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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류코쿠대학이 안중근 유묵을 전시하는 까닭

졸업생의 작은 조부가 여순 감옥에서 안 의사와 교류... 학교 내 안중근동양평화연구센터에서 국제 연구도

등록|2024.10.24 09:39 수정|2024.10.24 09:53
10월 21일에서 11월 1일까지 열흘 동안 류코쿠대학 도서관 1층 작은 전시실에서 안중근 의사가 직접 쓴 글씨 유묵전이 열립니다. 이 자리에는 류코쿠대학이 기탁을 받아서 보관하고 있는 유묵 글씨 세 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안중근 의사 유묵 글씨 전시가 열리는 류코쿠대학 도서관 복도입니다. 글씨 사진만 모았습니다. ⓒ 박현국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통감을 역임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였습니다. 그리고 1910년 3월 26일 여순 감옥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립 영웅으로 받들어 모시지만 일본에서는 초대 총리를 저격한 암살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사히 신문(2024.10.19)은 일본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부터 기시다 총리까지 일본 역대 총리 64명 가운데 가장 능력이 있고, 기억에 남는 총리가 누구냐는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설문지에는 기억에 남고 유능한 총리 세 명을 적도록 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토 히로부미는 세 번째였습니다.

이토 히로부미가 기억에 남고 유능한 까닭은 그가 일본 근대화의 초석을 다졌고, 초대 총리로서 일본 종이돈에 얼굴이 새겨진 적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 전시장에는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의 약력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박현국


이처럼 안중근 의사는 일본 사람들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유능한 총리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입니다. 류코쿠대학은 소장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 유묵 글씨를 해마다 전시합니다. 또한 안중근 동양평화연구소를 설치하고 연구비를 지원하고, 한국 연구기관들과 국제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저술하였습니다. 그는 단순히 이토 히로부미가 미워서 저격한 것이 아니고, 그의 행적이나 행동이 동양 평화를 막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중근은 감옥에서 많은 글씨를 남겼습니다. 대략 200점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상에 알려진 것은 60여 점입니다. 그 가운데 반 정도가 국가 유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안중근 의사 글씨는 개인이나 미술관들이 가지고 있으며 일본, 중국, 미국 등에도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우리나라의 독립 기원, 우리나라의 아름다움, 어려서 익혀온 한자 공부를 바탕으로 중국 고전에 나온 글귀 등을 쓰셨습니다. 그리고 글씨를 받는 사람에 맞춰 알맞은 글씨를 써주기도 했습니다.

▲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와 관련된 책들도 전시했습니다. 류코쿠대학 도서관은 안중근 관련 연구 서적 18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류코쿠대학은 일본 교토 니혼간지 절이 있는 정토신종 재단이 세운 학교입니다. 일찍이 절에서 스님을 양성하는 기관이었습니다. 이후 스님 양성 교육과 불교 연구를 류코쿠대학 문학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러 학부를 둔 종합대학으로 학생수가 2만 명을 헤아립니다.

류코쿠대학 도서관에 안중근 의사 유묵 글씨가 있는 까닭은 이 대학 문학부 졸업생으로 정심사(浄心寺,岡山県笠岡市) 주지로 일하는 졸업생이 대학에 안중근 의사 유묵 보존을 기탁했기 때문입니다. 졸업생의 작은 할아버지 츠다 가이준(津田海純)은 1910년 3월 여순 감옥 교회사(敎誨師)로 사형 선고를 받은 안중근 의사를 만나 유묵 3점을 받았습니다.

츠다 가이준은 여순 감옥의 교회사로 근무하면서 안중근 의사와 동양 평화론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공감을 했습니다. 이후 귀향한 츠다는 가족이 운영하는 절(浄心寺)에 안중근 유묵 글씨를 보관해 두었습니다. 1978년 4월 15일 '안중근과 러일전쟁 사진 전시회'를 열었고 이후 1997년 6월 5일 류코쿠대학에 안중근 유묵 글씨 3 점을 기탁했습니다.

류코쿠대학은 사회과학연구소 안에 안중근동양평화연구센터를 설치하여 안중근 의사의 사상과 유묵 글씨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서 해마다 도서관에서 안중근 의사 유묵 글씨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 류코쿠대학에서 보관하고 있는 안중근 의사 유묵 글씨입니다. ⓒ 박현국


敏而好學不恥下問(민이호학불치하문) 『論語(논어)·里仁(이인)』
민첩하게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不仁者不可以久處約(불인자불가이구처약), 『論語(논어) 里仁(이인)』
어질지 않은 사람은 곤궁에 처했을 때 오래 견디지 못한다.
戒愼乎其所不睹(계신호기소불도) 『中庸(중용)』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도 스스로 경계하고 삼간다.

▲ 안중근 의사 유묵 글씨 전시를 알리는 포스터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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