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일깨운 '읽는 인간', 많이 읽어야 생각이 깊어진다
[주장] 자녀의 문해력 높이려면 함께 '디지털 디톡스' 실천해야
온 나라에 '한강 열풍'이 불고 있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가 한강의 대표작을 사거나 빌려 읽으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기분 좋은 바람'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독서 인구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에 그친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열에 여섯은 지난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독서량, 독서율, 도서 구입량 등 독서 관련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아래 그림 참조).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또는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가 책을 안 읽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최소한 독서와 관련해 말하자면,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남아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책을 안 읽는 이유 중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라는 답변에 주목하고자 한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된 시대에 꼭 책을 통해서만 인문적 소양을 쌓고 정보를 얻으라는 법은 없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필요한 정보를 구하고 활용할 수 있다.
꼭 책을 읽어야 하나?
문제는 정보의 깊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2010년에 펴낸 그의 책 <The Shallows(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인간의 뇌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아래와 같이 썼다. 현대인이 책 대신 인터넷에 의존하면서 사고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점을 짚은 통찰이다.
"Once I was a scuba diver in the sea of words. Now I zip along the surface like a guy on a Jet Ski."(한때 나는 단어의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버였다. 이제는 제트 스키를 타고 표면을 가로지르는 사람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지하철이나 버스, 또는 공원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구경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저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드라마나 웹툰을 보고 숏폼, 틱톡 등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기 바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접속해 소통하거나 혹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우리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을 스마트기기에 의존하면서 긴 글을 읽거나 쓰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멀리한다고 책을 읽는 건 아니겠지만, 요즘 뜨고 있다는 '디지털 디톡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디톡스(detox)'는 해독이란 뜻으로 주로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환자를 치료할 때 쓰는 용어인데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불안증 등을 일으키는 디지털(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전 세계에 부는 '디톡스 바람'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5세 미만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게 2019년 4월이었다. 이후 적잖은 나라에서 아동으로부터 스마트기기를 떼어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인터넷과 스마트기기가 인간의 두뇌에, 특히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프랑스는 15세 이하 학생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내년 1월부터 '디지털 일시정지(digital pause)'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은 아직 공식적인 사용 제한에 나서진 않았으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육 목적 외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올해 초부터 중학교 교실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웨덴, 미국, 영국, 중국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디지털 디톡스의 핵심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무조건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을 고쳐나가는 것이 좋다. 스크린 타임 기능을 활용하여 특정 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불필요한 알림을 꺼 스마트폰 사용 빈도를 줄이거나, 침대에서 만이라도 핸드폰을 쓰지 않도록 '디지털 프리존'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하려면 자녀와 함께 실천해야
다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실천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부터 스마트폰을 끄고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곁에서 같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작가 한강의 책이 부담스럽다면 쉬운 책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어차피 우리는 인터넷과 작별하지 못 한다. 자녀와 같이 있는 시간만이라도 별거해 보자.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열에 여섯은 지난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 독서량, 독서율, 도서 구입량 등 독서 관련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아래 그림 참조). '일이나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또는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가 책을 안 읽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열에 여섯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문체부 누리집 갈무리). ⓒ 문화체육관광부
최소한 독서와 관련해 말하자면,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사람은 시간이 남아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책을 안 읽는 이유 중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해서'라는 답변에 주목하고자 한다. 생성형 AI가 보편화된 시대에 꼭 책을 통해서만 인문적 소양을 쌓고 정보를 얻으라는 법은 없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얼마든지 필요한 정보를 구하고 활용할 수 있다.
꼭 책을 읽어야 하나?
문제는 정보의 깊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는 2010년에 펴낸 그의 책 <The Shallows(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인터넷이 인간의 뇌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며 아래와 같이 썼다. 현대인이 책 대신 인터넷에 의존하면서 사고의 깊이가 얕아졌다는 점을 짚은 통찰이다.
"Once I was a scuba diver in the sea of words. Now I zip along the surface like a guy on a Jet Ski."(한때 나는 단어의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버였다. 이제는 제트 스키를 타고 표면을 가로지르는 사람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지하철이나 버스, 또는 공원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구경하기가 힘든 세상이다. 저마다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드라마나 웹툰을 보고 숏폼, 틱톡 등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기 바쁘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접속해 소통하거나 혹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이 우리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상을 스마트기기에 의존하면서 긴 글을 읽거나 쓰는 걸 힘들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멀리한다고 책을 읽는 건 아니겠지만, 요즘 뜨고 있다는 '디지털 디톡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디톡스(detox)'는 해독이란 뜻으로 주로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환자를 치료할 때 쓰는 용어인데 집중력 저하, 수면 장애, 불안증 등을 일으키는 디지털(인터넷)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을 가리키기도 한다.
전 세계에 부는 '디톡스 바람'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5세 미만 어린이의 스크린 노출 시간을 하루 1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게 2019년 4월이었다. 이후 적잖은 나라에서 아동으로부터 스마트기기를 떼어놓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인터넷과 스마트기기가 인간의 두뇌에, 특히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프랑스는 15세 이하 학생들에게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내년 1월부터 '디지털 일시정지(digital pause)'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독일은 아직 공식적인 사용 제한에 나서진 않았으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교육 목적 외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올해 초부터 중학교 교실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웨덴, 미국, 영국, 중국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디지털 디톡스의 핵심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무조건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을 고쳐나가는 것이 좋다. 스크린 타임 기능을 활용하여 특정 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고, 불필요한 알림을 꺼 스마트폰 사용 빈도를 줄이거나, 침대에서 만이라도 핸드폰을 쓰지 않도록 '디지털 프리존'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성공하려면 자녀와 함께 실천해야
다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실천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부터 스마트폰을 끄고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곁에서 같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작가 한강의 책이 부담스럽다면 쉬운 책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어차피 우리는 인터넷과 작별하지 못 한다. 자녀와 같이 있는 시간만이라도 별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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