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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제48차 총행복포럼 - 돌봄과 행복편

등록|2024.10.22 11:23 수정|2024.10.22 11:33
지금 대한민국은 때아닌 의료 대란과 맞물려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의 집을 찾아가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홍원장은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서로가 서로의 동료가 되는 상호의존의 돌봄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가족을 넘어서 사회가 돌봄을 책임진다는 개념이 보편화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 제48차 퐁행복포럼 돌봄과 행복편,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진행 현장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10월 16일 수요일에 열린 제48차 총행복포럼의 주제는 '돌봄과 행복'으로 돌봄사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의 저자이기도 한 홍종원 건강의집 의원 대표원장이 발제를 맡았고, 토론에는 이재경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이사장이 함께하였습니다. 토론의 좌장은 김성민 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이사장이 맡아 우리 사회 돌봄에 대한 깊은 사유의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집에 가면 정말 죽을까?
선생님이 다녀가신 후 마음이 편해졌어요.
약 안 먹어도되지 않을까요?

파킨슨병으로 오래 고통받던 70대 후반의 남자 환자, 병원에서는 집에 가면 죽는다고 했지만 첫 만남 이후 약 3개월을 더 사셨습니다. 치매와 노환으로 누워계시던 할머니는 의료진으로부터 더 이상 병원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방문진료의사를 만난 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습니다. 당뇨와 욕창으로 힘들어 하던 96세 여자 환자, 보호자는 약 처방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며 "더 이상 약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넌지시 말해왔습니다.

홍종원 원장은 몸 상태나 경제적 사정, 주변 여건 등으로 인해 스스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환자들을 병원이 아닌 그들의 집에서 만나는 방문진료 의사입니다. 그가 방문진료로 만나는 대부분이 생애말기 환자들이었던 만큼 여러 환자들을 만나며 '우리가 생애 말기를 보낸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하는 새로운 고민과 숙제를 만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이 가진 질병의 심각성과 개선 가능성에 대한 예리한 판단, 때로는 돌봄을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가 방문의료에 거는 기대를 곱씹었습니다.

우리는 어떤 순간에는 '건강'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수 있지만, 과연 죽을 때까지 '건강'을 위해서만 노력해야 하는 것일까?

왕진 의사로서 활동하면서 계속되는 죽음을 마주하며 '건강'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의사는 어떻게 사유하고 있고 우리 사회는 건강을 어떻게 다루고 있었는지를 고민하고 삶과 생명에 대한 진지한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왜 방문진료인가

홍 원장은 병원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권력 구조'라고 말합니다. 지금의 의료는 환자가 아닌 병원 중심의 돌봄 체계입니다. 병원에 아픈 환자가 직접 찾아가야 하고, 다소 치료 중심의 의학을 펼치며, 분과 중심의 전문성과 부족한 의료 자원으로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일부 의사의 지식 독점과 위계 질서만이 팽배합니다. 어떤 환자는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 내가 쪼그라드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아픈 삶을 살아내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특히 노년의 삶은 살기 위해 먹고 자고 싸는 단순한 것들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힘든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사회중심의 돌봄체계에서는 아픈 사람의 집에 의료진이 찾아가 치료보다는 포괄적인 돌봄을 행합니다. 환자보다는 주민으로서 만나기 때문에 보다 평등한 관계는 지식 권력 해방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홍 원장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진료 방식이 방문 진료'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질병과 빈곤에 대한 통합적인 관점에서 한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방식을 쓰고, 진정한 치료는 '약'이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존의 의학 체계가 해방의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하며 가난한 사람을 위한 의료로서의 사회의학(또는 해방의학)이 필요함을 재차 언급했습니다.

방문의료클리닉 건강의집의원

▲ 홍종원 대표원장의 건강의집의원은 2019년 3월부터 문을 열고 방문진료중이다 ⓒ 국민총행복전환포럼


2019년 3월부터 문을 연 건강의집의원은 홍 원장의 의료 철학이 녹아있는 공간으로 중증장애인을 찾아가는 방문 진료를 첫 시작으로 의료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병원에는 재가장기요양센터, 방문간호 센터나 대학병원, 종합병원에서 의뢰가 오거나 직접 병원으로 연락하여 방문진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의뢰 후 주치의로서 방문진료를 하고 향후 돌봄계획을 세워 필요시 가정간호 처치를 하기도 합니다. 일방적인 진료가 아니라 의사와 환자 및 보호자가 소통하여 필요에 따라 방문주기를 결정하고 계속해서 관리나 치료 혹은 돌봄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건강을 돌본다는 것은

홍 원장은 계속된 방문 진료와 마주하는 임종 앞에서 '건강 관리'란 무엇이고 치료와 돌봄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가 만나는 환자의 건강 관리는 인간적인 관계에서 시작해서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의 삶과 보호자의 마음을 잘 돌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건강한 노년의 삶을 위해서 돌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돌봄이 필요한 것일까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어떻게 관계 맺을 건인가

노인이 늘어나고 어린이가 적어지는 미래의 사회는 편리하고 윤택하기보다 사실은 어려운 상황이 더 많을 거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홍 원장은 일련의 방문진료 경험을 통해 미래의 돌봄 공동체를 위한 깊은 사유를 계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생애 말기 환자들에 대해 치료 중심에서 돌봄 중심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지, 근본적으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일지를 고민하며 더 나은 돌봄을 모색합니다. 한편으로 고독사는 고독생으로부터 오는 것인데 이 고독한 생을 어떻게 마주할 것이며, 어쩌면 건강한 삶이라는건 환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도 합니다.

홍 원장은 우리가 사회적 입원을 하고 어쩔 수 없이 시설에 입소하는 이유가 단순히 의료적인 치료의 부족이 아니라 돌봄의 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죽음을 앞두었을지라도 서로가 서로를 잘 돌보며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의 관계를 돌봄이라 부를 때

홍 원장은 무엇이 우리를 살리는가?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하는 질문과 함께 '우리는 곁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 속에서 존재를 이어나갈 수 있고, 우리의 생존은 온전히 우리를 돌보는 이들 덕분'이라는 생각을 전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돌볼 때 우리는 아파도 살아갈 수 있으며 질병과 차별 속에 고통 받는 이에게 이웃이 손가락질하지 않고 위험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신뢰가 있다면,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건강의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홍 원장은 "어떻게 하면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더 건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아플 때 위로의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끝으로 발제를 마쳤습니다.
우옥영 (사)보건교육포럼이사장은 "진정한 치료는 기술이 아닌 터치(touch)다, 약이 아니라 공감이다" 하는 말에 깊이 공감하며 건강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가 드는 발제였다고 토론을 열었습니다. 우 이사장은 "사실 우리는 죽음 자체가 아니라 죽음의 과정을 두려워하는것이 아닐까 한다"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성공을 중시하는 반면에 삶의 질이나 돌봄을 덜 가치롭게 생각했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이 절실하다"고 생각을 전했습니다.

이어 우 이사장은 "방문 의료는 돌보는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그동안 우리는 그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돌봄노동이 평가절하되는 현실에 재평가가 필요하고, 통합적 제도적으로 지지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통합돌봄지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들고, 여기에는 국가적인 지원이나 공공의, 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재경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은 "UN에서 행복을 측정하는 6가지 지표 중 '수명'은 대한민국에서 행복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연구해 보면 노인들의 행복도는 낮다"며 "노인들은 질병과 아픔,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 미래의 행복에 매우 부정적입니다"라고 수명과 행복에 대한 모순을 전했습니다.

이 소장은 "사람은 노년기 마지막 10년을 어떻게 지내는가가 아주 중요한데 참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가 어렵구나를 느낀다"며 "웰빙이 중요한 만큼 웰다잉도 중요하게 고민해 봐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이 각자도사의 사회가 되어가는데 홍원장과 관계를 맺었던 환자들은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며 방문진료와 돌봄이 환자들의 삶의질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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