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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결석, 오늘은 조퇴... 고3 교실 풍경입니다

아이들마다 입학 전형이 다 달라서 생기는 일, 시간을 잘 보낼 좋은 방법 없을까요

등록|2024.10.23 15:45 수정|2024.10.23 15:45
아침 기온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주말부터 기온이 떨어진다 싶더니 13.1도였다. 이제 곧 10도 아래로 떨어진다는데 어떡하나? 이불을 벗어나는 그 순간이 너무도 춥게 느껴졌다.

날씨가 추워졌으니, 이불 속에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은 어찌 보면 자연의 섭리처럼 당연한 것. 그걸 알기에 이불 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나오라고 말해야 하는 순간, 엄마의 마음은 어렵기 마련이다.

학교 가기 싫은 아이 마음

"아~ 학교 가기 싫다."

요즘 우리 집 큰아이에게서 아침마다 들리는 소리다. 아이는 수시 원서 등록을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는 고 3 수험생이다. 주말에 감기에 걸려 열이 올랐던 아이는 월요일에 깔끔하게 열이 내렸는데도, 병결 신청을 하고 싶다고 했다.

면접 준비, 정시 준비, 실기 면접 준비 등. 입학 전형이 아이들마다 다 다른 고 3 교실은 면학 분위기가 전혀 조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준비해야 할 내용이 다른 아이들을 한 교실에 묶어두고, 자율학습 외에는 딱히 시킬 게 없는 게 현재 학교의 상황이라는 거다.

체험학습신청을 하거나, 병결 처리를 하거나, 아예 입시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미인정 결석을 무한정 하고 있어서, 한 반에 출석한 학생들이 고작 일고여덟 명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학교가 가기 싫을 법도 하다. 열이 내리기는 했지만, 콧물이 쉼 없이 흘러 곤욕스러운 아이는 집에서 쉬기를 원했다. 이불 밖이 두려운 아침 날씨에 그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운가 보다.

무엇보다도 친구가 있다면 방학이라도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였지만, 친구가 없는 학교를 그것도 대중교통 이용해서 1시간이라는 시간을 쓰며 가야 하니, 그 마음을 다잡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텅 빈 고 3 교실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 고3 교실에 등교하는 아이들은 고작 일고여덟 명에 불과하다. ⓒ 픽사베이


모두가 융통성 있게 등교 여부를 선택하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너만은 학교를 꾸준히 가야 한다고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학교라는 곳에 대한 나의 신념에 근거해 굉장히 불편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학교는 크게 아프지 않은 한 빠지면 안 되는 곳. 지식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성실을 연습하는 곳.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와 상관없이 나는 아이에게 그 신념을 강조해 보았다.

"엄마 생각에는, 네가 남아도는 이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보고, 계획을 짜고, 실천도 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어."

아이를 타일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는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콧바람을 쌩 내보냈다. 지루한 이 시간이 어서 지나기만을 바라는 것 같다. 엄마의 신념이고 뭐고, 아이는 결석한다고 담임에게 알렸다. 그리고 병원에 가서 병결 처리에 필요한 진료확인서를 떼 왔다.

시간을 잘 보냈으면 하는 엄마 마음

"어머니,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아 조퇴를 희망하네요. 3교시에 면접반 수업도 다 끝났는데, 집으로 보내도 될까요?"

담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결석했던 아이는 오늘 조퇴를 했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본인도, 나도, 심지어 담임도 알고 있는 듯하다. 출결사항이 성적에 반영되는 기간이었다면, 아이는 휴지를 왕창 쓰더라도 코를 풀며 교실에 남아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담임도 학교에서 아이가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아, 그저 집으로 보내주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엄마인 내가 허락하지 못할 이유가 더 이상 없었다.

"네, 선생님.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 보내주세요."

이 아까운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게 된 것. 혹자는 교육 시스템이 엉망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혹자는 아이가 미성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누군가는 엄마가 마음이 약해서라고 할지 모르겠다. 이유가 어떻든 무언가 시원하지 않은 마음만은 분명하다.

입시 결과를 기다리고, 면접을 준비하는 등 마음이 어수선하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나고 보면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만한 실천들로 하루하루가 잘 짜였으면 좋겠다.

대학 입학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저 학교이기에, 성실히 그곳에서의 삶을 멋지게 영위해 나가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고, 어른들이 그러한 시스템을 잘 갖춰 아이들에게 선물해 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글쓴이의 개인 페이스북에도 실립니다. 대학입시를 앞두고 마음이 어지러울 수험생과 가족들이 이 혼란한 시기를 잘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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