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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미 트럼프 회귀 준비중... 한국이 첫 압박 대상?

[강명구의 뉴욕 직설] '프로젝트 2025'가 예고하는 한반도 정세 격변

등록|2024.10.28 06:59 수정|2024.10.30 09:42

▲ 24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템피의 뮬렛 아레나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합주 여론조사가 그의 우세를 보여주는 가운데, 월가는 이미 트럼프 시대의 회귀를 준비하고 있다. 달러와 국채 매수가 확대되고 비트코인이 상승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질서의 격변을 예상하는 시장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어떤 모습일까? 그 윤곽은 '프로젝트 2025'에서 찾을 수 있다.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한 880여 페이지 분량의 이 보고서는 30개 연방기관 장악과 진보적 제도 철폐를 통한 '트럼프주의'의 제도화를 제시한다. 선거 기간 중 과격한 내용이 논란이 되자 트럼프는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최근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프로젝트 참여자 307명 중 182명이 트럼프 행정부나 선거운동팀, 인수위 출신이었다.

수천 명의 충성파 인사 명단과 구체적 실행 계획이 준비된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2기의 실질적 국정운영 로드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외정책과 동맹 재편 구상은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연방정부 장악과 진보적 제도 기반 해체

▲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한 '프로젝트 2025' ⓒ 헤리티지 재단


프로젝트 2025의 국내 전략은 연방정부의 전면적 재편이다. 트럼프 1기에서 관료들의 저항으로 좌절된 '트럼프주의'를 완전히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오바마-바이든 시대의 진보적 유산에 대한 보수 진영의 조직적 반격을 의미한다.

핵심은 행정명령 '스케줄 에프(Schedule F)'의 부활이다. 이는 공무원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로,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을 별도 분류해 보수적 이념에 대한 충성도를 측정해서 최대 5만 명까지 교체하겠다는 구상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무시한 채, 관료조직을 사실상 트럼프 1인을 위한 도구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특히 트럼프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독립 규제기관들을 대통령 직접 통제 하에 두고, 언론 및 방송 허가권으로 언론통제도 단행해야 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트럼프 1인에 의한 독재를 염려하는 이유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법무부 장악이다. 이 보고서는 법무부 장관의 독립적 판단권을 제한하고 수사에 대한 대통령의 개입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박해'로 규정하며 '보복'을 예고한 점에서, 법무부가 정적 탄압 도구가 될 위험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권을 동원한 정적 제거가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또한, 프로젝트 2025는 연방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연방 교육부 해체, 성소수자 보호정책 철회, 낙태권 제한 등 1960년대 시민권 운동 이후 미국이 발전시켜 온 진보적 제도의 해체를 제안한다. 이는 미국 사회의 분열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동맹 재편과 중국 봉쇄 강화

프로젝트 2025의 대외전략은 동맹국 비용 전가와 중국 포괄적 봉쇄를 핵심으로 한다. 경제와 안보 전략을 전례 없이 긴밀히 연계해 동맹국들을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과 안보 네트워크로 재편하려는 구상이다.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를 넘어선 경제적 적국"으로 규정하고 최대 60%의 관세 부과를 제안한다. 이는 트럼프 1기의 평균 관세율 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제한, 기술 수출 통제, 증시 상장 제한도 추진한다. 더 나아가 중국 수출품 우회국에도 동일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무기화' 전략을 제안한다. 무역 흑자국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경제 전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동맹국들에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참여를 강요한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동맹국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다. 표면적 명분은 공급망 안정성 확보지만, 실상은 동맹국들을 미국 중심의 경제 블록으로 강제 편입시키려는 전략이다.

안보 전략에서는 더욱 급진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상호 호혜적이지 않은 안보 공약"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동맹국들에 방위비 분담금 2~3배 증액을 요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소 3% 이상의 국방비 지출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근 트럼프가 언급한 100억 달러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미국의 실질적 영향력은 강화하되 비용은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패권 전략이다. 미국의 상대적 쇠퇴를 고려하면 실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욱 공세적일 수밖에 없고, 한반도 정세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 8월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개막식 모니터에 '프로젝트 2025 중단'이라고 쓰여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이중 취약성과 전략적 위기

트럼프가 줄곧 활용해 온 협상 전략은 '전략적 모호성'과 '최대 압박'의 결합이다. 기존 질서를 따르지 않고 판을 흔들어 상대의 취약점을 극대화한 뒤, 이를 지렛대로 포괄적 양보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트럼프 2기의 동북아 전략은 이 협상술을 바탕으로 대중 견제와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할 것이다.

한국이 첫 압박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중 취약성' 때문이다. 북핵 위협 아래 미국의 안보 공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안보적 취약성과 높은 대중 교역 의존도라는 경제적 취약성이 그것이다. 프로젝트 2025는 이미 "대중 경제의존도 축소"를 안보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명시했다. "비용 효율성" 재검토를 명분으로 주한미군 재배치와 확장억제 공약의 조건부화까지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재래식 군사 방어를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미일 관계도 근본적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은 미일동맹을 미영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키며 우리와의 '전략적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수평적 삼각협력'이 미일동맹 중심의 위계적 구도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동맹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전략적 자율성은 약화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북핵 문제도 극적 변화가 예상된다. 프로젝트 2025는 군사적 억지와 제재를 강조하지만, 공화당 신강령이 북핵 문제를 트럼프에게 일임한 상황에서 '역사적 외교 성과'를 노리는 그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76%가 핵개발 중단을 조건으로 한 평화협정을 지지하고, 제한적 핵보유 용인에 반대하는 비율은 24%에 그쳤다. 이는 북한의 현 핵능력을 고려할 때 완전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트럼프는 한일의 반발과 미 국내 우려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기존 질서의 판을 흔드는 톱다운식 파격 행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우려되는 점은 이 과정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배제한 채 북미 직거래로 북핵 협상 타결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이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되면서 전략적 취약성이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개별적이 아니라 연쇄적,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대중 경제관계 축소 압박, 동맹 비용 증가, 북핵 협상 배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우리의 전략적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

국회와 시민사회의 유기적 협력 긴요

트럼프 2기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하려면 국회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가 다수 국민들에 의해 사실상 심리적으로 탄핵된 상태라 더더욱 그렇다.

미국의 경우, 의회가 예산권과 인준권, 감독권을 통해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효과적으로 견제한다. 이는 단순한 견제를 넘어 협상력 강화로 이어진다.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무리한 요구를 제어하고, 국익에 부합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우리 국회도 이러한 견제 장치를 즉각 제도화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 '상한선' 법제화, 동맹 현안 상설 특별위원회 설치, 주요 안보 결정의 사전 동의 절차 의무화가 핵심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각서를 교환하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는 트럼프의 극단적 요구에 대한 제도적 방어막이 될 것이다.

나아가 국회는 시민사회와 함께 포괄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안보-경제 연계 압박에 대비한 산업별 리스크 분석, 대중 의존도의 단계적 조정 방안, 북핵 문제에 대한 독자적 해법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준비 없이는 트럼프의 '최대 압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지금은 '기다리다 대응하는' 소극적 자세로는 안 된다. 국회와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면, 오히려 우리의 전략적 역량과 국익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변화의 파고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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