많이 줄 수 있는 건 놀이라고 하셨고, 인스타그램에서도 놀이를 통해 많은 부모님들과 소통하고 있다. 놀이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를테면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도 가장 좋은 건 책인 것 같은데?

"놀이란 아주 넓은 영역에서 보면 아이가 흥미를 보이고 지속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아이는 놀이로 세상을 파악하고 수용하기 때문에 모든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언어로만 한정해서 이야기하면 환경이 변하면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진다. 그런데 놀이는 일상 속에서 무수히 다양한 새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아이는 놀이를 통해 수많은 언어를 사용하고 배울 수 있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놀이 안에서 언어의 사용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동차 장난감만 있어도, 소꿉놀이나 병원 놀이를 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게 바로 책과 다른 점이다. 물론 책도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듣고 보는데 그칠 뿐 직접 움직이면서 경험하는 자극은 놀이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 아이와 놀이 교육을 하는 원민우 교수 ⓒ 박정우


- 그렇다면 책을 읽어주는 건 언어 발달에 도움이 안 되나?

"물론 그렇지는 않다. 최선이 놀이라면 차선은 충분히 된다. 다만 책을 읽어줄 때도 일종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 인터뷰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고 하나만 말씀드리자면, 그냥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포인팅을 하면서 읽어줄 때 언어를 훨씬 빨리 습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깡충깡충 토끼'를 읽으면서 토끼 그림을 짚어주는 식이다. 아이는 집중할 때 빨리 습득한다. 동화책만 읽어준다고 해서 언어 발달이 되는 게 아니라 그림도 짚어주고, 강세도 넣어주는 방식의 책 읽기가 필요하다."

- 생각해보면 아이들의 신체 발달에 관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잘 되어 있는데, 언어를 비롯한 마음 성장과 관련한 부분은 그런 지원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관련한 지원도 어느 정도 되고 있다. 현재 언어 발달 지연 판정을 받으면 만 6세까지, 내년에는 만 9세까지 소득에 따라 발달재활바우처를 통해 매달 치료비를 지원해 준다.

그래서 나는 아이가 3세 정도가 되면 신체 발달 뿐 아니라 언어나 심리 같은 부분도 꼭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중간 점검을 통해 정상적으로 잘 발달하고 있으면 자신감 있게 키우면 될 일이고, 만약 느리다면 국가 지원을 받아서 빨리 치료하면 된다. 시기를 놓치는 게 가장 좋지 않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책을 집필할 때부터 했던 생각인데 <내 아이 언어 발달의 모든 것> 같은 책은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읽는 분들은 아마 없으실 거다.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 위한 마음일 것이고, 행여 아이의 언어가 늦다면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읽으실 것이다. 나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이 '느린 아이의 언어 수준은 평균 이상으로, 빠른 아이의 언어 세계는 더 깊고 넓게' 하는데 직접적이고 분명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로서, 또 언어재활사로서 살아온 지난 세월을 오롯이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책이 나왔으니 강연이나 복토크를 통해 많은 분들을 만나려고 한다. 당장 10월 30일에 서울 강연이 계획되어 있다. 관련 소식은 인스타그램(@1minwoo)를 통해 알리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들러봐 주시면 좋겠다."

▲ 원민우 교수 인스타그램 ⓒ 원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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