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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축복이 어떻게 죄가 되나요?"

퀴어축제 축복식 남재영 목사에 대한 감리교 첫 재판 시작... 남재영 목사, 심사 거부

등록|2024.10.25 09:22 수정|2024.10.25 09:26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로부터 고소당한 남재영 목사의 재판이 시작됐다. 남재영 목사를 비롯해 남 목사를 지지하는 목회자와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성원들은 재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감리교 교리와 장정의 부당성에 대해 설파했다.

지난 7월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총회 동성애대책위원회는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 축복식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6명의 목회자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6명의 목회자로 홍보연 목사(서울연회 서대문지방 맑은샘교회), 박경양 목사(서울남연회 구로지방 평화의교회), 윤여군 목사(중부연회 강화동지방 남산교회), 남재영 목사(남부연회 대전중부지방 빈들의공동체교회), 김형국 목사(충북연회 제천동지방 양화교회), 차흥도 목사(충북연회 음성지방 농민교회)가 지목됐다. 이중 남부연회에서 재판 일정이 제일 먼저 시작된 것.

▲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남재영 목사. ⓒ 임재근


기자회견은 오후 3시 시작되는 재판에 앞서, 재판이 진행되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대전 서구 월평동) 앞에서 오후 2시 30분부터 진행됐다. 기자회견에서 남재영 목사는 "우리가 퀴어 축제에 가서 전도지를 돌리고 그 영혼을 구원하려고 하는 게 죄라고 한다면, 교회가 교회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어떤 영혼이라도 사랑해야 하는 건 교회가 가지고 있는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 재판을 받아야 하고 그것 때문에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그리고 영혼을 사랑해서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재판에 가고 처벌을 받아야 된다면 100번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그게 목사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발언에 나선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문성호 공동대표는 "고통받는 형제에게 위로하고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냐고 그 고통을 함께 나누자고 시민들과 목회자들이 함께 위로하고 축복한 것이 죄가 되는지 참으로 궁금하다"며, "우리가 이러한 문제로 다툴 것이 아니라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 우리 기독교가 전쟁하지 말라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좁은 길 건너편에서는 동성애 반대와 남재영 목사의 출교를 요구하는 집회가 함께 열려 기자회견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 남재영 목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길 반대편에서 남재영 목사의 출교를 요구하는 집회도 진행됐다. ⓒ 임재근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 모임' 운영위원 박경양 목사도 "남재영 목사의 재판은 감리회의 교리 장정에 완벽하게 반하는 재판"이라며, "감리회 교리 장정에는 교리적 심판을 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부연회 재판부는 교리가 장정에도 반하고 대한민국 헌법에도 반하고 또 신학에도 반하는 남재영 목사에 대한 재판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서대전 대표 전남식 목사는 "감리교는 존 웨슬리의 신앙과 신학을 따르는 교단이니 웨슬리가 양심의 자유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지를 잘 아실 것"이라며 "양심의 자유는 외부로부터의 강요된 신앙이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경에 따른 개인의 신앙적 확신과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심의 자유에 따라 목회해 온 남재영 목사를 재판을 통해 징계하려는 시도는 감리교와 존 웨슬리의 신앙과 신학을 부정하는 일"이라며, "하나님의 뜨거운 사랑에 감동해 성소수자들을 축복한 남재영 목사님을 재판하고 징계를 내리는 일은 곧 성경의 하나님을 거부하고 나아가 배교에 해당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길 건너에서 집회를 하는 이들에게 손가락 하트를 보내고 있다. ⓒ 임재근


3시부터 시작된 남재영 목사에 대한 감리교 남부연회 첫 재판은 1시간 여 만에 끝났다. 남재영 목사가 재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회 심사를 거부했기 때문에, 첫 재판에서는 기소 이유 등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진행됐다. 남재영 목사는 "심사위원회 5명 중 3명이 동성애 대책위원회 소속이었기 때문에 기피 신청을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는 것은 뻔한 결과"라며 심사 거부 이유를 밝혔다. 남 목사는 또한 "지금까지 재판의 절차와 과정도 굉장히 불공정했다"는 말과 함께 "성립이 안 되는 고소"라는 말도 덧붙였다. 남 목사는 "고소를 하려면 고소 전에 권면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사실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번 재판에는 그게 없었다"며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감리교 교리와 장정 일반재판법 9조 1항에는 "고소·고발하기 전에 마태복음 18:15~17의 말씀대로 권고해 보았다는 사실을 서면으로 첨부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재판 이후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남재영 목사는 "대체로 사람들은 동성애 재판은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하는 정치적 재판이라고 말하는 경우들이 있지만, 교회 재판이니만큼 신앙양심으로 하리라 믿고, 재판이 공정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재판에 성실하게 임해서 충분하게 나의 입장을 주장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1심에 해당하는 연회 재판이 끝난 후에도 2심에 해당하는 감리교 총회에 항소할 수 있어 재판이 언제 끝날지는 미지수다. 남재영 목사를 비롯해 '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 모임'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감리교 장정 3조 8항은 감리교회 정신에 위배되는 조악한 규칙"이라며, "감리교회의 악법인 교리와 장정 3조 8항과 동성애 관련 조항을 수정, 폐지하는 신앙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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