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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차별로 영세사업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착각

[광장에 나온 판결] 2019~2024 헌법재판소 특집 판결비평④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미적용 등에 대한 합헌 결정

등록|2024.10.22 10:42 수정|2024.10.22 10:42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로 불립니다. 1987년 헌법개정을 통해 법률이나 국가 공권력의 작용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하는, 국민 기본권 보호의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년간 유남석·이종석 소장을 거치며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결정을 내려왔습니다. 과연 시민들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한 결정이었을까요? 2024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는 소장을 포함한 3명의 재판관이 교체됩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헌법재판소의 주요 결정을 선정해 〈2019~2024 헌법재판소 특집 판결비평〉을 진행합니다. 변화의 시기, 과거 결정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헌법재판소에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를 담아봅니다.[기자말]

네 번째 특집 판결비평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미적용 등에 대한 합헌 결정"에 대해 다룹니다.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차별이 영세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집단적 확증 편향'에 갇힌 헌재 결정의 모순을 하은성 노무사가 비평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유남석(소장), 서기석, 조용호,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2019.4.11. 선고 2017헌마820 / 2013헌바112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에 대한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선진국 중에서 사업장 규모로 차별하는 나라가 있냐"라고 반문하는 등 적용 확대에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출산이나 육아, 보육 등 사회적 합의가 있는 부분'에 대하여 먼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하는 등 내용이 매우 빈약하다.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는 영세사업주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영세사업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부담이 적은 것부터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과연 그런가?

이러한 논리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부당해고제한조항과 노동위원회 구제절차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위헌인지를 판단한 2019. 4. 11. 2017헌마820 결정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인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해고 사유와 절차를 엄격하게 할 경우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다수 포함된 4인 이하 사업장은 인력을 자유롭게 조절하기가 어려워 경기침체 등 기업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은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의 주된 논거인 '영세사업주 보호'에 대하여 좀 더 들여다보자. 이 논거가 타당하기 위해서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최소한의 기준인 근로기준법에서 차별하는 것이 상시 5명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영세사업주에게 이익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노동관계는 다층적이다. 근로기준법의 차별 적용이 노동자의 취업 회피 요인으로 작용하고, 이 때문에 영세사업주가 오히려 높은 시급을 지불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견된다. 아무리 사업주가 "우리 사업장은 부당해고를 하지 않는다", "연차휴가도 줄 수 있다"고 선언하더라도 법으로 강제되지 않기에 노동자가 이러한 약속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명 미만 사업장 차별로 인해 영세사업주가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나아가 상시 5명 미만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체들은 모두 영세한가? 이는 본질적인 접근이면서도 너무 쉽게 반박될 수 있는 주장이다. 이미 병‧의원, 스타트업 등 작은 사업장이지만 영세하지 않은 수많은 반례들이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1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에서 사업장의 종업원 수가 매출 등 영세성과 비례한다는 데이터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상시 5명 이상'이라는 기준선은 구체적인 실태조사나 통계에 따른 결과가 아닌 개념적으로 그어진 선에 불과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근로기준법 차별 적용의 기준이 되는 '상시 5명 이상을 고용'에 포함되는 노동자는 직접고용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영세성 논거의 모순은 이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단적인 예로, 2명만 직접고용하고 100명을 간접고용하거나, 2명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고용하고 100명은 비임금노동자로 고용하는 업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5명을 직접 고용한 사업주보다 영세하다는 것인가? 이렇게 '5명'이라는 기준은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며, 이러한 차별 구조가 유지될 때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논의의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집단적 확증 편향

우리 근로기준법은 제24조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제한하고 있지만, 법이 제시하고 있는 요건들을 충족할 경우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기업여건 악화 등의 요건을 갖춘다면 정당한 해고를 할 수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대기업보다 경영위기에 취약할 것이므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을 조금 넓게 고려하는 방식으로 작은 사업장에 제한 조항을 충분히 적용시킬 수 있다.

2017헌마820 결정에서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역시 반대의견으로 "부당해고제한조항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만을 제한하는 것이지 해고의 자유를 일절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인한 인원 감축은 부당해고제한조항의 적용을 받더라도 유효한 해고사유들이고, 부당해고제한조항이 적용된다고 하여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근로자 수를 유지함으로써 사업장 경영의 위기를 감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다수의견의 논리 비약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제35조의 해고예고제도가 적용되므로, 해고예고를 받은 날부터 30일분의 임금청구가 가능하여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최소한의 근로자 보호는 이루어지고 있다."

위의 2017헌마820 결정 다수의견의 논거는 같은 날 나온 2013헌바112 결정의 반대의견이 제시한 논거로 반박된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은 의무 위반 시 30일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해고예고 의무 조항(근로기준법 제26조)은 적용하면서, 부당해고제한조항은 사업주의 부담을 이유로 적용하지 않는 모순에 대하여 지적하고 있다. 즉, '사업주의 부담'이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에 어떤 법을 적용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것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보다 논리적 정합성이 높은 반대의견이 소수의견에 그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필자는 이를 "집단적 확증 편향"이라고 지적하고자 한다. 애초에 근로기준법의 적용 확대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그 이유를 찾다 보니 '영세사업주의 부담'이라는 절대 반지를 남용하는 것이다.

국가가 어떤 제도를 새롭게 시행하거나, 또는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히 수범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역시 2013헌바112 결정 반대의견에서 "근로기준법 대부분의 조항들이 사용자의 의무 이행을 전제로 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는 조항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결국 위임의 기준이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수의견의 주된 논거는 그 자체로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

앞으로의 논의를 기대하며

전술한 내용을 종합하면, 근로기준법의 차별 적용은 '진짜' 영세한 사업주에게는 노동시장에서 인건비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상시 5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는 최저임금만을 지급하더라도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만으로 노동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나아가 5명 이상을 사용하는 사업주들이 간접고용과 비임금노동자 고용을 통해 사업주의 온전한 책임을 회피하는 편법을 낳는다. 이처럼 차별의 직접 피해자는 당연히 노동자지만, 5인 미만 영세사업주도 차별 적용의 수혜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비로소 집단적 확증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난 다음은 구체적인 자료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촉진해야 할 것이다. 2017헌마820 결정에서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은 반대의견에서 「4인 이하 사업장 실태조사」(2016년 고용노동부 발간)에서 이미 부당해고제한조항을 적용하고 있거나 적용 가능하다는 사업장의 응답률이 63%에 달한다는 것을 근거로 4인 이하 사업장에 부당해고제한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과도한 부담 전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노동부 자체 자료에서도 근로기준법 제23조 부당해고제한조항의 적용 가능성이 증명되는데, "일부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라는 다소 선언적인 다수의견의 논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편, 6년 만에 결론이 난 2019. 4. 11. 2013헌바112 결정의 다수의견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되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시행령에 위임한 제11조 제2항 규정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데, 필자는 이에 대하여도 찬동하기 어렵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은 반대의견으로 "'4인 이하 사업장에게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기 곤란한 것'은 결국 위임의 기준이 실질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아무런 위임의 기준도 없이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우리나라의 입법례를 통틀어 굉장히 이례적이고, 행정부에 의한 월권을 허용하는 형태임과 동시에 헌법 제32조 제3항의 근로조건 법정주의에도 위배되며,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고 선언한 헌법 제40조, 그리고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권력분립원칙에도 위배된다"라고 하여 다수의견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존 헌법 논증의 토대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영세사업주'를 보호하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 논리적 모순을 극복한 것인가? 진정으로 헌법재판소에 묻고 싶다.

헌법재판소 반대의견의 문구를 빌려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5년 전 헌법재판소는 1999. 9. 16. 98헌마310 결정에서 근로기준법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되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일부만 적용하는 것이 점진적인 제도개선 단계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차별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5년 전 헌법재판소는 과거보다 퇴보한 입장을 내면서 '불평등한 상태가 이대로 고착화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합헌이라는 면죄부를 주었다. 어쩌면 우리가 근로기준법 전면적용을 위해 싸워야 하는 것은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 안의 편견과 편향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이 글의 필자는 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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