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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에 맞선 쿠팡물류센터지회 온도감시단 순회출장소

[일터 기후정의 공론장] 노동조합 활동으로 조금씩 달라지는 쿠팡 물류센터

등록|2024.10.23 09:37 수정|2024.10.23 09:37
올해 역대급 폭염으로 나라가 뜨거웠다. 로켓배송으로 안 그래도 노동강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던 물류센터 내부의 더위는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노동조합은 직접 온도감시단을 꾸려 여러 물류센터 현장의 온습도를 직접 측정했다. 7월 29일 기준, 쿠팡 창원1물류센터의 경우 가장 더웠던 곳의 온도는 33.1℃, 습도 60%, 체감온도 33.45도였다. 고용노동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른 '주의' 단계로, 매시간 10분 이상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하는 온도다. 하지만 이날 10분가량의 휴게시간이 단 1~2회 보장되었다.

2021년 6월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설립되면서 제일 먼저 했던 일이 현장의 폭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 보장, 현장 냉방장치(에어컨) 설치가 주된 요구였다. 노동조합 활동으로 변화가 생겼다. 노조 설립 직후부터 현장 노동자에게 얼음물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2022년 여름 산업안전보건에관한 규칙 제566조가 개정되어 폭염 시기 휴게시간 보장의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현장에도 '폭염 시기 휴게시간'이란 것이 생겼다.

에어컨도 생기기 시작했다. 2022년 쿠팡 인천4물류센터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동탄, 고양물류센터에 현장 덕트형 에어컨이 설치됐다. 2023년 여름, 노동조합은 쿠팡 인천4물류센터 앞에서 3주 농성, 8월 1일 하루 파업을 진행했다. 그 성과였을까, 2024년 여름을 앞두고 현장에 대대적인 변화들이 생겼다. 인천4센터, 인천14센터, 대구2센터, 동탄센터, 고양센터, 장지센터, 시흥센터 등 확인되는 것만 7개 이상의 물류센터에 유의미한 현장 에어컨이 설치되었다. 모든 센터 현장에 에어컨이 있는 간이 휴게실, 열 피난처가 생겼다.

▲ 지난 8월 12일 쿠팡 창원1물류센터 앞에서 진행한 온도감시단 순회출장소.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대구-고양-동탄-인천-여주-창원-안성, 온도감시단 순회출장소

부족하기는 해도 어느 때보다 많은 성과 위에서 올해 폭염 투쟁을 시작했다. 대구를 시작으로 7월 9일부터 8월 23일까지 고양, 동탄, 인천, 여주, 창원, 안성에 출장소를 차렸다. 총 7주 동안 8개의 센터 앞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출장소의 제일 중요한 목표는 최대한 많은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노동조합의 존재나 활동이 아직까지도 현장에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장이 바뀌더라도 그것이 노동조합 때문인지, 아니면 회사의 시혜인지 잘 알기 어려운 조건이다. 전국 80여 개의 물류센터로, 주간조와 야간조로, 일용직/계약직/무기계약직으로 쪼개져 서로 만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온도감시단 출장소 기간 하루 3~5회, 밤낮없이 선전전을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 지역본부들과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가 없었으면 결코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이었다.

노동조합은 관할 고용노동부 지방청에도 방문하여 노동부가 직접 현장의 온습도를 측정하라 요구하고, 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폭염 환경을 고온 작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유급 휴게시간 보장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과 물류센터를 '단순 창고'로 분류하여 냉난방장치 설치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는 건축법이 바뀌기 전까지 쿠팡 물류센터 현장의 폭염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하에 국회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내년 여름에는

올해 9월 7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이 진행됐다. 행진 코스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본사, 쿠팡로켓연구소도 있었다. 쿠팡물류센터지회도 폭염, 과로사, 야간노동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기후악당 쿠팡을 규탄하는 '풀칠 액션'에 함께했다.

故 정슬기 쿠팡 택배노동자 과로사, 쿠팡 제주캠프/시흥캠프 분류노동자의 산재 사망 등 올해도 쿠팡 노동자 사망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곧 국회에서 국정감사가 열린다고 한다. 쿠팡 대표이사를 소환하는 국회 청문회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살인기업, 기후 악당 쿠팡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내년 여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올해보다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을까? 적어도 올해보다는 폭염으로, 과로로 덜 죽고 덜 쓰러질 수 있을까? 올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여름, 노동조합이 올해보다는 진전된 요구를 외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0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정성용 님은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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