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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빈집의 변신... 드라마 같은 일이 생겼다

귀촌 청년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로컬 체험 연극, 주민들 신선한 문화체험

등록|2024.10.22 10:37 수정|2024.10.22 10:40

▲ 방치된 봉산 하평리 시골 빈집을 한 귀촌 청년의 뚝심과 열정으로 재생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시켰다. ⓒ <무한정보> 황동환


방치됐던 봉산 하평1리 한 시골 빈집이 연극 공연장으로 재탄생됐다. 주민들은 마을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저마다 벅찬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이곳으로 귀촌한 한 청년의 뚝심과 열정으로 빚어낸 한 편의 드라마다.

지난해 11월 예산군에서 전문 문화예술투어 업체 '고로컬'을 창업한 청년 사업가 박상준(36) 대표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12·13일 이틀에 걸쳐 '스튜디오 감나무집'이라 소개하는 시골집 마당을 무대 삼아 로컬체험연극 '어떻게 온겨?'를 상연했다. 대흥에서 전래된 이성만·이순 '의 좋은 형제' 일화를 각색한 창작극이다.

원본과 달리 의 상한 두 형제가 등장한다. 한 명은 사업에 실패하고, 다른 한 명은 변호사 시험에 자꾸 낙방하면서 고향에 내려와 겪는 땅 문제, 집 문제,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일련의 사건을 거치면서 의가 좋아진다는 내용의 창작 코믹 가족극이다.

연극만 상연하는 것이 아니다. 의상했던 형제가 다시 사이가 가까워지는 결말에서 배우들은 객석 사이를 누비며 예산 쌀로 만든 떡을 나누고 덕산막걸리를 따라주는 등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은 젊은 배우들의 익살스런 표정과 대사에 포복절도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평소 연극 관람 기회를 갖기 어려운 어르신들은 모처럼 신선한 문화 체험의 기회가 됐다. 또 서울과 군산 등에서 이날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찾은 외지인들에겐 예산의 특산물을 맛보는 자리가 됐다.

▲ 지난 12일 오픈 기념으로 창고를 리모델링한 소공연장에서 창작 코믹극 ‘어떻게 온겨?’가 상연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 창고를 개조한 곳에서 관람객들이 연극을 보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알고 보니 그의 고향은 현재 귀촌한 집과 멀지 않은 이웃 동네 하평2리다. 서울에서 15년 정도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U턴형 귀촌 청년이다. 그는 "고향의 콘텐츠를 너무 좋아한다. 친구들 역시 시골에 오면 다들 좋아하는데,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늘 숙제였다"며 "그렇게 고향에 여행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업한 회사가 '고로컬'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하평리 빈집을 지난 7월 매입한 뒤 농기구 창고에 큰 창문을 내고 한쪽 벽을 터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연극 공연이 있을 경우 집 마당은 배우들의 무대가 되고 리모델링한 창고는 객석으로 변한다. 고령화·저출생 영향으로 농촌 인구가 줄면서 빈집도 늘고 있다. 오래 방치된 시골 빈집은 무성하게 자란 잡풀에 덮혀 흉가를 방불케할 뿐만 아니라 이웃의 안전을 위협하고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빈집 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에 박 대표의 '스튜디오 감나무집'은 빈집 재생에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는 이례적인 경우다.

철거 위주 빈집 정비에 좋은 사례

군이 빈집 재생 시도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지난 2020~2021년 사이 충남도 시범사업으로 두 차례 빈집 재생을 추진했다. 먼저 '함께 써유' 사업을 통해 예산읍에 1년 이상 방치된 빈집 철거 뒤 3년 이상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도·군비 1500만원과 자부담 1만5000원 등 1501만 5000원이 투입됐다.

이어 '더 행복한 공유주택' 사업을 통해 대흥 금곡길 빈집을 리모델링해 의무 임대기간 4년 동안 주거취약계층에게 무상임대했다. 보일러교체, 지붕·부엌·화장실 개량, 내·외부 마감공사 비용으로 도·군비 2000만원, 자부담 200만원 등 2200만원을 들였다.

다만 여기까지였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비용 투입 대비 기대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솔직한 평가를 전한 바 있다. 그 뒤로 군은 빈집 정비의 방향을 재생·재활용 보다는 철거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군에 따르면 군내 빈집 추정 건물은 약 650여채다. 지난해 500여채에서 150여채가 늘었다. 현재 군이 한 채당 지원하는 철거비는 500만원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80채 물량을 목표로 예산 4억원을 편성했다.

지난 7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지자체장에게 '빈집우선정비구역' 지정과 안전사고·범죄발생 우려가 있는 특정 빈집을 철거하지 않는 소유주에게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이 주어졌지만, 대상이 사유재산이라 민감하다. 이에 군은 법 집행 전 실태파악을 위해 한국부동산원에 용역을 의뢰해 놓았다.

▲ 15년 동안 서울살이를 마치고 고향으로 귀촌한 박상준 문화예술투어 회사 ‘고로컬’ 대표. ⓒ <무한정보> 황동환


박 대표는 "빈집이 많다지만 다녀보면 상속, 자녀들의 의견 합치 문제 등의 이유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며 "빈집 찾기가 정말 어려웠고, 결국 부동산을 통해 지금의 집을 찾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저처럼 농업인이 아닌 경우 농업정책자금을 받을 수 없다. 대출 이자 5% 중 예산군으로부터 2년 동안 4.5% 한도 내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이 기간이 끝나면 지원이 없다"며 "귀농자는 귀촌자보다 혜택이 많은 것 같다. 지자체가 귀촌자에게도 관심을 갖고 지원도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들이 정착하려면 전입 초창기에 머물 수 있는 단기 임대나 숙소가 필요하다. 월세가 저렴한 예산군 귀농의집을 귀촌인에게도 개방하면 좋겠다"며 "지자체에서 조금만 신경 써서 이런 부분을 지원해 준다면 청년유입인구를 늘릴 수 있다"는 말도 더했다.

빈집을 바라보는 관점을 철거와 재생, 어느 쪽에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사뭇 달라진다. 빈집을 공공용으로 쓰는 기간 동안 소유주에게 재산세를 완전히 감면해주자는 목소리도 있다. 지자체 빈집 정비사업을 통해 한시적으로 농촌에 거주하러 내려왔다가 환경에 만족해 아예 정착까지 결심하는 청년들도 있고, 지자체 정책과 별개로 직접 빈집 매입을 위해 정보를 찾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박 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예산군 전입을 저울질하는 청년들에게 충분히 머물 공간을 제공한다면, 그들이 군내 빈집 소유자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거래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드라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정착자금·대출이자 부담 완화 등 지원책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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