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의원 노동자들의 현실은
[지역 노동안전 네비게이션] 부평지역 보건의료노동자 근로조건 실태조사
보건의료노조 미조직노동자 상담 전화(1566-7129)로 안타까운 사연들을 듣는다. 최근에 잊히지 않는 목소리가 있다. K 씨의 직장은 어르신을 돌보는 곳으로 노동자 10명 미만의 작은 사업장이다. "얘기하고 싶은데요. 무료인가요?" 어렵게 첫 마디를 떼는 K 씨는 00 직종협회를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 보건의료노조를 소개받아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렇게 장장 10여 년에 걸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입사 당시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아 근로계약서를 달라는 공방으로 시작된 K 씨의 직장생활은 상사의 괴롭힘으로 이어졌고, 직장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인정되지 않는 등 계속 늪으로 빠져가고 있었다. 거기에 성희롱 건과 임금 체불 건도 있었다.
K 씨는 피해 당사자가 되면서 관련 노동법을 숙지하기 위해 스스로 큰 노력을 한 듯했다. 가해자가 처벌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직장 괴롭힘 사건을 신고했지만, K 씨의 뜻대로 되지 않았고, 불면증으로 매일 약을 먹고 잠을 청하는 상황이 되었다.
실제 만나본 K 씨는 직장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10여 년을 버텨온 강단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만나서 사측에 대한 대응 방법, 진정서 작성을 도움을 드리며 긴 시간 얘기를 나누었다. 여러 가지 사연들을 듣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으셨어요?" 물었다. K 씨는 "그만둘 수 없었어요. 그렇게 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어르신을 치료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요"라고 답하며 미소를 보여 주었다.
우리 동네 작은 병원, 의원, 수두룩한 법 위반과 저임금
열이 나고, 배가 아플 때 등 심신에 이상이 있을 때 당장 찾아가는 곳이 동네 의원이다. 내가 주로 다니는 의원은 원장과 간호조무사 2명, 물리치료사까지 총 3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20여 분 걸어서 갈 수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긴다. 그다음은 근방 대학병원을 찾게 될 것이다. 이 종합병원과 의원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대학병원의 근로조건은 의료 직종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할 정도로 가장 낫다. 노동조합 조직화 비율이 낮은 중소병원 의원은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상급종합병원은 S 병원이 유일하게 노조가 없어 노조조직률이 94%이며, 종합병원은 34%, 병원은 1%다. 노조조직률에 비례해 노동조건도 규모가 작을수록 열악하다.
2024년 4, 5, 9월 보건의료노조는 인천 부평구에 소재한 120여 개 의원을 방문해 '근로조건 실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109명의 설문 결과는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이었다. 의사들의 급여가 4억, 6억이라는 뉴스가 빈번한데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못해 법 위반 사례까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정말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또는 미교부 27.5% ▲임금 명세서 미교부 14.7% ▲사회보험 미가입 5.5% ▲연장 근무수당 미지급 10.1% ▲야간근무수당 미지급 24.6% ▲휴일근무수당 미지급 39.4% ▲연차휴가 시기 강제 16.7% ▲연차휴가 일수 제한 11.1% ▲휴게시간 미사용 24.7%로 나타났다.
여성이 다수인 의료기관 노동자들이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출산휴가 미보장 68.7% ▲육아휴직 미보장 33.3% ▲배우자 출산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5%, 미보장 8%, 사용 7%) ▲난임 치료 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7.8%, 미보장 8.1%, 사용 4.1%) ▲태아검진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5.9%, 미보장10.1%, 사용 4.1%)이 나타났다. 이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의료 전문 직종이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250만 원 미만자(2022년 중위 임금 249만 원)가 63.9%였고, 토요일 근무를 하는데도 월 최저임금(206만 원) 미만자가 18.7%였다.
그런가 하면 폭언, 폭행 경험도 많았다. 폭언 40.4%, 폭행 13.8%, 언어적 시각적 성폭력 11.0%, 신체접촉 성폭력 7.3%, 모바일 온라인 성폭력 5.5% 순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환자로부터의 폭언·폭행이 가장 많았다.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활동
올해 우리 노조는 의료 전문 직종 직종협회와 함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 활동 추진을 약속하고 정기적 회의를 진행하고, 9월 24일에는 공동 활동 추진 기관 모두가 국회 좌담회를 열어 노동조건 실태를 알리고 입법과제를 논의했다.
노동기본권 보장은 ▲법을 위반하고 있는 중소병원·의원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기본권과 인권, 모성권 등 민주사회의 기본권리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공공이든 민간이든 관계없이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행하는 것이다. ▲노동자 내부의 양극화 해소, 격차와 차별 해소,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 우리 사회 전반의 불평등 극복이라는 시대적 핵심 과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직종협회, 노동단체 등 관련 단체와의 협력 체계를 만들고, 공동 활동을 계속 추진하며 전 사회적 공감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노동자 개인의 직접 가입 독려
이와 함께 우리 노조는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 중이기도 하다. 특히 미조직 조직화 사업 방식으로 기존 사업장 단위 조직화와 병행하여 '노동자 조직화'라는 새로운 수준의 조직화 사업 방식을 채택했다. 기본적으로 노동자 개인의 가입을 적극 독려하고, 노동자의 요구에 따라 지역별, 직종별, 의료기관 특성별 구분을 해 의료정책 개선 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조직화는 교섭으로 이어져야 한다. 초기업 단위 교섭, 지역 교섭, 사회적 교섭까지 다양한 교섭을 시도하고 성사시켜 나갈 계획이다. 미조직 조직화를 위한 서울 00 지역과 인천 00 지역의 중소병원·의원 방문 조직화 캠페인은 노동자 조직화의 맥락에서 하는 활동이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보건의료노조 9만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환경, 의료환경, 사회환경의 변화를 위한 주인으로 성장해 나갈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입사 당시 근로계약서를 주지 않아 근로계약서를 달라는 공방으로 시작된 K 씨의 직장생활은 상사의 괴롭힘으로 이어졌고, 직장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인정되지 않는 등 계속 늪으로 빠져가고 있었다. 거기에 성희롱 건과 임금 체불 건도 있었다.
실제 만나본 K 씨는 직장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10여 년을 버텨온 강단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만나서 사측에 대한 대응 방법, 진정서 작성을 도움을 드리며 긴 시간 얘기를 나누었다. 여러 가지 사연들을 듣고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으셨어요?" 물었다. K 씨는 "그만둘 수 없었어요. 그렇게 지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어르신을 치료하고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요"라고 답하며 미소를 보여 주었다.
▲ 2024년 6월 19일 열린 모든 보건의료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교섭 촉구 기자회견. ⓒ 유나리
우리 동네 작은 병원, 의원, 수두룩한 법 위반과 저임금
열이 나고, 배가 아플 때 등 심신에 이상이 있을 때 당장 찾아가는 곳이 동네 의원이다. 내가 주로 다니는 의원은 원장과 간호조무사 2명, 물리치료사까지 총 3명의 노동자가 일한다.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20여 분 걸어서 갈 수 있는 종합병원으로 옮긴다. 그다음은 근방 대학병원을 찾게 될 것이다. 이 종합병원과 의원에는 노동조합이 없다.
대학병원의 근로조건은 의료 직종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할 정도로 가장 낫다. 노동조합 조직화 비율이 낮은 중소병원 의원은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조건이 열악하다. 상급종합병원은 S 병원이 유일하게 노조가 없어 노조조직률이 94%이며, 종합병원은 34%, 병원은 1%다. 노조조직률에 비례해 노동조건도 규모가 작을수록 열악하다.
2024년 4, 5, 9월 보건의료노조는 인천 부평구에 소재한 120여 개 의원을 방문해 '근로조건 실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109명의 설문 결과는 믿고 싶지 않을 지경이었다. 의사들의 급여가 4억, 6억이라는 뉴스가 빈번한데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다 못해 법 위반 사례까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정말 많았다. 설문조사 결과 ▲근로계약서 미작성 또는 미교부 27.5% ▲임금 명세서 미교부 14.7% ▲사회보험 미가입 5.5% ▲연장 근무수당 미지급 10.1% ▲야간근무수당 미지급 24.6% ▲휴일근무수당 미지급 39.4% ▲연차휴가 시기 강제 16.7% ▲연차휴가 일수 제한 11.1% ▲휴게시간 미사용 24.7%로 나타났다.
여성이 다수인 의료기관 노동자들이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출산휴가 미보장 68.7% ▲육아휴직 미보장 33.3% ▲배우자 출산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5%, 미보장 8%, 사용 7%) ▲난임 치료 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7.8%, 미보장 8.1%, 사용 4.1%) ▲태아검진휴가 미보장(해당 사항 없음 85.9%, 미보장10.1%, 사용 4.1%)이 나타났다. 이는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의료 전문 직종이지만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었다. 250만 원 미만자(2022년 중위 임금 249만 원)가 63.9%였고, 토요일 근무를 하는데도 월 최저임금(206만 원) 미만자가 18.7%였다.
그런가 하면 폭언, 폭행 경험도 많았다. 폭언 40.4%, 폭행 13.8%, 언어적 시각적 성폭력 11.0%, 신체접촉 성폭력 7.3%, 모바일 온라인 성폭력 5.5% 순으로 '경험했다'고 답했다. 환자로부터의 폭언·폭행이 가장 많았다.
▲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요구를 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 유나리
모든 보건의료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활동
올해 우리 노조는 의료 전문 직종 직종협회와 함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 활동 추진을 약속하고 정기적 회의를 진행하고, 9월 24일에는 공동 활동 추진 기관 모두가 국회 좌담회를 열어 노동조건 실태를 알리고 입법과제를 논의했다.
노동기본권 보장은 ▲법을 위반하고 있는 중소병원·의원 사용자로 하여금 노동기본권과 인권, 모성권 등 민주사회의 기본권리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규모가 크든 작든, 공공이든 민간이든 관계없이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행하는 것이다. ▲노동자 내부의 양극화 해소, 격차와 차별 해소,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 우리 사회 전반의 불평등 극복이라는 시대적 핵심 과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직종협회, 노동단체 등 관련 단체와의 협력 체계를 만들고, 공동 활동을 계속 추진하며 전 사회적 공감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노동자 개인의 직접 가입 독려
이와 함께 우리 노조는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 중이기도 하다. 특히 미조직 조직화 사업 방식으로 기존 사업장 단위 조직화와 병행하여 '노동자 조직화'라는 새로운 수준의 조직화 사업 방식을 채택했다. 기본적으로 노동자 개인의 가입을 적극 독려하고, 노동자의 요구에 따라 지역별, 직종별, 의료기관 특성별 구분을 해 의료정책 개선 활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조직화는 교섭으로 이어져야 한다. 초기업 단위 교섭, 지역 교섭, 사회적 교섭까지 다양한 교섭을 시도하고 성사시켜 나갈 계획이다. 미조직 조직화를 위한 서울 00 지역과 인천 00 지역의 중소병원·의원 방문 조직화 캠페인은 노동자 조직화의 맥락에서 하는 활동이다. 노조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보건의료노조 9만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환경, 의료환경, 사회환경의 변화를 위한 주인으로 성장해 나갈 미래를 꿈꾸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0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나리 님은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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