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뒤 일자리, 이렇게 아침 인사 많이 받긴 처음입니다
전남 광양시 시니어 클럽 근무기... 교통 및 안전 지도 일하며 느낀 기쁨과 어려움
약 3년 전, 은퇴 뒤에 딱히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친구와 전화 통화 중에 친구 말하길, 시에서 운영하는 일이 있는데 어렵지 않으니 해보라는 것이었다.
교차로에서 깃발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친구의 말대로 '광양시 시니어 클럽'을 물어 찾아갔는데,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지부터 물어봤다. 그러더니, 일단 지금은 모집 기간이 지났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빈자리가 있으니 인적 사항 등을 작성하고 출근하여 일을 하라는 안내를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다가 정년퇴직을 하고 법인 택시회사를 전진하면서 택시 운전을 했는데, 우측 발에 대상포진이 걸리고 나서는 택시 운전조차 어렵게 되었다. 그게 약 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후유증이 심하다. 운전을 한 시간 정도만 해도 발이 아파와서 집에 쉬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적게라도 일을 할 수 있다니, 내게는 잘된 일이었다. 잘 보이는 노란색 옷을 입고, 깃발을 준비하여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하는 것을 돕는 일이 주된 임무였다.
일하는 날에는 새벽 6시부터 기상
그렇게 시작된 이 일을 하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바쁘다. 다른 날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나야 하므로 알람을 새벽 6시에 맞추고 일어나곤 한다.
나는 세수도 빨리하고 안경도 얼른 씻고 나서, 아내가 준비하는 아침 준비를 거든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내고 숟가락 등을 놓는다. 아내는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지만 조리대 앞에서 늘 바쁘다. 아내는 손과 팔의 통증 때문에, 예전엔 잘하던 일도 마치 처음 하는 일처럼 서투르다.
6시 30분경 식사가 끝나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생수를 준비하고 배낭 내용물 등을 확인하다 보면 7시 출근 알람이 울린다. 집에서 근무처까지 걸어서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계획대로라면 7시 30분 근무 시작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다. 전날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하면 근무하기 전에 주변 청소나 정리 정돈 등을 하기 위해 6시 50분 정도에서 출발한다.
근무지에 도착하면 나는 시니어 클럽에서 지급된 모자를 쓰고 조끼를 입고, '정지' 등이 쓰인 노랗고 큰 깃발을 준비한다. 차가 오면 깃발을 들고 학생들이 건너도록 한다.
한 마디로,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하는 것을 돕는 게 나의 하는 일이다. 이 곳은 차가 다니지만 사람을 위한 신호등은 없는 곳이기에, 아침에 학교로 학생들이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경우 깃발을 먼저 들어 차량이 멈추도록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일하면서 어려운 점도 당연히 있다.
빵빵 경적 울리거나 짜증내는 차량... 그럼에도 버티는 이유
일을 하면서 우리는 학생들이 지나가야 하니 차량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먼저 보내는데, 가끔은 그럼에도 슬슬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 차량이나 운전자가 종종 있다.
이것은 그래도 보통이고, 학생들이 빨리 비켜주지 않는다고 경적을 빵빵 울리거나 창문을 내려 일부러 소리를 치는 차량과 운전자들이 몇 번 있었다.
교통 지도와 안내를 하던 나 또한 황당해져, 운전자에게 큰소리도 내보고 가끔은 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해봤다. 차량과 보행자 간의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3년 전, 처음 와서 혼자 근무할 때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혼자서 근무하면서 정면과 측면을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에 한쪽을 놓칠세라 걱정되고 힘이 들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2인 1조로 근무하게 되어 좀 더 수월해졌다.
하지만 사거리 코너에 신축공사가 시작된 관계로 수시로 변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사거리인데, 보통 떠올리는 +십자형 사거리가 아닌 ㅕ자형 사거리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출퇴근 피크타임 때는 차량과 자전거와 사람이 한 데 엉켜서 곤란한 사항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들 급한 마음에, 차량이나 사람 모두 서로 빨리 가려고 할 때면 안전을 우선 지키도록 해야하는 임무를 지닌 우리는 어려워진다.
나는 시니어 클럽 일자리 형태 중에 '공익활동형'으로 '스쿨존 교통지원단'이며 한 달에 10일을 일한다. 이렇게 하루 3시간씩, 월 30시간을 일하고 있다. 활동비는 월 29만 원 가량을 지급받는다.
내가 알기로 일자리는 '학교 신발장 소독', '스쿨존 교통지원단', '저탄소 환경지킴이', '홍보 영상 제작', '그린 에코 사업단', '시니어 공동작업장', '놀이터 및 공공시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등이 있다. 다만 근무 시간과 활동비는 모두 조금씩 각각 다르다.
등교하는 학생들 중에는 걸어 다니는 학생들이 5명 정도 되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 50명 정도 된다. 이 중 인사를 잘 하는 학생은 30% 정도다.
날씨 좋은 날은 자전거 타고 등교하는 학생도 많아지고 인사하는 학생들도 많아지는데, 인사를 받으면 나 또한 즐겁게 웃으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바로 답례해 준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그냥 의례껏 하는 형식적인 인사였다고 한다면, 여기서는 그보다는 좀 더 마음을 담아 하는 반가운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살아오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많은 아침 인사를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운전자들의 짜증을 받아야 할 때면 힘겹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밝은 인사 때문에 더운 여름이나 비 오는 날에도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것이 즐겁다.
교차로에서 깃발을 들고 등교하는 학생들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친구의 말대로 '광양시 시니어 클럽'을 물어 찾아갔는데,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지부터 물어봤다. 그러더니, 일단 지금은 모집 기간이 지났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빈자리가 있으니 인적 사항 등을 작성하고 출근하여 일을 하라는 안내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적게라도 일을 할 수 있다니, 내게는 잘된 일이었다. 잘 보이는 노란색 옷을 입고, 깃발을 준비하여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하는 것을 돕는 일이 주된 임무였다.
일하는 날에는 새벽 6시부터 기상
▲ 시니어클럽 교차로 근무자가 깃발을 들고 있음시니어 클럽 회원이 조끼와 모자를 쓰고, 노란 깃발을 들어 등교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는 모습. ⓒ 안태식
그렇게 시작된 이 일을 하는 날에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바쁘다. 다른 날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나야 하므로 알람을 새벽 6시에 맞추고 일어나곤 한다.
나는 세수도 빨리하고 안경도 얼른 씻고 나서, 아내가 준비하는 아침 준비를 거든다. 냉장고에서 반찬을 내고 숟가락 등을 놓는다. 아내는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지만 조리대 앞에서 늘 바쁘다. 아내는 손과 팔의 통증 때문에, 예전엔 잘하던 일도 마치 처음 하는 일처럼 서투르다.
6시 30분경 식사가 끝나고 출근 준비를 하는데, 생수를 준비하고 배낭 내용물 등을 확인하다 보면 7시 출근 알람이 울린다. 집에서 근무처까지 걸어서 1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계획대로라면 7시 30분 근무 시작 시간에 조금 여유가 있다. 전날 바람이 많이 불거나 하면 근무하기 전에 주변 청소나 정리 정돈 등을 하기 위해 6시 50분 정도에서 출발한다.
근무지에 도착하면 나는 시니어 클럽에서 지급된 모자를 쓰고 조끼를 입고, '정지' 등이 쓰인 노랗고 큰 깃발을 준비한다. 차가 오면 깃발을 들고 학생들이 건너도록 한다.
한 마디로,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하는 것을 돕는 게 나의 하는 일이다. 이 곳은 차가 다니지만 사람을 위한 신호등은 없는 곳이기에, 아침에 학교로 학생들이 걸어오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는 경우 깃발을 먼저 들어 차량이 멈추도록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겐 쉬워 보일 수 있겠지만, 일하면서 어려운 점도 당연히 있다.
빵빵 경적 울리거나 짜증내는 차량... 그럼에도 버티는 이유
▲ 우천시 시니어클럽 회원 근무 중비오는 날 비옷을 입고 시니어클럽 회원이 교차로에서 근무하는 모습. ⓒ 안태식
일을 하면서 우리는 학생들이 지나가야 하니 차량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먼저 보내는데, 가끔은 그럼에도 슬슬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 차량이나 운전자가 종종 있다.
이것은 그래도 보통이고, 학생들이 빨리 비켜주지 않는다고 경적을 빵빵 울리거나 창문을 내려 일부러 소리를 치는 차량과 운전자들이 몇 번 있었다.
교통 지도와 안내를 하던 나 또한 황당해져, 운전자에게 큰소리도 내보고 가끔은 좋은 말로 타이르기도 해봤다. 차량과 보행자 간의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3년 전, 처음 와서 혼자 근무할 때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 혼자서 근무하면서 정면과 측면을 동시에 봐야 하기 때문에 한쪽을 놓칠세라 걱정되고 힘이 들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2인 1조로 근무하게 되어 좀 더 수월해졌다.
하지만 사거리 코너에 신축공사가 시작된 관계로 수시로 변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사거리인데, 보통 떠올리는 +십자형 사거리가 아닌 ㅕ자형 사거리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출퇴근 피크타임 때는 차량과 자전거와 사람이 한 데 엉켜서 곤란한 사항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들 급한 마음에, 차량이나 사람 모두 서로 빨리 가려고 할 때면 안전을 우선 지키도록 해야하는 임무를 지닌 우리는 어려워진다.
▲ 우천시 시니어 클럽 회원이 근무하는 모습여학생이 우산을 쓰고 길을 건너 오고 있으며, 비옷을 입은 시니어 클럽 회원이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 안태식
나는 시니어 클럽 일자리 형태 중에 '공익활동형'으로 '스쿨존 교통지원단'이며 한 달에 10일을 일한다. 이렇게 하루 3시간씩, 월 30시간을 일하고 있다. 활동비는 월 29만 원 가량을 지급받는다.
내가 알기로 일자리는 '학교 신발장 소독', '스쿨존 교통지원단', '저탄소 환경지킴이', '홍보 영상 제작', '그린 에코 사업단', '시니어 공동작업장', '놀이터 및 공공시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등이 있다. 다만 근무 시간과 활동비는 모두 조금씩 각각 다르다.
등교하는 학생들 중에는 걸어 다니는 학생들이 5명 정도 되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 50명 정도 된다. 이 중 인사를 잘 하는 학생은 30% 정도다.
날씨 좋은 날은 자전거 타고 등교하는 학생도 많아지고 인사하는 학생들도 많아지는데, 인사를 받으면 나 또한 즐겁게 웃으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바로 답례해 준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는 그냥 의례껏 하는 형식적인 인사였다고 한다면, 여기서는 그보다는 좀 더 마음을 담아 하는 반가운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살아오면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많은 아침 인사를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운전자들의 짜증을 받아야 할 때면 힘겹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밝은 인사 때문에 더운 여름이나 비 오는 날에도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것이 즐겁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인 <a href="https://blog.naver.com/ewwwe" target="_blank" class=autolink>https://blog.naver.com/ewwwe</a>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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