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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맞은 한동훈... 윤 대통령, 면담 직후 추경호 따로 만나

대통령실, 시인하면서도 "비공개 일정이라 내용 얘기해줄 수 없다"

등록|2024.10.22 11:11 수정|2024.10.22 12:37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대표와 대화하며 이동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며 차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기사 보강 : 오후 12시 34분]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21일)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면담한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라 말할 수 없으니 추 대표의 브리핑을 보라"며 "통상적으로 여당 의원들과 대통령이 식사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면담 후 대통령과 추 대표와의 만남이 이어진다는 것을 한 대표가 알고 있었는지, 그 자리에 누가 참석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도 '추 대표의 브리핑을 보라'며 즉답을 피했다.

▲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락이 있어서 (대통령실을) 잠시 들렀다"면서도 다만 "저를 위해 있던 자리가 아니고 만찬은 동료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역시 "대통령이 필요할 때 의원들에게 불시에 연락해서 가벼운 자리를 갖는 걸로 안다"며 구체적인 이야기 내용이나 형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형식과 내용을 차치하고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이 당대표와의 만남 직후 원내대표를 따로 만났다는 것이다. 자칫 당대표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원내대표에 확인하는 듯한 모양새다. 어렵게 대통령과의 면담을 성사시킨 한 대표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윤 대통령 "구체적으로 무슨 문제 있는지 실장-수석에게 알려 달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제 저녁 한 대표와의 면담이 '빈손 회담'이었다는 평가에 대해 "대화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원만한 면담"이었고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셨다"고 방어했다.

그에 따르면, 면담에서 한 대표가 먼저 민심과 여론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고, 사전 예고한 대로 대통령실 인적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중단, 김 여사 의혹 해소 등 3대 요구안을 건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난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정리를 했던 사람이다.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누가 어떠한 잘못을 했다고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야기를 해줘야 조치를 할 수 있지 않냐"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김 여사 활동 중단과 관련해서는 "(김 여사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서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이제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의혹 규명과 관련해서는 "이미 일부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며 "다만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인 혐의나 단서가 있어야지 단순 의혹 제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으면 수정하고 교체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대표와 마주앉은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나와도 오래 같이 일을 해왔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느냐"면서 장모가 감옥에 간 사실을 언급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검찰총장 때도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멀리하고 변호사를 써서 해결하라고 했을 정도"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특별감찰반과 관련해서는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요구안들에 대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이야기를 해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자세한 내용을 좀 보내달라"고 다시 한번 당부했다.

"한 대표, 대통령 답변에 별다른 반론이나 반응 안 보여"

한 대표는 대통령의 답변에 대해서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거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어처구니 없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응을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며 "대통령실에서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야당이) 말이 안 되는 공격을 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대통령실과) 같이 공격을 해주면 좋겠다, 정치 공세에는 정치로 좀 대응을 해줘야 하지 않나"는 말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정이 하나가 되고 정부를 성공시키는 것이 당을 성공시키는 것"이라며 "오늘의 위기는 정치적 위기다. 정치 상황의 위기다. 당정 소통도 강화해 나가자"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이 관계자는 "두 분이 서로 할 말은 다 했다. 대통령께서도 충분히 하실 말씀을 하는 자리였다"며 "한 대표가 할 말은 했는데 대통령의 반응이 없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그는 이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말을 듣고 차분한 어조로 답변했다며, 특히 윤 대통령이 말을 많이 한다는 일부 지적을 의식했는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발언 비중은 60대40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여사 동행명령은 의회 일당독재 민낯 보여주는 행위"

한편,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동행명령을 처리한 데 대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부인에게 동행명령을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은 의회 일당 독재의 민낯을 또다시 보여주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이번 국감에 김 여사와 관련한 증인과 참고인만 100여 명에 달한다"며 "이것도 모자라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한 것은 대통령 부인을 망신주고 국감을 진흙탕에 몰아넣기 위한 구태 정치쇼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직 중대 범죄 혐의로 1심 판결을 눈앞에 둔 당대표의 방탄을 위해 검사 탄핵, 사법부 겁박도 모자라 특검, 동행명령까지 남발하는 민주당의 저열하고 폭력적인 정치 행태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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