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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 넘어 허접"... '7년 만에 파업' KBS 구성원들의 성토

[현장]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KBS 앞 기자회견... 내부에선 500명이 쟁의 진행

등록|2024.10.23 13:03 수정|2024.10.23 13:57

▲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KBS 구성원들이 사장 후보자 면접 날인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안에 모여 쟁의 중인 모습. ⓒ 언론노조 KBS본부


"오늘 KBS 사장을 뽑는 이사회는 이미 행정법원에서 위법으로 판단 받은 바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 2인 체제에서 불법적으로 선임된 이사들이 이사회를 개회합니다.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 윤성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처장

KBS 차기 사장을 뽑는 면접에 여권 추천 이사들만이 참여하는 가운데 "KBS 사장 불법 선출 막자", "자격 없는 KBS 이사 퇴진하라"라는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KBS 구성원들은 사장 후보자 면접 날인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안팎에 모여 이사진의 사장 선임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면접장인 본관 내 이사회장 입구를 막아서기도 했다. 본관 밖 계단에서 시민·사회 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재건을 위한 의지조차 없는 현재 KBS 이사회가 밀어붙이는 사장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참담함을 넘어 허접한 인사들... 국민 대변할 수 있나"

▲ 7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KBS 구성원들이 사장 후보자 면접 날인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안에 모여 쟁의 중인 모습. ⓒ 언론노조 KBS본부


KBS 구성원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참여연대·민언련 등 전국 90개 시민·사회 단체가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9시께 KBS 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KBS 이사회는 이사 선임에 대한 위법성이 모두 조각될 때까지 사장 선임 절차를 다시 강구하고 원점에서 사장 후보를 재공모하라"라고 주문했다.

발언에 나선 윤성구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처장은 "오늘 (사장 면접에 들어가는 여권 성향) 7인은 불법적으로 임명된 이사들답게 면면이 화려하다"면서 "특정 정당 계열 보좌진 말고는 경력이 없는 분, 2014년 세월호 보도 참사의 책임자인 길환영의 아바타인 분, 수신료 분리 고지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 류희림 방심위에서 편파 심의·법카 부정 사용으로 논란이 됐던 당사자, 지난 12기 이사회에서 박민의 거수기 노릇을 톡톡히 하여 조직 개편에 앞장섰던 자, 공영방송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공영방송 무식자, 그리고 스스로 헌법재판관이라는 명예를 휴지통에 처박고 불법 사장 선임을 주도하는 서기석 이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자들이 KBS 차기 사장을 선출한다고 한다. 참담함을 넘어 허접한 인사들이 과연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면서 서기석 이사장을 향해 "KBS 구성원 4천 명도 마저 당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국민들은 오죽하겠나. '윤 정권의 거수기', '낙하산 박민의 거수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평생 불명예로 살아가기 전에 사장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사퇴하라"고 경고했다.

KBS 사장 불법선출 중단 및 위법적 이사회 퇴진 촉구 기자회견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KBS 사장 불법선출 중단 및 위법적 이사회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사장 면접 후보자인 박민 현 사장과 김성진 방송뉴스 주간, 박장범 '뉴스9' 앵커를 향해서는 "사내에서는 '지금까지 9시 뉴스가 윤석열 바라기였던 이유가 사장 자리 때문이었구나'하는 자조 섞인 이야기들이 나온다"며 "당신들이 있을 곳은 KBS 본관 가장 높은 6층이 아니라 용산의 구석진 어딘가이다"라고 말했다. 박민 현 KBS 사장을 향해서도 "연임에 뜻이 있다면 공정한 사장 선임 절차 진행을 위해 사장 자리에서 당장 내려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KBS는 공정한 방송이라는 공영방송 종사자의 핵심 가치를 지키기 위해 24시간 파업에 돌입했고, 전국의 KBS본부 조합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잠시 펜과 마이크, 그리고 카메라를 내려놓고 지금 본관 안에 모여있다"며 "일부 방송이 차질을 빚거나 결방도 예정돼 있어 불편하실 수 있지만 더 바른 프로그램을 만들고 올바른 보도를 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KBS 구성원들의 투쟁을 응원해달라"고 전했다.

"법원도 '2인 체제' 방통위 위법 지적"

각계각층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입장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와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 모임 회장은 2인 방통위 체제에서 구성된 KBS 이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은 MBC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방통위원 2인의 찬성만으로 의결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면서 "그러한 불법을 통해 구성된 현재 KBS 이사회 (여권 성향) 7인의 자격도 원천 무효, 그런 이사회가 차기 사장 선임을 추진하는 것도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KBS 사장 불법선출 중단 및 위법적 이사회 퇴진 촉구 기자회견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회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앞에서 'KBS 사장 불법선출 중단 및 위법적 이사회 퇴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제31기 K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한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박민 사장 출범 이후 KBS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더 라이브'와 '역사저널 그날'을 폐지했고, 총선이 끝난 후 방송되는 세월호 10주기 다큐를 '총선에 영향을 준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결방시켰다. 또 윤비어천가라는 비판이 있던, 독립영화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수준의 이승만 비화 다큐가 방영됐으나 그에 대해서도 KBS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KBS는 더 이상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내일은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한 지 5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라며 "자유언론실천 선언 50주년에 다시 KBS가 살아나고 MBC가 지켜지고, 우리 언론이 제자리 잡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과 신태섭 민언련 상임공동대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KBS본관 입구로 이동했다. 10여 명의 청경들은 안전을 이유로 입구를 막았고, 세 사람은 입구 밖으로 나온 사측 인사에게 입장을 담은 기자회견문을 전달했다.

한편 같은 시각 전국에서 집결한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 500여 명은 KBS 본관 안에 모여 쟁의 행위를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2인 체제 방통위가 추천한 여권 성향 KBS 이사들은 오전 7시 30분께 본관 입구가 아닌 쪽문 등을 통해 면접 장소인 이사회장으로 들어갔다. KBS 사장 후보자 면접은 오전 9시 45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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