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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안' 믿는 구석이 있다...12월 2일 기다리는 윤 정부

[넥스트 브릿지] 예산안 자동부의제도 허점... 기울어진 예산 심사 절차 바로잡아야

등록|2024.10.28 16:24 수정|2024.10.28 16:24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공공정책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 지난 2023년 11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국무위원들이 출석해 있는 모습, ⓒ 연합뉴스


10월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11월부터 예산-세법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의 서막은 대통령의 예산 시정연설이다. 이후 연일 치열한 토론회, 상임위 논의가 보도된다. '윤석열표' 예산 삭감, 민생예산의 증액, 지하철 증설 등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회의원의 한마디, 양당 지도부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계속 전파된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면도칼처럼 예산을 재단하고, 예결위에서 불필요한 예산을 광범위하게 가위질해도, 11월 30일까지 여야정 합의가 되지 않으면 기존 논의는 무효가 된다. 이 경우 12월 2일이 되면 예결위는 사라지고 원안인 '정부 예산안'과 '정부 세법개정안'이 본회의에 바로 올라간다. 즉,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국회법 "예산안 및 부수법률안 본회의 자동부의" 제도

모두 국회법 제85조의3 책임이다. 예산안 및 세입예산부수법률안 자동부의 제도가 2014년부터 시행되면서, 국회의 풍경이 바뀌었다. 적극적이다 못해 몸싸움까지 했던 동물 국회는 온순한 식물 국회로 바뀌었다. 국회가 쥐고 있던 예산-세법 심사 칼자루는 어느 순간 기획재정부 손에 들어갔다.

물론 자동부의 제도의 장점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기한, 12월 2일의 준수이고, 이를 통해 예산의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헌법의 취지는 1월 1일부터 예산이 차질 없이 집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1달 정도 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제3공화국, 제6대 국회부터 적용됐고, 제헌국회와 제2공화국은 예산안 의결기한을 12월 31일로 두고 있다.

그러면 12월 2일이 지켜졌을까?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되기 전, 2010년 여당(당시 한나라당)은 예산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고, 야당(당시 민주당)은 "예산안 불법 날치기 의결 무효와 및 수정 촉구 결의안"을 발표하며 양당은 극렬하게 대립했다. 이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예산안은 전쟁을 치렀고, 연말과 새해가 되어서야 예산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2014년 자동부의제도가 생긴 후 의결기한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2014년 예산안이 12월 2일에 통과됐고, 그 이후에도 12월 초에 합의되는 등 그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다.

▲ 예산안 자동부의제도 전후 예산안 의결일 ⓒ 채은동


국회법에 따라 '국회 패스'

문제는 자동부의 제도의 이상과 현실 간 괴리이다. 이상적인 예산-세법 절차는 10~11월 2달 동안 국회에서 심사를 충분히 한 후 12월 초 국회를 통과하고, 정부는 1달 동안 내년을 면밀하게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 일정은 10월 국정감사로 인해 예산-세법 심사는 11월로 밀린다. 결국, 실제 주어진 예산-세법 심사 기간은 딱 1달이다. 심지어 5월 31일에 제출된 '2023년도 결산'도 아직 끝내지 못했다.

정부는 지금 같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매우 소극적이다. 12월 2일부터 정부 예산안과 정부 세법안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2022~2023년 예산 일정은 12월 24일, 12월 21일에 각각 끝났다. 여소야대에선 자동부의제의 유일한 장점인 예산안 기한마저 지키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회 패스'다. 상임위와 예결위가 아무리 열을 올려도 12월 2일이 되면 모두 리셋된다. 예산심사를 지원하기 위한 국회예산정책처가 수천 페이지의 예산안 및 세법 분석보고서를 작성해도 패스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비심사검토보고서, 예비심사보고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 심사자료도 모두 허울뿐이다.

국회 상임위 심사도 부실해졌다. 세법을 담당하는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의 세법 심사는 자동부의 이전 평균 13회에서 자동부의 이후 9회로 줄었다. 문제는 심사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감소한 점이다. 자동부의 전 조세소위 심사는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까지 치열하게 진행됐다. 한번 심사가 진행되면, 좁은 소회의실에서 모두가 지칠 때까지 세법을 논의했다(필자는 과거 국회공무원으로, 자동부의 전후를 모두 경험했다). 2014년 이후 이런 풍경은 모두 사라졌다.

▲ 연도별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 세법개정안 심사 횟수 ⓒ 채은동


정부 세법 프리패스 제도부터 폐지

국회는 스스로 만든 국회법 제85조의3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자동부의 대상은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2가지다. 헌법은 정부의 예산안 편성권과 국회의 조세법률주의를 각각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정한 국회의 조세심사권을 제한하는 세입예산 부수법률안(주로 세법안)부터 자동부의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기재부는 부수법률안 자동부의를 믿고 거리낌 없이 부자감세 법안을 제출한다. 국회의장은 국회규칙에 따라 해당 법안을 부수법률안으로 지정하고 해당 법안은 본회의에 바로 올라간다. 정부는 2014~2023년 동안 세법개정안 147건의 자동부의 지정을 신청했고 이 중 142건(97%)이 부수법안으로 지정됐다. 올해도 기재부는 재벌을 위한 상속증여세율 인하,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의 초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고, 해당 법률안은 법에 따라 본회의에 직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자동부의제도를 통제할 3가지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가장 먼저 발의된 오기형(더불어민주당)의원안은 예산안 자동부의는 유지하되 부수법안 자동부의를 폐지한다. 임광현(더불어민주당)의원안과 황운하(조국혁신당)의원안은 부수법안뿐만 아니라 예산안의 12월 2일 자동부의를 폐지하고 예산심사의 실질적 개선에 중점을 뒀다. 특히, 임광현의원안은 기획재정부가 세법을 지렛대 삼아 예산 협상에 임하는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세법을 먼저 결정한 후에 예산을 협의토록 하고 있다.

▲ 예산·세법개정안 자동부의제도 관련 국회법 개정법률안 발의현황 ⓒ 채은동


예산-세법, 국회의 시간이 될 것인가

예산-세법 운동장은 기재부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졌다. 기재부가 소극적으로 예산심사에 임하고 12월 2일까지 예산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늦깎이 예산의 모든 책임은 국회가 진다. 왜냐하면 국회 스스로 해당 법을 만들었고, 해당 법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스스로 바로잡고 예산-세법 심사권을 회복해야 한다. 자동부의 제도가 도입되기 전 2013년 11월, 6시 퇴근 시간이 지나도 불꽃 같은 토론을 이어가났던 그 뜨거웠던 국회 현장을 다시 볼 수 있는 국회의 시간을 기대한다.

필자소개 : 민주연구원에서 조세재정과 부동산을 담당하는 몽상가. 고려대 경제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수료(재정학)했다. 육군3사관학교 경제학과 교수사관, 국회예산정책처 세제분석관으로 열심히 일했다. 증세를 기반으로 한 획기적인 불평등 대책이 빨리 시행되고 본인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어, 10년 후 은퇴를 늘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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