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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자문위원, '거짓 의견서' 들통... 시민단체 "한빛원전 수명연장 공청회 다시 열어라"

호남권 시민단체, 용혜인 의원 국감 자료 인용하며 "전남도·한수원 맹비난"

등록|2024.10.22 18:28 수정|2024.10.22 18:28

▲ 전라남도 영광군 홍농읍에 있는 한빛원전 전경. 1986년 상업 운전에 돌입한 한빛원전 1호기부터 6호기까지 모두 6기의 원전이 있다. 이들 원전은 2025년 한빛 1호기부터 순차적으로 40년의 설계 수명(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다. 원전 운영사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 1, 2호기 수명을 연장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 국제원자력기구(IAEA)


광주·전남·전북지역 시민단체들이 전남도와 한국수력원자력을 향해 "전남 영광 한빛원전 1·2호기 수명연장 주민 공청회를 다시 개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남도 자문위원으로 있는 교수가 주민 의견 수렴에 쓰일 한수원 자료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제의 교수는 원전 운영사 한수원의 주민 공청회 때 좌장을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원전사업자 편에서 진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공동행동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빛 핵발전소 1·2호기 수명연장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이하, 평가서 초안) 주민공청회에서 좌장을 맡고 있는 정 아무개 교수(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특임교수)가 초안 검토 보고서를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작성한 사실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발언과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해당 교수는 한수원이 개최하는 원전 인접 지역 6개 시군 주민공청회에서 좌장을 맡은 인물로, 한수원에 기운 편파 진행으로 주민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문제적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 질의하고 있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 용혜인 의원실 제공


용혜인 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방사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전문가 2명에게 검토를 맡겼다.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소속 교수 2명이다.

그런데, 그중 정 아무개 교수가 전남도에 제출한 검토보고서에서 문제가 다수 발견됐다. 평가서 초안 내용과 다른 사실관계가 검토보고서에 기재되는 등 사실상 거짓보고서였던 것이다.

용 의원은 21일 전남도 국정감사에서 "정 교수는 검토보고서에서 '평가서 초안에 필요한 도면이 첨부돼 있다'고 기술했으나, 실제 초안에 도면은 첨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전에서의 중대사고 발생과 관련해서도 "사고유형별로 방사선원(방사선 방출 장치 또는 물질)이 초안에 기술됐다"고 검토의견을 냈지만, 실제 평가서 초안에는 11개 중대 사고별 방사선원은 기술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사선을 맞는 '피폭' 선량 평가 방법에서도 "계산모델 및 입력자료를 기술했다"고 검토의견을 냈지만, 평가서 초안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

▲ 전남도 자문위원인 정아무개 교수가 작성한 검토보고서와 실제 한수원이 제출한 초안 보고서 비교 자료.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전남도 국정감사가 열리던 21일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 용혜인의원제공


▲ 12일 오후 전남 영광스포티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의 '한빛원전 1·2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주민 공청회'에서 한빛핵발전소 대응 호남권 공동행동 등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2024.7.12 ⓒ 연합뉴스


영광 등 지역주민이 거세게 문제 제기했던 '평가서 초안 용어 해설'에 관해서도 정 교수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을 하였다"고 의견을 냈지만, 실제 평가서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작성됐다는 게 용 의원 측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공동행동은 "정 교수는 거짓 검토의견서를 전남도에 제출했다. 한마디로 전남도청과 전남도민 입장이 아니라, 한수원의 입맛에 맞게 사실관계를 왜곡한 거짓 의견서를 낸 것"이라고 했다.

공동행동은 "문제의 정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주민공청회에서도 의견 진술인(주민)에게 충분한 발언 시간을 주지 않고, 발언을 막는 등 편파진행으로 일관했다"며 "정 교수는 당장 공청회 좌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전남도를 겨냥해서도 "한수원이 제공한 평가서 초안과 전문가 검토 의견서를 단순 비교만 하더라도 정 교수가 낸 의견서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런데도 거짓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공청회를 앞둔 지자체(영광군, 함평군, 무안군, 장성군)에 전달됐다"고 지적했다.

▲ 21일 전남 무안군 전남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전남도청 국정감사에서 김영록 전남지사가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2024.10.21 ⓒ 연합뉴스


공동행동은 김영록 전남지사를 향해서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180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행정기관 수장으로서 문제를 조속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수원에게도 "'엉터리' 평가서 초안에, 짬짜미 '거짓' 검토의견에, 한수원 '앞잡이' 좌장까지 동원하며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한빛1~2호기 수명연장 절차를 지금이라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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