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괴한 정치쇼... '우리 무능해' 하소연처럼 보여"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민변 검경개혁소위 위원장 이창민 변호사
▲ 서울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 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 권우성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4년 6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이날 검찰이 이례적으로 4시간 동안 수사 기록을 세세히 설명하면서 '법무법인 검찰'이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검찰의 무혐의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을 비롯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무혐의 처리 등에 대해 전문가는 어떻게 생각할까.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인 이창민 법률사무소 창덕 대표변호사를 지난 2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법 집행 기관인 검찰이 정치적인 결정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확보한 증거만 보아도 피의자 김건희를 재판에 넘겼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죠. 검찰은 이번 정권 들어서 국민의 신뢰를 이미 잃었습니다. 이번에 피의자 김건희를 재판에 넘겼다고 하더라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검찰은 자신들을 비호하는 집권 여당 편에 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정치적 판단이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리하면 정권에도 좋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검찰의 무혐의 처리가 오히려 대통령실에 더 부담 준 건 맞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다만 정권이 바뀐다면 검찰은 개혁 대상이 꼭 될 것인데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어차피 개혁 대상이 될 거 집권여당하고 같이 가는 게 좀 더 현명한 판단이겠고 갈 수밖에 없다고 외통수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김건희 여사를 기소해도 어차피 나중에 야당 쪽에서 검찰이 개혁 대상이 되는 건 이미 확실한 거고, 여당으로부터도 정치 검찰이라고 공격받을 거거든요. 그러니 여야 모두에게 공격 대상이 될 바에는 자신들의 권력을 비호하는 세력에 편승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 검찰이 브리핑을 4시간 동안 했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피의자 김건희를 불기소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는 브리핑 4시간 했다는 것 자체가 기괴한 것이며 다분히 정치적인 쇼 한 것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 수사기관이 특정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4시간 이상 할애해서 브리핑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 내용도 전반적으로 전혀 설득력이 없었고요. 어쨌든 제 기준에는 검찰이 '우리가 얼마나 무능해' 또는 '우리가 얼마나 봐주기식 부실 수사를 했는지 알아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검찰의 김건희 불기소, "설득력 전혀 없어"
▲ 서울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 검사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조상원 4차장(오른쪽)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왼쪽)이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 권우성
- 조성원 서울 중앙지검 4차장검사는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확인된 증거관계 및 관련 법리를 종합할 때 피의자가 주범들과 시세조종을 공모하였다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 관리를 위탁하거나 직접 주식 거래를 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금일 피의자에 대해 혐의없음 결정했다"라고 했어요.
"우선 설득력이 전혀 없습니다. 당시 피의자 김건희의 전 재산은 얼마인지 추정만 될 뿐이지만, 조성원 중앙지검 4차장 설명처럼 공모하였거나 범행을 인식하지 않았는데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17억 원을 선뜻 한 종목에 투자했죠. 또 범행을 인식하지 않았는데 통정매매 97번 중 피의자 김건희 계좌로 47번이 이루어졌고요. 범행을 인식하지 않았는데 그 결과 23억 원의 수익 난 것인데요. 어떤 국민이 이러한 설득력 없는 검찰의 논리에 수긍할까요?
하나 덧붙이면 우리 대법원은 피고인이 공모에 대해 부인하는 경우 간접 사실 또는 정황 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공모를 입증하여야 하고, 전체 범죄에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공모에 대한 법리입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하여 2번 거액 투자를 하였는데, 첫 번째 투자는 17억원 가량, 두 번째 투자는 18억 원 가량 투자 했으며, 이 금액은 당시 김건희 여사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이렇게 거액을 시세 조정하는 사정 모르고 투자했을 리 만무합니다. 또한, 작전세력의 대화 내용과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물량 매도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김 여사는 작전세력이 시세 조정 범행을 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죠."
- 검찰 주장은 김건희 여사가 전문적인 식견 없는 일반투자자로 보인다는 거 같은데.
"여기서 중요한 게 이 사건에서 주가 조작 범행에 대해 인식했다고 함은 어떠한 불법이나 편법적인 방법으로 주식을 조작한다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 구체적으로 주가 조작 선수들이 어떠한 매매 기술을 이용하였는지에 대한 인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즉 전주 입장에서 선수들이 주가를 띄운다는 걸 인식하면 족한 것인데 마치 통장 거래의 구체적인 거래 수법을 알아야 인식한 것이라고 검찰이 접근했거든요. 그러니까 브리핑은 잘못된 브리핑이에요. 즉 전문적인 식견이 있고 없고는 전혀 문제가 안 되고 무관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지점에서도 피의자 김건희가 어느 정도 식견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BW도 사고 오랜 기간 주식 거래 했고 주식으로 번 돈 기반으로 코바나컨텐츠라는 회사 사장도 했어요. 그리고 한 번에 17억, 18억 원을 두 차례에 걸쳐서 이렇게 크게 했단 말이죠. 이 정도면 (식견을 갖출) 시간이 꽤 있다고 보입니다."
- 그동안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종종 있어왔어요. 그런데 이번엔 불기소를 했단 말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번 사건은 검찰 기소 재량에 대한 오남용의 전형이죠. 특히 이번 정권 들어서 검찰이 하는 행태들을 보면 선택적 수사와 기소로 지금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시점 기준으로 보면 검찰을 비호하는 집권 세력에게는 봐주기 수사 등으로 사건을 묻어버리고 눈엣가시 같은 정치 세력이나 비판 세력은 수사 총량을 극대화하여 수사합니다. 그 과정에서 언론의 수사 과정이나 수사 비밀 등을 흘려서 사회적 생명을 끊어버리고요. 그 다음에 공판에서 공소장 혐의 사실과 관련도 없는 자극적이고 직관적인 내용을 낭독하여 판결 전인데도 마치 유죄임을 확정하는 듯한 보도를 하게 만듭니다. 그 이후는 재판이 길어지잖아요. 그러면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죠. 이런 전형적인 패턴으로 지금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심 판결에서 또 다른 전주 손아무개씨가 방조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았죠. 그러나 검찰은 손 모 씨와 김건희 여사는 다르다고 하는데,
"지금 2심까지 간 피의자들의 김건희에 대한 진술만을 듣고 다르다고 하는, 전혀 설득력 없는 말을 하는 것이고요. 다른 거 맞아요. 피의자 김건희씨가 훨씬 더 주식시장에 영향을 많이 미쳤고요. 그리고 통장 거래 및 주식을 띄운다는 것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인식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봅니다. 그 결과 김건희씨 및 그의 어머니 포함해서 약 23억 원 이익도 얻었죠. 제가 알기로 손씨는 심지어 손해 봤어요."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김건희 수사? 제대로 됐을 리 없어"
▲ 김건희 여사가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월에 검찰 인사가 있었잖아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교체됐는데 무혐의 처분에 영향 있었을까요?
"이 부분은 단언할 수는 없는데, 그렇겠죠. 왜냐하면 송경호 중앙지검장이 있었다면 적어도 수사를 더 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니면 수사심의위원회를 열던지요. 다만 결론은 같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주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기소 못 했다는 건데.
"제가 알기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서 그런 멘트를 했거든요. 검찰은 법 집행기관이고 공무원이고 수사기관인데 정권마다, 또 동일한 사건을 다르게 결정한다는 것이야말로 검찰이 정치화되어 있다는 방증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정권의 검찰총장은 윤석열 검사예요. 그 총장의 배우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었을 리 만무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그 검사가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그 배우자에 대한 수사 과정을 전 국민이 유심히 지켜본 것일 뿐이죠."
- 김건희 여사를 기소해도 기껏해야 집행유예 나온다는 의견이 많아요. 왜 그조차도 안 받으려고 불기소했을까요?
"맞아요. 기껏해야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면 감방 안 가는데 뭐 하러 불기소 처분하냐죠.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뭐냐면 이 정권이 도덕성에 흠집이 나고 두 번째는 김건희 여사는 한 건이 아니에요. 또 다른 의혹들도 상당히 많잖아요. 그래서 재판을 여러 개 받아야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럼 둑이 무너져버려요."
- 압수수색에 대한 논란도 있었죠. 검찰은 4시간 브리핑 때 법원에 도이치모터스 관련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청했는데 기각당했다고 했지만, 다른 건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단 것이 밝혀지면서 거짓말 논란으로 번졌어요.
"이건 아주 단순해요. 누가 보더라도 검찰은 피의자 김건희 말을 신뢰하였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범행을 부인하는 권오수 등의 말을 이번에는 갑자기 신뢰하여 김건희 무혐의 처분 근거로 사용합니다. 그렇다면 국민 입장에서 드는 의문은 강제 수사했냐고 물어볼 거 아니에요. 근데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대충 거짓말하고 넘어간 것입니다."
- 사실이 아니란 걸 알고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거짓말인 거 알고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도이치모터스 불기소 처분에 대한 브리핑이었고, 4시간 브리핑하려고 200페이지에 가까운 PPT 자료도 만들었고 레드팀 회의까지 다 거쳤잖아요. 그리고 하나 더 나아가서 국민의 엄청난 이목을 끄는 매우 중요한 사건에서 강제 수사를 했는지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제대로 못 한다? 그건 있을 수 없어요. 이거는 의도적으로 그냥 두루뭉술하게 말한 거예요."
- 최근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관련 언론 보도가 많았잖아요? 대부분 검찰 내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내용들인데, 어떻게 보시나요.
"우선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이 언론에 흘리는 건 매우 나쁜 관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사건에 국한돼서 보면 이 사건은 일부 검사들이 직업적인 양심 때문에 흘렸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무혐의 처분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살피고자 무혐의 처분한다고 지속적으로 예고하기 위해서 흘렸을 수도 있습니다."
- 그럼, 이 사건 이렇게 끝나나요. 항고한다는 것 같은데.
"항고 대상은 맞는데요. 일단 항고도 검찰이 적정성을 심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크게 기대는 안 되고요. 그리고 재항고 넘어서 재정 신청이 있는데 이 사건은 재정 신청 대상 사건은 아니기 때문에 재항고까지만 가능합니다."
- 방법은 특검인가요?
"특검이 사실상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아마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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