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포로수용소, 역사의 현장 사라지나? 시민공원화 사업 논란
박물관만 남기고 모든 시설 철거... "역사적 가치 훼손 우려" vs. "노후 시설 개선 필요"
▲ 거제시가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시설물 철거를 추진하자 시민들이 한국전쟁의 아픔과 역사적 교훈을 담고 있는 포로수용소의 역사적 가치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 거제시
거제시가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핵심 쟁점은 유적박물관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는 계획이다.
거제시는 시설 노후화와 관광 콘텐츠 부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철거 이유로 들며, 22일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에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공유재산 취득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는 유적공원 부지를 거제시로 이전하여 국도비를 지원받아 시민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첫 단계다. 유적공원 소유하고 있는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시설비 명목으로 국도비 지원 공모에 응모할 수 없다는 게 거제시 설명이다.
또 거제 포로수용소는 전국 유일의 전쟁 포로수용소 유적으로 거제시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다. 시설물 철거는 관광객 유인 요소를 감소시켜 지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포로수용소는 조선산업과 함께 거제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철거는 거제시만의 고유한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잃는 것이라 지적하고 있다.
특히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거제시는 지난해 9월 시민 10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로수용소 시민공원화' 용역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설문조사 내용에는 기존 시설물 철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어, 시민들이 사업의 핵심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 한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되었다는 지적이다.
▲ 22일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에서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취득에 관한 동의안 심사를 하고 있다. ⓒ 거제시의회
또한,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철거'라는 단어 대신 '리뉴얼'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거제시가 유적박물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을 철거하는 것을 '리뉴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시민들 반응이다.
심지어 한 시의원은 "(집행부와) 유적공원을 현장 방문했을 때 시설 노후화가 상당히 많이 됐더라. 수리나 관리가 안 된 것 같더다"며 "지금 우리(거제시)가 그 노후화 된 것을 가져와서(거제시 소유권 이전) 리뉴얼 하겠다는 거지 않습니까"라고 물었고, 담당 과장은 "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실제 행복위는 50여 분간의 심사 과정에서 '철거'라는 단어는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반면 '리뉴얼' 단어는 28번이나 사용됐다.
유적공원 시설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와 관광객 감소 추세를 고려할 때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한다. 하지만 단순 철거보다는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 A씨는 "시설이 노후화 된 것은 보수공사를 하고 관리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는가? 부족한 콘텐츠를 채워가면 되고, 입장료가 문제라면 거제시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거제 상징과도 같은, 또 전국 유일한 전쟁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노후화를 이유로 완전히 철거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또 그런 결정은 몇몇이 마음대로 할 것이 아니라 시민공론화를 충분히 거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 교육의 현장이며, 6.25 전쟁의 아픔과 교훈을 후세에 전달하는 중요한 공간이다"며 "시민공원화 계획은 이러한 역사적 가치와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여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제시의회 행복위에서 가결된 '공유재산 취득 동의안'은 11월 1일 예정인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개발공사 이사회 의결(공사)→반환협약체결→소유권이전→ 반환 규모에 상응하는 자본금 동시 출자(현금, 현물) 절차를 거쳐 소유권이 거제시로 넘어오게 된다.
거제시가 취득할 내용은 유적공원 토지 6만7217㎡와 건물은 27건 등이다. 거제시는 해양개발공사에 2011년 출자 규모인 223억 원을 지불해야 한다. 거제시는 현금 70억 원과 62억 원 상당의 장승포동 토지 등을 현물로 지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편, 거제시는 지난해 9월 포로수용소 시민공원화를 위한 용역을 완료했다. 사업은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되며, 최소 395억 원에서 최대 63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 공원 조성을 위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내 철거 예정 건물 목록. 유적박물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설이 철거된다. (거제시 용역서 발췌) ⓒ 거제시
▲ 1단계 사업은 유적공원 내 시설물을 철거하고 녹지를 조성하는 하는 것이다. 총 69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거제시 포로수용소 시민공원화 용역서 발췌) ⓒ 거제시
▲ 포로수용소 유적공원화 1단계 사업으로 유적공원 내 시설 철거와 녹지 조성 조감도. 철거비용 64억원. 녹지조성 5억원 추정.(거제시 용역서 발췌) ⓒ 거제시
1단계: 시설물 철거 및 녹지 조성 (69억 원)
유적박물관을 제외한 나머지 기존 시설물을 철거하고 녹지를 조성하는 데 69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거 비용 64억 원, 녹지 조경에 5억 원 소요 추정하고 있다.
2단계: 유적박물관 조성 (134억~329억 원)
유적박물관 조성 방안은 세 가지로 제시되었다.
방안 1: 기존 박물관 시설 보수 및 리모델링 (134억 원)
방안 2: 박물관 철거 후 신축 (189억 원)
방안 3: 공원 내 별도 부지에 이전 신축 및 주차장 확장 (329억 원)
3단계: 시민공원 조성 (192억 원 이상)
마지막 단계는 조경, 경관 조성, 놀이 및 휴식 시설 설치, 산책길 조성 등을 통해 시민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192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새로 조성되는 공원은 베리어프리(Barrier Free, BF, 무장애시설) 시설로 조성되야 하는데 유적공원 부지 경사도가 높아 공원조성비가 많이 들게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거제뉴스광장에도 실립니다.이 기사는 거제뉴스광장에도 실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