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라 사진 올리면 국보법 위반?" 경찰 답변은
[팩트체크] 경찰청 "이적표현물이면 국보법 저촉 소지"... 대법원 "이적행위할 목적 있어야"
▲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거리에 북한 쓰레기 풍선을 통해 살포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단들이 떨어져 있다. 북한이 24일 새벽에 대남 쓰레기 풍선 약 20개를 부양했고 수도권에서 10여 개의 낙하물을 확인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밝혔다. 2024.10.24 ⓒ 연합뉴스
[기사보강: 25일 오전 11시 50분]
24일 새벽 북한에서 날려 보낸 대형 풍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대남 전단(삐라)이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일대에 살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북한이 우리나라에 대남 전단을 보낸 건 지난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이는 지난 11일 북한 평양시 일대에 살포된 '대북 삐라'에 대한 대응으로 추정된다. 당시 북한 외무성은 우리 정부가 보낸 무인기에서 삐라가 살포됐다고 주장하며, 대북 전단 사진까지 공개했다.
삐라 사진 올리면 국보법 위반? 경찰청 "직접 규제하는 법 없어"
일부 언론은 대남 전단 사진을 일부 모자이크 처리해 내보냈다. <연합뉴스>의 경우,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내용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하고, '만약 전쟁나면 생존 확률 0'이라는 경고 문구가 담긴 전단만 그대로 내보냈다. 하지만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대통령 부부 비방 내용이 담긴 대남 전단도 그대로 공유되고 있다.
이처럼 북한 선전물인 대남 전단을 인터넷에 올리는 건 위법 행위일까? 북한 삐라가 살포된 지난 2017년 10월 당시 <한국일보>("삐라 신고하면 공책 주나요?" 北 대남전단 Q&A)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다른 사람들이 게시물을 보고 신고할 수 있고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소지도 있으니 웬만하면 안 올리는 게 낫지 않겠나"라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경찰청은 24일 '대남 전단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가 국가보안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을 위반하느냐'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그 같은 행위를 직접 규제하는 법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청 안보기획관리과 담당자는 이날 "대남 전단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자체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은 없다"면서 "다만, 삐라에 대통령 내외를 비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전단 사진 외에) 글을 써서 명예훼손 행위를 하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된 대남 전단(삐라) 사진 ⓒ 오마이뉴스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찬양·고무)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면서, 제5항(이적표현물 제작·반포·소지 등)에 "(이같은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2021년 <행복한 통일이야기> 책자를 이적표현물로 판단해 이 책을 소지한 이를 국가보안법 상 찬양·고무로 유죄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해당 책자를 이적표현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않으면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않는다"고 범죄 구성요건을 엄격히 해석했다.
또한 경찰은 과거 '북한 불온선전물 수거 처리 규칙'(경찰청 훈령)에 따라 대남 삐라를 주우면 가까운 경찰서나 군부대에 신고하고 이를 표창하도록 했지만, 이마저 지난 2007년 10월 30일 폐지했다.
다만, 경찰청은 24일 오후 <오마이뉴스> 기사가 나간 뒤 "대남 전단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 자체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은 없으나, 북한을 찬양, 선전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 등 전단 내용에 따라 게시 행위가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므로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 이사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5일 <오마이뉴스>에 "지난 1991년 국가보안법이 개정되면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라는 요건이 포함됐다"면서 "(전단 게시 행위가 국보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답변은 이같은 초과주관적 요건(일반적인 고의 이상의 범죄 의도)을 충족하기 어려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지난 2010년 이적표현물 소지·반포를 금지한 제5항에 대한 기존 판례를 뒤집고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해서는 아니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이적행위를 할 목적 없이, 북한 삐라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행위만으로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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